홍콩 선거일 표정…"노년층은 투표소에, 젊은층은 나들이"

입력 2021-12-20 11:40  

홍콩 선거일 표정…"노년층은 투표소에, 젊은층은 나들이"
중·노년층 "사회 혼란에 지쳐" vs 젊은층 "야권후보 없어서"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한쪽 세계에는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와 대부분 노년층인 유권자가 있고, 다른 한쪽 세계에는 선거 당일 무료로 운행한 대중교통을 이용해 나들이 나간 젊은층이 있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일 "홍콩 사회가 입법회 선거일 두 개의 평행 우주로 갈라진 것처럼 보였다"며 이같이 전했다.중국이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기조로 홍콩의 선거제를 개편한 후 19일 처음 실시된 입법회(의회) 선거에서 투표율이 역대 최저인 30.2%를 기록했다.


◇ 투표율 높이려 대중교통 무료 운행…나들이객만 북적
홍콩 정부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선거일에 지하철, 버스, 트램 등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행했다.
투표일 하루 종일 대중교통은 평소 주말보다 훨씬 붐볐고 일부 지하철 역에서는 밀려드는 인파를 통제하기 위해 출입구를 시간차를 두고 폐쇄해야 했다. 평일 출근시간보다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수백명이 지하철을 기다리는 광경이 소셜미디어에 속속 올라왔다.
그러나 투표율은 30.2%로 30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SCMP는 자사 기자들이 선거일 온종일 여러 투표소를 직접 방문 취재한 결과, 투표하러 온 이들은 대부분 노년이나 중년층이었고 젊은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명보는 "오션파크, 빅토리아파크, 서구룡문화지구 등 대표적 유원지 세 곳에서 성인 100명을 설문한 결과, 대부분의 응답자는 대중교통 무료 운행이 투표를 독려하지 않을 것이며 심지어 투표할 의욕마저 감소시켰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투표소는 대부분 집 근처에 있어 교통수단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며 대중교통 무료 운행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 노년층 "사회 혼란에 지쳐"…젊은층 "야권후보 없어 투표 안 해"
투표소를 찾은 노년층, 중년층은 홍콩 사회의 안정을 바라며 표를 행사했다.
시몬 웡(61)은 SCMP에 "지난 2년간의 사회 혼란과 폭력에 지쳤다. 그래서 오늘 투표하러 나왔다"며 "선출된 의원들이 홍콩에 질서를 되찾아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레인보우 응(48)은 "평소 정치에 무관심했다"면서 "시위대가 공공 시설을 파괴하기 시작하면서 내 일상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이번에는 나 자신을 위해 의견을 말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반면 젊은층은 야권이 출마하지 않은 선거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피터 챈(28)은 SCMP에 "야권 후보가 없어 투표를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며 "야권 후보가 없다는 것은 이번 선거의 대표성이 낮다는 것이고 그래서 나는 참여할 아무런 동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애국자만 출마할 수 있다는 새로운 규칙에 대해 "당국은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이들의 출마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면 우리는 우리가 선택하고 싶은 사람을 위해 어떻게 투표를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30세의 샴은 "18세가 된 이후 모든 선거에 참여했지만 이번에는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며 "출마자들이 모두 같은 입장이라면 나는 투표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정부가 우리를 위해 모든 출마자를 골랐는데, 내가 왜 선택해야하나?"라고 반문했다.
익명을 요구한 21세의 한 쇼핑객은 "솔직히 후보가 누군지도 모른다"며 "투표를 해야한다는 것은 알지만 내 표가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명보는 "유원지에서 설문을 진행한 100명 중 70명은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면서 "해당 응답자의 대부분은 '선거제에 대한 불만'과 '뽑을 후보가 없다'를 이유로 꼽았다"고 전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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