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기원은?…"HIV 감염자 몸속에서 변이 발생 가능성"

입력 2021-12-21 16:03   수정 2021-12-21 16:28

오미크론 기원은?…"HIV 감염자 몸속에서 변이 발생 가능성"
BBC "남아공 연구진, HIV 감염자-오미크론 발생 연관성 연구"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남아프리카공화국 과학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인 오미크론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등으로 면역이 약해진 사람에게서 처음 나타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연구 중이라고 영국 BBC 방송이 21일 보도했다.

BBC는 오미크론 변이를 처음 발견한 과학자 등 남아공 연구진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치료제를 복용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고 있는 HIV 감염자 몸속에서 수개월 간 증식하고 있는 사례를 확인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학계에서는 오미크론 변이의 발생 과정과 기원에 대해 세 가지 가설이 제기된다.
첫째는 유전체 감시가 허술하거나 사람들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서 변이가 출연했을 가능성, 둘째는 면역체계가 약해진 사람 몸속에서 바이러스가 오래 머물며 변이를 일으켰을 가능성, 셋째는 바이러스가 사람에게서 동물에 전염됐다가 돌연변이를 일으킨 뒤 다시 사람을 감염시켰을 가능성이다.
이에 대해 남아공 정부 코로나19 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살림 카림 교수는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와 코로나19 새 변이 사이에 관련이 있으리라는 것은 개연성이 매우 높은 가설이라고 말했다.
데스몬드 투투 HIV 재단의 린다-게일 베커 교수는 "면역체계가 정상 작동하면 침투한 바이러스를 아주 빠르게 퇴치하지만,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 몸에서는 바이러스가 계속 머물며 증식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며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돌연변이 가능성도 커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남아공 병원에서는 이런 사례가 2명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올해 초 한 여성은 8개월간이나 계속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다. 이 기간은 바이러스가 30번 이상 증식하면서 유전적 변화를 일으키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오미크론 변이 발견을 이끈 툴리오 데 올리베이라 남아공 전염병대응혁신센터장은 이런 사례가 영국 등 세계 곳곳에서 10∼15건 발견됐다며 "이는 매우 드문 경우지만 면역 저하 환자가 바이러스 진화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가능성이 큰 설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면역력 저하 원인은 HIV 외에도 당뇨, 암, 굶주림, 자가면역질환, 만성 결핵, 비만 등 매우 다양하다며 오미크론이 HIV 감염자가 많은 아프리카에서 처음 보고됐다고 해서 이를 아프리카 흑인이나 HIV와 연관 짓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추적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대신 HIV와 변이의 관련 가능성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HIV 감염자 관리와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일깨우고 이에 대한 대응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데스몬드 투투 HIV 재단 베커 교수는 "이것은 전 세계적인 문제"라며 "바이러스 감염이 지구촌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이해하고, 우리가 그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은 백신 접종이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 변이 등장 위험을 낮추고 싶다면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들에게 백신을 우선 접종하는 일에 전 세계가 함께해야 한다"며 "그들에게 면역 반응이 생길 때까지 추가접종을 계속하는 것이 변이 출연 가능성이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scite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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