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바잉' 급증 지역 아파트값 하락 조짐…떨고 있는 2030 세대

입력 2021-12-26 11:20   수정 2021-12-26 12:03

'패닉바잉' 급증 지역 아파트값 하락 조짐…떨고 있는 2030 세대
수도권 2030 아파트 매입 비중 역대 최대…대출 쉬운 곳 위주로 '영끌'
2030 매입 급증한 곳 이달 들어 매매·전세 동반 하락…보합 전환
전문가 "정책 변수 커져…집값 하락 본격화시 젊은층이 최대 피해 우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올해 8월 서울 은평구의 전용 60㎡짜리 아파트를 구입한 30대 직장인 김모(38)씨는 요즘 불안한 마음에 밤잠을 설친다.
올해 들어 다락같이 오르는 집값에 놀라서 맞벌이하는 아내와 앞으로 10년은 허리띠를 졸라맬 각오로 대출을 끌어모아 내 집 마련을 했는데 최근 들어 집값이 하락 조짐을 보이면서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다.
김씨는 "인근 단지에서 고점 대비 수천만원 이상 떨어진 거래들이 늘어나니 상투를 잡았나 싶어 걱정이 크다"며 "투자가 아닌 실거주용이지만 대출금리 부담도 커진 상황이라 좀 더 기다렸어야 했나 싶어 후회가 밀려온다"고 말했다.
올해 2030 세대(MZ세대)의 수도권 아파트 매입 비중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증가한 가운데 이들의 매입 비중이 높은 지역의 아파트값이 최근 하락 전환됐거나 하락이 임박한 곳들이 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책 변수가 커진 상황에서 집값이 본격적인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 무리하게 빚을 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과 '패닉바잉'(공황구매)에 나섰던 젊은층이 가장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서울 영끌족 몰린 '노도강'·'금관구' 아파트값 상승폭 꺾여
26일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올해 1∼10월 수도권 아파트 거래를 분석한 결과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전체에서 2030 세대의 매입 비중은 관련 통계가 공개된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2019년 1∼10월 2030 매입 비중이 31.7%였으나 지난해 동기간 36.5%로 늘었고, 올해 들어서는 41.9%를 기록하며 40%를 돌파했다.
강서구는 올해 10월까지 2030 매입 비중이 작년(45.4%)보다 6%포인트(p) 이상 상승한 51.8%를 기록하며 서울에서 가장 높았고, 성동구도 지난해 48%에서 올해 51.5%로 늘면서 올해 거래된 아파트의 절반 이상을 2030 세대가 매입했다.
특히 중저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 비강남권은 올해 2030 세대의 매입 비중 상승폭이 가팔랐다.
구체적으로 노원구는 지난해 37.2%였던 2030 매입 비중이 올해 49.2%로 12%p 급등하며 올해 서울지역 중 최다 상승폭을 기록했고, 관악구는 지난해 36.2%에서 올해 47.3%로 11.1%p 오르며 그 뒤를 이었다.
도봉구도 지난해 31.1% 수준이던 2030 매입 비중이 올해 41.3%로 10.3%p 늘었고, 구로구는 작년(41.2%) 대비 상승폭이 5.5%p로 도봉구의 절반 정도였지만 2030 매입 비중은 46.7%로 매우 높았다.

이들 지역의 2030 세대 매입 비중이 급격히 커진 것은 담보 대출이 가능한 시세 15억원 이하 아파트에 '영끌'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당장 입주가 어렵다 보니 전세를 끼고 추가 대출을 받아 '갭투자'를 한 젊은층도 많았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들 지역의 아파트 매매, 전셋값이 최근 동반 하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지난 8월부터 한차례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한 데 이어 10월부터 전세자금대출을 일시 중단하는 등 돈줄을 옥죄면서 대출 비중이 높은 비강남권이 특히 타격을 받은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지난주 은평구의 아파트값은 -0.03%를 기록하며 1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 전환됐다. 은평구도 2030 매입 비중이 지난해 32.5%에서 올해 38.1%로 6.6%p가량 높아진 곳이다.
또 2030 매입이 급증한 관악구와 금천구는 아파트값이 지난주 보합 전환되면서 하락을 눈앞에 뒀고, 강북(0.02%)·도봉(0.03%)·노원(0.05%) 등도 상승폭이 크게 줄면서 보합 내지 하락 전환이 임박한 상태다.
애초 대출이 안 되는 강남(0.09%)이나 서초(0.12%), 송파구(0.07%) 등 강남 3구보다 이들 지역이 먼저 열기가 식는 것이다.
전셋값도 먼저 하락할 조짐이다. 지난주 부동산원 조사 기준 성북구의 전셋값은 0.02% 하락했고, 금천구와 관악구는 상승세를 멈추고 보합을 기록했다.



◇ 2030 매입 급증한 경기·인천도 매매·전세 동반 냉각 기류
경기지역도 최근 2030 매입 비중이 급증한 지역에서 집값이 먼저 꺾이는 형국이다.
서울 대체 수요가 몰린 광명시의 경우 2030 세대의 아파트 매입 비중이 지난해 1∼10월 38.5%였으나 올해는 무려 53.3%로 14.8%p나 올랐다. 서울, 경기를 통틀어 2030 매입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로 인해 불과 한 달 전까지 주간 상승폭이 두 자릿수에 달했던 광명 아파트값도 대출 규제 등의 여파로 이달 들어 상승폭이 급속히 둔화돼 지난주엔 0.02%로 축소됐다.
안양 동안구는 2030 매입 비중이 지난해 35.4%에서 올해 51.2%로 15.8%p 오르며 수도권에서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곳은 올해 11월까지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이 36.8%에 달하며 과열 양상을 보였던 곳이다. 그러나 최근 집값 고점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데다 대출 규제에 입주물량 증가까지 겹치며 2주전(-0.03%, KB부동산 기준)부터 아파트값이 내려 지난주(-0.04%)까지 2주 연속 하락했다.
올해 2030 매입 비중이 45.5%로, 지난해(34%)보다 11.5%p나 불어난 화성시도 지난주(-0.02%)까지 2주 연속 아파트값이 떨어졌다.
역시 2030 매입 비중이 지난해 29.2%에서 올해 42.3%로 13.1%p 높아진 군포시와 지난해 29.3%에서 올해 41.6%로 12.3%p 늘어난 의왕시는 지난주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멈추고 보합 전환(KB부동산 기준)됐다.
올해 군포와 의왕시는 11월까지 아파트값이 각각 34.1%, 38.7% 급등한 지역인데 최근 매수세가 빠르게 식고 있다.
전셋값도 동반 약세다. KB부동산 조사 결과 안양시 동안구의 전셋값은 지난주 0.29% 떨어지며 최근 하락 기조가 지속되고 있고, 의왕시(-0.23%)와 군포시(-0.07%)도 지난주 전셋값이 하락 전환됐다.
인천은 2030 매입 비중이 지난해 26.1%에서 올해 33.1%로 오른 가운데 올해 아파트값이 급등한 연수구는 지난해 28.3%에서 올해 38%로 10%p 가까이 비중이 커졌다.
그러나 인천 연수구도 부동산원 기준 아파트값 상승률이 2주 전 0.12%에서 지난주 0.09%로 둔화됐고, 전셋값은 2주전 0.19% 상승에서 지난주 보합 전환되는 등 찬바람이 불고 있다.



◇ 걱정 커진 '패닉바잉' 세대…집값 하락시엔 최대 피해 우려
전문가들은 이처럼 2030 세대 수요가 대거 몰린 곳의 아파트값이 먼저 하락 조짐을 보이면서 젊은층의 피해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경기지역의 2030 매입 비중이 높은 곳은 대부분 광역급행철도(GTX), 신도시 건설 등의 호재로 올해 아파트값이 '역대급' 상승세를 보인 곳이어서 그만큼 낙폭도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수도권 지역에서 일명 '폭탄 돌리기'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만약 이들 지역의 전셋값 하락까지 지속되면 전세를 끼고 매수한 갭투자가 계약 만기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 전세'가 속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야 대선 후보들이 내놓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완화 조치가 시행되면 서울보다 수도권 아파트부터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부담이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집값 하락은 거래 절벽이 장기화함에 따른 '눌림목' 현상으로, 당장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은 작아 보이지만 수도권에 투자 수요가 많았던 곳들은 대출 규제 등 정책 변화에 따라 시장이 급변할 수 있다"며 "특히 패닉바잉에 동참한 젊은층이 피해를 볼 수 있어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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