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안봉쇄 실상 폭로 글 '장안십일' 전면 삭제돼

입력 2022-01-09 10:43  

중국 시안봉쇄 실상 폭로 글 '장안십일' 전면 삭제돼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 '지지글'까지 사라져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작년 말부터 봉쇄된 인구 1천300만의 중국의 대도시 시안(西安)에서 벌어지는 일을 당국이 아닌 시민의 시선에서 전한 글인 '장안(長安·시안의 옛 명칭) 10일'이 전면 삭제됐다.
이 글이 중국 안팎에서 제2의 '우한 일기'로 주목을 받으면서 주민들이 큰 고통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제로코로나' 정책에 대한 중국 내 불만이 고조될 기미가 보이자 중국 당국이 결국 자국민의 눈에서 이 글을 보이지 않게 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9일 대만 중앙통신사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부터 프리랜서 기자 장쉐(張雪)가 자신의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에서 쓴 '장안 10일' 원문이 차단됐다.
장쉐의 계정을 구독 중인 이용자가 이 글을 누르면 '공개 계정 정보 서비스 관리 규정'을 위반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며 "법규에 따라 관련 내용을 보여줄 수 없다"는 안내 문구가 나온다.
위챗 관리 규정에는 "공식 계정 이용자는 돌발 사건을 이용해 극단적 정서를 선동하거나 (정부·사회) 조직기구의 정상적 운영을 저해하고 사회의 조화와 안정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위챗 공식 계정 서비스에서 9일 현재 장쉐의 계정이 통째로 검색이 되지 않고 있다. 새로운 이용자가 다는 장쉐의 계정을 찾아가 들어가 볼 수 없는 것이다.
아울러 위챗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 퍼나른 글 등 '장안 십일'에 관련된 글들이 대부분 삭제됐고. '장안 십일'이 혼란을 선동한다고 비난하는 취지의 글들은 남아 있다.
중국 내 논란 속에서도 '장안십일'을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후시진(胡錫進) 전 환구시보(環球時報) 편집장의 글도 삭제됐다.
후 전 편집장은 지난 5일 자신의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많은 사람이 좋든 싫든 '장안 10일'과 같은 표현을 허용해야 한다"며 "중국 인터넷에서 단 한 가지 목소리만 있는 것을 희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중국 유력 언론 매체 탐사보도 기자 출신으로 지난 2015년 프리랜서 기자로 전향한 장쉐는 지난 4일 자신이 도시 전체 봉쇄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시안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장안 10일'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이 시안 시민들이 도시 전면 봉쇄 속에서도 당국의 지원 속에서 안정적으로 살고 있다고 선전해왔지만 '장안 10일'은 당국의 우격다짐식 격리 속에서 먹거리를 구하는 것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의 모습을 상세히 묘사했다.
장쉐의 글은 중국 인터넷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국제적으로도 '제2의 우한 일기'로 주목을 받았다.
'장안 10일' 반향 확산은 방역이라는 대의를 위해 코로나19 발생 지역 주민들의 기본적 생활권을 극도로 제약하는 중국식 '제로코로나' 정책을 둘러싼 논쟁으로까지 이어지면서 당국에 큰 부담을 주게 됐다.
장쉐는 '장안 10일'에서 "'우리는 어떤 대가라도 감당할 것'이라는 말도 있는데, 말은 좋지만 여기서 우리(시안 사람들)는 '우리'인지 '감당해야 할 대가'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 일갈하면서 대(大)를 위해 소(小)가 희생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중국 내의 보편적 사고에 정면으로 도전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극도로 경직된 방역 정책 탓에 병원 문턱에서 진료를 받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거나 임신부가 유산하는 일까지 잇따르면서 중국 부총리까지 나서 공개 사과를 하는 등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을 앞두고 사회 안정 도모가 절실한 중국 당국은 '시안 사태'로 곤혹스러운 처지다.
'장안 10일' 삭제에 일부 중국인들은 불만을 드러냈다.
한 누리꾼은 웨이보에서 "모든 작은 인물들이 모여 사회를 구성하고 우리는 모두 작은 인물들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장안 10일'이 없다면 누가 작은 인물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려 하겠는가"라고 아쉬워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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