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살해 결국 미궁…40년간 수사 비웃어온 미 갑부 사망

입력 2022-01-11 09:46   수정 2022-01-11 17:11

아내살해 결국 미궁…40년간 수사 비웃어온 미 갑부 사망
3명 살해 의혹…영화 '올 굿 에브리씽' 주인공
의심 즐기듯 다큐·영화 참여…친구살해로 복역중 심장마비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40년 전 부인을 살해했다는 의심을 받아온 미국 부동산 갑부가 또다른 살인죄로 복역 중 건강 악화로 숨졌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78세인 로버트 더스트는 캘리포니아주 시설에서 복역하다가 인근 병원에서 검진을 받던 중 심장 마비를 일으켜 이날 숨졌다고 그의 변호사가 밝혔다.
더스트는 2000년 당시 오랜 친구이던 수전 버먼(당시 55세)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해왔다.
더스트는 버먼뿐 아니라 1982년 당시 29세 의대생이었던 부인 캐슬린, 2001년 도피 생활 중 자신의 정체를 알아챈 이웃 모리스 블랙까지 모두 3명을 살해했다는 의심을 받아 왔다.
그러나 부인과 관련해서는 끝내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실종 사건으로 남았다.

블랙에 대해서도 기소는 됐으나 몸 다툼 중 벌어진 정당방위로 인정받아 무죄 평결을 받았다.
범죄 전문 작가이던 버먼은 더스트가 별장에서 부인을 죽인 뒤 범행을 숨기는 것을 도왔다는 조력자로 의심을 받았던 인물로, 2000년 12월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머리에 총을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배심원들은 버먼이 부인 실종에 대해 수사관들에게 입을 여는 것을 우려해 더스트가 버먼을 살해했다고 보고 유죄를 평결했다.
더스트는 뉴욕의 고층빌딩 여럿을 소유한 부동산 회사 '더스트 오거니제이션' 상속자였으며, 그간 쟁쟁한 변호사를 동원해 오랫동안 법망을 피해 다녔다.
그러다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촬영 도중 증거가 나와 덜미가 잡혔다.
그는 인터뷰 촬영이 끝나고 나서 화장실에서 마이크가 켜진 상태로 무심결에 "내가 뭘 했냐고? 물론 그들을 다 죽여버렸지"라고 혼잣말을 내뱉었고, 검찰은 이를 토대로 버먼 살해 혐의로 더스트를 기소했다.
'더 징크스'란 제목의 이 다큐멘터리는 2015년 HBO에서 방영됐으며 더스트는 마지막 편이 방영되기 전날 체포됐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더스트를 부인 살해 혐의로 추가 기소했으나 더스트가 옥중에서 숨지면서 사건은 미궁으로 남게 됐다.
더스트는 캐시의 실종 당시 그와 말다툼이 있었다는 점은 시인했으나 살해 혐의는 부인해왔다.
그는 오히려 이 사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즐기는 듯 영화나 다큐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더스트의 이야기는 2010년 영화 '올 굿 에브리씽'(All Good Things)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NYT에 따르면 생전 더스트는 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낙태를 종용했으며, 이웃인 블랙의 시신을 도구를 사용해 잔혹하게 훼손해 '엽기 살인마'로 불렸다.
그는 도주 과정에서도 기이한 행각을 일삼아 미국 잡지의 단골 소재가 됐다.
왜소한 체구의 그는 노상방뇨하는 노숙자나 목소리가 안나오는 여성 행색을 하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그가 상속받은 재산은 약 1억 달러(약 1천200억원)로 알려졌다.
newgla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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