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코로나 대응법…"미접종자에 최대한 불이익"

입력 2022-01-11 12:19  

유럽의 코로나 대응법…"미접종자에 최대한 불이익"
무기는 백신패스…일부 효과 있지만 거부론자 여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유럽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법이 '미접종자 괴롭히기'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백신을 맞지 않고 버티는 사람들에 대해선 웬만한 공공장소 출입을 막거나 활동을 제한하는 식으로 압박해 결국 백신을 맞게 한다는 전략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그리스 등은 미접종자 규제를 점점 강화하고 있다.
QR코드 형태의 보건증명서를 확인해 백신 접종자나 완치자만 공공장소 입장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최근까지 공공장소 입장권으로 통용돼온 음성확인서의 효력도 점점 많은 나라에서 사라져 미접종자의 설 자리는 좁아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정말로 미접종자들을 열받게 하고 싶다"고 대놓고 말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의 전략은 단순히 백신"이라며 "그다음 (방역의) 축은 백신패스"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정부는 기존 '보건증명서'를 '백신증명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백신을 접종하거나 항체를 지닌 이들에게만 일상을 온전하게 누릴 자격을 준다는 게 골자다.

이탈리아는 다음 달 15일부터 50세 이상 주민에게 백신접종을 의무화하고 위반자에게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다.
이는 백신 미접종자가 음식점, 술집, 영화관, 축구장 등지에 가지 못 하게 하는 일상 규제에서 한발 더 나아간 조치다.
그리스도 오는 16일부터 60세 이상 주민에게 이탈리아와 유사한 백신 의무화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오스트리아도 구체적인 시행 시점은 밝히지 않았지만 광범위한 백신 의무화에 들어갈 계획이다.
독일도 올해 1분기 안에 백신접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 각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백신이 보급된 국가에서도 대유행을 일으킨 오미크론 변이의 강력한 전파력 때문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은 백신접종을 완료한 이들의 비율이 70%를 넘지만 재유행을 막는 데 실패했다.
이는 오미크론 변이가 강한 전파력과 백신 회피능력을 지녔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백신으로 집단면역(면역 보유자가 많아 면역이 없는 소수가 보호받는 현상)에 다가서는 전략이 실패함에 따라 감염 때 중증악화 위험이 큰 미접종자는 공중보건 취약점으로 떠올랐다. 자연스럽게 이들이 어떻게든 백신을 맞게 해 피해를 줄이는 게 현재로서 최선책이라는 진단이 뒤따랐다.

미접종자를 불편하게 하는 전략은 유럽 각국에서 일부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난다.
마크롱 대통령이 "미접종자를 열받게 하겠다"고 발언한 다음날 프랑스에서는 무려 6만6천명이 백신을 처음으로 접종했다.
오스트리아가 작년 11월에 미접종자 제재를 강화하자 당시 64%이던 최소 1회 접종자의 비율이 지난 6일 기준으로 74%까지 뛰어올랐다.
독일에서도 지난달 2일 규제가 강화되자 최소 1회 접종자의 비율이 당시 71%에서 74%로 올랐다. 이번 주를 기준으로 백신접종 완료자의 비율은 71%가 넘었고 이들 중 40%는 부스터샷(추가접종)까지 마쳤다. 백신 접종 거부자의 비율은 지난달 9%에서 7%로 떨어졌다.
그러나 미접종자를 겨냥한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영향을 받지 않을 집단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있다.
유럽에서 대다수 시민은 규제를 지지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시민은 거리로 뛰쳐나올 만큼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8일 여러 도시에서 10만명 정도가 가두시위에 참가해 마크롱 대통령의 정책에 항의했다.
프랑스 국립 공중보건대학원(EHESP)의 질병학자인 조나탕 루는 "비접종자는 식당, 술집, 극장에 원래 잘 안 가는 사람들"이라며 "사회생활이나 직업 때문에 백신을 맞는 사람이 있겠으나 규제 확대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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