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붕괴사고 원인은…전문가 "부실시공 등 여러 요인 복합 작용"

입력 2022-01-12 17:18   수정 2022-01-12 17:32

광주 붕괴사고 원인은…전문가 "부실시공 등 여러 요인 복합 작용"
사고상황 영상 본 전문가들 한 목소리로 "예상치 못한 드문 사고"
부실시공-강풍-공법 문제 등 다양한 추측…'무량판 공법' 한계 지적도
현대산업개발 "공기 촉박해 서두른 것 아냐…콘크리트 양생도 문제 없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광주 서구 화정동에서 11일 발생한 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현장의 외벽 붕괴 사고에 대해 건설업계와 전문가들은 "여러 원인이 결합된 인재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강풍과 시공, 관리 부실 등 여러 요인이 합쳐져 외벽이 무너지는 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12일 학계·업계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두달 가량의 일정으로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이날 1차 미팅에 모인 건축 전문가들은 대부분 직접 현장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사고 현장 사진과 영상만 보더라도 하나같이 "국내 건설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드문 유형의 사고"라고 입을 모았다고 국토부는 전했다.
일단 전문가들 사이에서 붕괴 원인으로 가장 많이 꼽히는 것은 콘크리트 타설 하중이 무리하게 가해진 상황에서 강풍까지 불면서 외력을 견디지 못한 벽이 무너졌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광운대 건축공학과 이원호 교수는 "고층 콘크리트 타설을 위해 갱폼(Gangform·거푸집), 타워크레인 등이 건물에 붙어 있고 근로자들이 이동하는 호이스트(고리 모양의 훅을 이용해 화물 등을 들어 올리는 장치)도 외벽에 연결돼 있었을 것"이라며 "당일 바람이 세게 불었다는 관계자들의 설명으로 볼 때 강풍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외벽과 슬라브 연결 부위에 부실시공이 발생한 가운데 콘크리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외벽이 주저앉았다는 분석도 있다.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최원철 교수는 "고층 건물은 지진보다 바람과 하중에 약한데 외벽과 슬라브의 연결 부위에 부실시공이 있었고, 사고 당일 바람까지 많이 불면서 횡하중을 견디지 못해 벽체가 무너졌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최 교수는 "보통 한 개 층이 떨어지는데 이렇게 연속으로 벽체가 떨어져 나간 것은 매우 드문 경우"라며 "벽과 슬라브를 고정하는 연결 장치에서 부실 시공이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주말에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또 눈과 비가 올 때도 공사를 진행했다는 현장 증언 등을 토대로 시공사가 건축 공기에 쫓겨 서둘러 콘크리트 타설을 하다가 부실시공으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입주가 10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 아직 상부 콘크리트 타설 중이었다면 공기가 부족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측은 "공기는 정상이며 오히려 예정보다 빨리 공사가 진행되고 있던 현장"이라며 "공기가 촉박해 서둘렀다는 추측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겨울철이라 콘크리트 양생이 덜 돼 강도가 약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다 무너졌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대산업개발 측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대산업개발은 이날 별도로 배포한 참고자료에서 "사고가 난 아파트 동은 사고발생일 기준 최소 12일부터 18일까지 충분한 양생 기간을 거쳤고, 사고가 발생한 바로 아래층인 38층은 사고일 기준 18일의 양생이 이뤄졌다"며 "39층 바로 밑의 PIT층(설비 등 각종 배관이 지나가는 층) 벽체 또한 12일간의 양생후 지난 11일에 39층 바닥 슬래브 타설이 이뤄져 필요한 강도가 확보되기 충분한 기간이었다"고 주장했다.
벽체와 바닥의 무게를 지탱해주는 철근콘크리트상의 철근 배근이 잘못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배근이 잘못되면 벽체와 바닥이 따로 놀 수 있다는 것이다.
부실 공사에 앞서 부실 설계 가능성에 대해서는 "건물 전체가 기울거나 무너진 게 아니라 외벽만 떨어져 나간 것으로 볼 때 설계나 구조상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많았다.
일각에서는 무량판 구조 초고층 건물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한다.
기둥(세로)과 보(가로)를 서로 연결하는 라멘구조 방식과 달리 무량판 구조는 보가 없는 대신 바닥과 벽체의 두께를 늘려 하중을 견디도록 한 건축 기법이다.
그렇다 보니 지반 침하 등 기초가 흔들리면 건물이 와르르 무너질 수 있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라멘구조가 기둥과 보가 나눠서 힘을 받는 구조라면 무량판 구조는 보는 없이 슬라브가 기둥에 얹힌 구조여서 전단력에 약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량판 구조가 초고층 건물 시공에 일반화된 공법이라는 점에서 공법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2013년 헬기 충돌 사고에도 문제가 없었던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도 무량판 구조다.
이원호 교수는 "무량판 공법으로 시공한 고층 건물 중 30∼40년이 지나도 끄떡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광주 화정 아이파크도 슬라브가 주저앉았지만, 기둥의 정착철근은 문제없이 박혀 있었다는 현장의 설명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구조 방식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반적으로 보기 힘든 이런 정도의 사고면 어느 하나에서 원인을 찾기 힘들다고 봐야 한다"면서 "날씨(강풍)·시공·시공회사와 작업자의 안전 인식에 대한 결여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돼 발생한 인재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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