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크 단백질에 목맨 코로나, 인체 세포에서 막는 길 찾았다

입력 2022-01-14 16:25  

스파이크 단백질에 목맨 코로나, 인체 세포에서 막는 길 찾았다
암 성장 촉진 BRD2, 바이러스 침입 돕는 ACE2 수용체 제어
BRD2 차단→ACE2 생성 억제→세포 감염 봉쇄
미국 UCSF 연구진, 저널 '네이처 세포 생물학'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는 인간 세포의 표면에 발현하는 ACE2 수용체와 결합해야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ACE2와 결합한 스파이크 단백질엔 극적인 구조 변화가 일어난다.
돌기 모양인 스파이크 단백질이 벌어져 접히면서 숙주 세포막과 융합하는 것이다.
이렇게 두 개의 막이 융합해야 비로소 바이러스가 세포 내로 들어가는 길이 열린다.
일종의 효소 단백질인 ACE2 수용체는 신종 코로나의 감염 경로를 여는 열쇠나 마찬가지다.
오미크론 변이 이전에 전염력이 가장 강했던 델타 변이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막 융합 능력이 다른 어떤 변이보다 뛰어났다.
스파이크 단백질의 수용체 결합 도메인(RBD)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이나 항체 치료제 개발의 핵심 표적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스파이크 단백질이 아닌 인체 세포 쪽에서 신종 코로나의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치료 표적이 발견됐다.
ACE2 수용체의 생성을 제어하는 BRD2라는 단백질이다.
실제로 배양 세포 실험에서 BRD2의 생성을 막자 ACE2의 생성이 억제돼 신종 코로나가 세포에 침투하지 못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13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세포 생물학'(Nature Cell Biology)에 논문으로 실렸다.





원래 BRD2는 인체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단백질로 알려져 있다.
이런 유전자 중엔 암 종양의 성장을 촉진하는 것도 일부 포함돼 있다.
그래서 BRD2와 몇몇 관련 단백질을 표적으로 개발된 암 치료제가 현재 임상 시험 중에 있다.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 감염에 영향을 미치는 세포 단백질을 찾다가 BRD2를 발견했다.
과학자들은 신종 코로나 감염에 취약한 폐, 심장, 비강 등의 조직 세포를 배양한 뒤 가능성이 높은 총 2천325개의 세포 단백질을 유형별로 추려냈다.
그런 다음 임상 시험 중인 BRD2 표적 치료제를 이들 단백질에 적용해 어떤 게 신종 코로나 감염을 막는지 확인했다.
놀랍게도 BRD2의 발현을 막자 세포의 ACE2 생성이 억제되고 바이러스의 감염력도 뚝 떨어졌다.
BRD2의 생성을 막으면 세포의 ACE2 발현을 직접 막는 것과 거의 같은 효과가 나타났다.
지금까지 코로나19 백신과 항체 치료제 개발은 스파이크 단백질에 집중됐다.
BRD2는 세포 쪽에서 발견된 표적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하지만 이 발견은 시작에 불과하고 안정성과 효능을 검증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일례로 BRD2의 발현을 막으면 인체 면역반응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인터페론 생성도 억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BRD2 억제가 코로나19 환자에게 이로운 것이 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어떤 환경에서 이롭고, 어떤 환경에서 해로운지도 앞으로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UCSF의 마틴 캠프만 생화학 부교수는 "ACE2가 어떻게 조절되는지 알아낸다는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포에 잘 들어가지 못하게 그 경로를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하지만 먼저 어떤 부작용이 따르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캠프만 교수는 크리스퍼(CRIPSR-Cas9) 유전자 편집에 기반한 혁신적 실험 기법을 개발해 이번 연구에 사용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에 쓰이는 박테리아 효소를 조작해, DNA를 잘라내는 대신 유전체의 특정 사이트에 조절 분자를 전달하는 기술이다.
특정 유전자의 발현도를 미세하게 조절하는 이 기술은 약물 개발 표적을 탐색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고 한다.
이번 연구에서도 수천 개의 세포 단백질을 분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캠프만 교수는 "크리스퍼 기술로 어떤 유전자와 그 유전자 코드로 생성된 단백질을 억제하는 건, 실제로 약을 써서 유전자 발현을 막는 것과 비슷하다"라면서 "이 기술을 쓰면 어떤 약물 표적이 치료법 개발에 도움이 될지 쉽게 가려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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