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건설 '용인파' 나고시장 재선…기시다 정권에 순풍(?)

입력 2022-01-24 09:17  

미군기지 건설 '용인파' 나고시장 재선…기시다 정권에 순풍(?)
중앙정부 협력 교부금 활용한 '지역발전 호소' 전략 먹힌 듯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미군 신(新)기지 건설 예정지인 일본 오키나와(沖繩)현 나고(名護)시 시장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 지원을 받은 현직 시장이 재선에 성공했다.
이 선거는 나고시 헤노코(邊野古)를 중심으로 오키나와 미군 기지 재편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기시다 후미오 정부와 이에 반대하는 다마키 데니 오키나와현 지사 간 대립이 심화하는 가운데 치러진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교도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치러진 나고 시장 선거에서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 지지를 받은 도구치 다케토요(渡具知武豊·60) 현 시장이 입헌민주당과 공산당 등 야권이 공동추천한 기시모토 요헤이(岸本洋平·49·전 시의원) 후보를 꺾고 재선에 성공했다.
도구치 후보가 1만9천524표, 기시모토 후보가 1만4천439표를 얻어 5천여 표 차가 났다. 투표율은 68.32%를 기록했다.
나고시 헤노코는 오키나와 기노완(宜野彎)시에 있는 후텐마(普天間) 미군 비행장의 이전이 추진되는 곳이다.
일본과 미국 정부는 기노완시의 도심이 확장되면서 후텐마 비행장을 둘러싼 주민 민원이 끊이지 않자 1990년대에 이전 방침을 정하고 대상지로 헤노코 해안지대를 골라 이전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대다수 오키나와 주민은 새 기지 조성을 위한 해안 매립이 해양환경을 파괴하고 주민 안전에 새로운 위협이 될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오키나와 밖으로의 이전을 주장하면서 헤노코 이전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2019년 2월 이와 관련해 실시된 오키나와현 주민투표에서 72%가 이전에 반대하는 표를 던졌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주민투표의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로 투표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전을 위한 매립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전 반대파이던 오나가 다케시(翁長雄志) 지사가 지병으로 재임 중 사망해 2018년 9월 치러진 보선에서 자민당 추천 후보를 꺾고 당선한 다마키 현 오키나와 지사는 민의를 앞세워 헤노코 이전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중앙정부와 갈등하고 있다.
특히 매립 과정에서 확인된 연약 지반을 보강하는 공사를 둘러싸고 설계변경 승인권을 쥔 다마키 지사는 일본 방위성의 설계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아 오키나와현과 중앙정부 간의 법적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나고 시장을 다시 맡게 된 도구치 후보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미군 기지 건설 문제와 관련, 중앙정부와 오키나와현 간의 소송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찬반 입장을 명확히 드러내지는 않았다.
다만 중앙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함으로써 중앙정부의 미군 기지 재편 계획을 용인하겠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재선을 이룬 도구치 시장은 첫 임기 중에 미군 기지 재편에 협력하는 지자체에 중앙정부가 주는 교부금을 활용해 학교급식 무상화와 육아 지원 사업 등을 추진했다.
현지 언론은 도구치 시장의 이런 실용 노선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분석했다.


도구치 시장과 싸운 기시모토 후보는 "오키나와에 새로운 (미군) 기지가 필요 없다"며 중앙정부와 오키나와현 당국이 끝없이 대립하는 후텐마 비행장의 헤노코 이전에 명확하게 반대했다.
자민당은 미군 기지 재편 추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올 7월의 참의원 선거와 9월의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 등을 앞두고 나온 이번 나고 시장 재선 결과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자민당 간사장은 "큰 승리다.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헤노코 미군 기지 건설 반대 주장을 앞세워 올 9월 재선을 노리는 다마키 지사는 자신이 지지했던 기시모토 후보의 패배가 결정된 뒤 "헤노코 신기지 건설에 반대한다는 방향성에서 1㎜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도 통신은 여당 지지 후보가 승리한 이번 나고 시장 선거 여파로 다마키 지사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은 확실하다며 중요 선거를 앞두고 중앙정부와 다마키 지사가 이끄는 오키나와현 지방정부 사이의 대립이 한층 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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