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푸틴 회담 후 공동성명…우크라 사태 관련 의기투합
미 겨냥 "아태지역 안보블록 반대"…푸틴 "中에 가스공급 새 계약 준비"

(베이징·모스크바=연합뉴스) 조준형 유철종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치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며 중·러 밀월 관계를 과시했다.
크렘린궁 보도문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양국은 4일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 조어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러시아가 지속해서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 요구해온 나토의 동진(확장)중단 촉구와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내놨다.
양국은 '새 시대 국제관계와 글로벌 지속적 발전에 관한 공동성명'에서 "일부 국가와 군사·정치 동맹체 및 연합체들이 다른 측의 안보를 희생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일방적인 군사적 우위를 차지하려는 목표를 추구하고 지정학적 경쟁을 강화하며 대립과 대결을 부추기고 국제안보 분야 질서와 글로벌 전략 안정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미국과 나토를 겨냥했다.
양국은 "나토의 추가 확장에 반대하며, 나토가 냉전 시절의 이데올로기화된 접근법을 포기하길 촉구한다"고 주문했다.
동시에 "중국은 러시아가 제기한 장기적이고 법률적 구속력이 있는 유럽 안전보장 제안을 이해하고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반미를 고리로 전략적 밀월 관계를 유지해온 두 정상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또 한 번 의기투합함으로써 미국과 중·러 사이의 대치선이 더욱 분명해진 셈이다.
러시아는 나토에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국가들의 나토 가입을 배제하고 인근 국가에 공격 무기를 배치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담은 안전보장 협정을 요구하는 문건을 미국과 나토 측에 전달했고, 미국은 서면 답변에서 러시아의 핵심 요구를 거부한 대신 군축이나 긴장 완화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한 상태다.

중·러 양국은 또 공동성명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폐쇄적인 안보블록과 적대적인 진영을 만드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지난해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동맹을 결성하고 올해부터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IPEF)을 본격 추구하기로 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모두 미국이 전략적 경쟁을 벌이는 중국을 타깃으로 삼은 행보다.
양국은 또 미국의 세균전 프로그램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의문을 품고 있다고도 밝혔다.
중·러는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유럽에 대한 지상 중단거리미사일 배치를 포기할 것도 촉구했다.
양국은 "미국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와 지상 중단거리 미사일 시험 및 개발, 이 미사일들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및 유럽 지역 배치 시도, 동맹국들로의 미사일 이전 등이 긴장과 불신을 증대시키고 국제 비확산· 군비통제 시스템과 국제 전략 안정성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일방주의적 민주주의 전파 시도도 비판했다.
양국은 "민주주의가 일부 국가들의 특권이 아니라 인류 공통의 가치이며, 그것의 신장과 보호는 모든 국제사회의 공통의 과제라는데 인식을 같이한다"면서 "일부 국가들이 다른 나라들에 자신의 민주적 기준을 강요하는 것은 민주주의 침해"라고 비판했다.
또 "민주주의와 인권 보호가 다른 나라에 대한 압박의 수단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면서 "러시아와 중국은 주권국가의 내정 간섭에 반대하며 국제안보 훼손과 '색깔 혁명'(친서방 정권 교체 혁명)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세계가 새로운 격변기에 접어들면서 인류사회가 많은 도전에 처했다면서 "중·러 쌍방은 서로 본국의 핵심 이익을 수호하는 것을 굳게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신화 통신은 전했다.
그러면서 상호 주권, 안보, 발전 이익을 지지하며, 외부 간섭과 지역 안보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국제 전략적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중·러 간 높은 수준의 상호 신뢰가 각 분야 협력의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자면서 디지털 경제, 교통 인프라 연계를 통한 유라시아 물류 유통 원활화, 글로벌 공급망 안정과 관련한 양국 간 협력과 에너지 분야 전략적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천연가스 분야 대형 협력 프로젝트의 안정적 추진, 신에너지 협력 확대도 제안했다.
아울러 시 주석은 양국 간 재정·금융정책 소통을 심화해 금융 리스크 통제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자고 주장했다.
이는 향후 미국과의 갈등 심화시 불거질 수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미국발 금융 제재 등에 대비하는 측면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양국의 전면적인 전략적 협력 심화는 두 나라의 발전을 돕고, 공동의 이익을 수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중국과의 더욱 긴밀한 전략적 의사소통과 협력을 통해 상호 주권과 영토 보전을 지지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러시아가 100억㎥ 규모의 천연가스를 매년 극동지역에서 중국에 공급할 새로운 계약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날이 절기상 입춘(立春)임을 의식한 듯 "오늘 우리의 '신춘 회합'은 반드시 양국 관계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보도된 외신 사진에 따르면 두 정상은 취재진 앞에서 마스크를 벗은 채 포즈를 취했다. 양국 당국자들과 함께 정식 회담을 할 때도 다른 배석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했으나 두 정상은 마스크를 벗은 채 대화했다.
두 정상은 당초 오찬을 겸한 회담을 할 예정이었으나 푸틴 대통령의 베이징 도착이 늦어지면서 예정보다 늦게 회담이 시작됐다.
코로나19의 팬데믹 이후 대면 외교 활동을 사실상 중단한 시 주석이 외국 정상과 직접 만난 것은 약 2년 만이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2년간 영상회담과 전화 통화 등으로 빈번하게 소통해왔다.
두 정상은 이날 오후 8시(현지시간) 시작하는 베이징올림픽 개회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