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독재에 승리"…바이든, 결연한 의지로 푸틴 응징 다짐

입력 2022-03-02 16:52  

"자유는 독재에 승리"…바이든, 결연한 의지로 푸틴 응징 다짐
62분간 '대통령' 호칭 없이 푸틴 거명…'독재자'에 비유하기도
맨몸으로 탱크 막은 우크라인의 항전 의지 평가하며 연대 과시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자유는 항상 독재에 승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 밤(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 나선 국정연설에서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시종일관 직격했다.
그는 62분간 진행된 연설 내내 푸틴 대통령을 언급할 때 '대통령'(President)이라는 존칭 없이 푸틴이라고만 칭했을 정도로 '침략자'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연설의 초반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루며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한 도전을 반드시 패퇴시키겠다는 결전의 의지를 보였다. 마치 전쟁 중인 전시 대통령의 연설을 연상케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국기를 구성하는 두 가지 색(파랑과 노랑) 중 하나인 파란색 넥타이 차림으로 연단에 올랐다.
같은 시간 총탄과 포연 속에서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향해 강한 연대를 드러내는 모습이었다.
일부 상하원 의원들도 우크라이나 국기색인 파랑과 노란색 의상이나 목도리 등을 착용했으며 아예 우크라이나 깃발을 들거나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는 리본을 가슴에 단 의원들도 있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역시 파란 정장에 미국과 우크라이나 국기를 나란히 가슴에 달아 눈길을 끌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맨몸으로 러시아 탱크를 막아선 우크라이나 시민들과, 조국을 지키기 위해 군대에 자원한 학생과 퇴직 교사들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용기와 저항정신을 치하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럽의회에서 연설한 "빛이 어둠을 이길 것"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승리를 기원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연설 도중 질 바이든 여사의 초청을 받고 회의장에 참석한 옥사나 마르카로바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를 호명해 상하원 의원들의 지지를 담은 기립박수를 끌어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역사적으로 독재자들이 그들의 침략에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을 때 그들은 더 큰 혼란을 초래했다는 것을 우리는 배웠다"며 단호한 어조로 러시아에 대한 응징을 선언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심각한 오산'의 결과라고 단정한 뒤 자유세계가 그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푸틴 대통령은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해 취한 경제제재 내용과 효과를 소개하며 국제적 제재 참여국의 일원으로 한국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러시아 항공기에 대한 미국 영공비행금지, 러시아 지배층의 부정축재 재산에 대한 압류 및 이들의 범죄를 전담하는 수사기구 설치 등 새로운 제재 내용을 소개했다.
마치 앞서 공언했던 러시아에 대한 '전례없는 제재'가 빈말이 아니었음을 강조하는 듯했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그의 경고는 "푸틴은 전쟁에서 이득을 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계속해서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말로 이어졌다.
또 "이 시기에 대한 역사가 쓰여질 때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를 약화시키고, 그 밖의 세계는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적을 것"이라며 역사의 심판까지 거론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처럼 러시아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한 것은 국제사회의 경고와 호소에도 불구하고 침략 전쟁을 강행한 러시아에 대한 응징의 의미로 해석된다.
아울러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이번 사태 대응을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보고 있을 중국, 북한, 이란 등 이른바 '위험국가'들에게도 확실한 본보기를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진다.
오는 11월 예정된 중간선거를 겨냥한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 준비부족과 탈레반에 대한 정보 실패로 미군이 도망치듯 아프간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을 드러내며 미국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겼다.
이후 집권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 지지도는 곤두박질쳤고, 민주당 안팎에서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의회 권력을 공화당에 전부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결연하게 맞섬으로써 국가 지도자로서 위기 관리 능력과 유럽 국가들과의 동맹 회복을 통한 국제적 리더십, 군 통수권자로서의 지휘능력을 보여줌으로써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보인 결연한 의지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당장은 속단하기 어렵다.
계속되는 제재압박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함락시키기 위해 수도 키예프를 비롯한 주요도시에 대한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미국내 여론도 여전히 시큰둥한 상태다.
이날 발표된 로이터 여론조사에서 그의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에 대한 지지율이 전주 34%에서 43%로 상승하긴 했지만 '지지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47%로 여전히 더 높다. 또 최근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사상 최저 수주인 37%에 머물렀다.
언론은 일단 바이든 대통령의 단호한 태도에 점수를 주고 나섰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문제로 초당적 박수를 이끌어 냈다"고 했고,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와중 미국이 자유 세계의 리더라고 선언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연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마스크 없이 진행됐다. 미국에서 한풀 꺾인 코로나19 변이인 오미크론의 기세를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장면이었다.

kyungh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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