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최대 항구 오데사에선 침공 예감한 시민들 항전 준비

입력 2022-03-09 06:15  

[우크라 침공] 최대 항구 오데사에선 침공 예감한 시민들 항전 준비
중심가에 대전차 장애물·모래주머니 벽, 거리마다 철조망
전쟁 전엔 "러시아와 같은 민족" 여론 우세…지금은 "러시아는 괴물"



(파리=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 관광객들이 찾는 카페 앞에는 바리케이드가 설치됐고 그랜드 오페라 하우스 주변엔 모래주머니들이 쌓여있다.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전함 포템킨'의 명장면이 촬영된 계단은 탱크를 저지하기 위해 설치한 장애물 때문에 접근이 차단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8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침공에 대비하는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의 풍경을 이렇게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개보수를 마친 오데사 시내 중심가 푸드 코트의 가판대에서는 지난달 24일 전쟁이 시작된 이후로는 굴, 샴페인, 커피를 판매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국기와 반러시아 구호로 장식된 이곳은 군인들을 위한 기부센터로 변신했다.
가구 사업을 운영하는 자원봉사자 니콜라이 비크냔스키는 "텔레그램을 통해 의약품, 침낭, 따뜻한 옷가지 등 우리가 필요한 것을 알렸다"면서 "서방의 지원품이 오고 있지만 첫 1주일은 우리가 군인들을 도와야 했다"고 말했다.
전쟁이 터진 후 문을 닫은 식당에서 조리한 8천명분의 따뜻한 음식이 매일 이곳에서 군인들과 지역방위군 대원들에게 제공된다.


러시아군은 이미 점령한 헤르손과 오데사 사이에 있는 미콜라이우에 맹렬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 다음 단계로 오데사 공격을 준비하는 듯 러시아에 복속된 크림반도와 오데사 사이 바다를 러시아 군함들이 오가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는 이를 막을 해군력이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구 100만명의 오데사는 수도 키이우, 하르키우(하리코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도시이자 수출입 물량의 대부분을 처리하는 최대 항구도시여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올렉시 곤차렌코 오데사 시의원은 더타임스에 러시아군이 미콜라이우, 몰도바 친러 반군 근거지인 트란스니스트리아, 그리고 바다 세 방향에서 공격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4년 친러, 반러 세력간 갈등으로 수십명이 목숨을 잃는 유혈사태까지 겪었지만 오데사에는 러시아어를 사용하고 정치적으로도 친러시아 성향인 주민들이 많았다.
지난해 9월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같은 민족"이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 동조하는 오데사 시민이 68%나 됐다. 장차 러시아와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38%로 유럽과 통합해야 한다는 견해(20%)의 거의 두배에 달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180도 달라졌다. 시장인 겐나디 트루하노프가 대표적인 예다.
트루하노프 시장은 친러 성향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이 이끄는 정당 소속이었고 러시아와 밀착한 범죄혐의를 받기도 했으나 지금은 우크라이나 주권의 수호자처럼 말한다.
최근 발표한 비디오 메시지에서 그는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주민들을 보호하겠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욕설을 내뱉으며 "당신이 여기서 누구를 보호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비난했다.
더타임스도 평소라면 밤 문화를 즐기려는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붐볐을 오데사 시내 중심가는 대전차 장애물과 바리케이드로 뒤덮였고 거의 모든 거리에 철조망이 설치됐다고 이 도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해변에는 모래주머니를 높이 쌓아 만든 검문소가 세워지고 총을 든 사람들이 행인을 멈춰 세워 신분증과 휴대전화의 사진을 조사하고 있다.
더타임스 취재진이 찾은 '오데사방위사령부'에서는 불과 2주일 전만 해도 회계사, 검사, 비디오게임 디자이너 등이었던 시민군들이 전투와 응급조치 등을 훈련하고 있었다.
전쟁이 터진 후 '코브라'라고 불리게 된 25세 여성은 "우리는 여기서 싸우는 법, 구급약을 사용하는 법을 배울 것"이라면서 "우리는 싸울 것이다. 시민 각자가 우리나라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군인 46세의 해양 엔지니어 알렉산드르는 "우리는 우리의 땅과 집을 지킬 수밖에 없다"면서 "러시아인들은 괴물들이다. 우리는 살아남고 그들은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두가 공격이 임박했음을 예감하면서도 우크라이나 남성들은 '국제 여성의 날'인 8일 아내나 연인, 어머니를 위한 꽃과 선물을 챙겼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밝은색의 히아신스와 시클라멘, 튤립이 전시된 꽃가게에서 꽃을 고르던 예비군 유리는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아내와 장모님에게 여성의 날을 축하하는 꽃을 사러 나왔다"면서 "전쟁이든 아니든 여성들은 보호받고 사랑받고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cwhy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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