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 맞은 탈레반의 아프간…긴장 속 기념행사 '뚝'

입력 2022-03-09 11:21  

'세계 여성의 날' 맞은 탈레반의 아프간…긴장 속 기념행사 '뚝'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에서 엄격한 이슬람 질서를 내세우는 탈레반의 재집권 이후 처음 맞는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 기념행사들이 예년과 달리 대폭 축소됐다.
매년 아프간 곳곳에서 벌어지던 여성들의 거리 행진도 탈레반의 감시와 통제로 거의 사라지는 등 여권 추락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톨로뉴스와 외신들에 따르면 전날 수도 카불 시내에 여성 인권 운동가와 여교수, 여성 언론인 등 수십명이 모여 여성들의 교육받을 권리와 일할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이들은 "여성의 권리가 정치적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 여성은 동등한 인간으로 대우받아야 한다"며 정치·사회·경제 활동 참여 보장을 요구했다.
언론인 조합 관계자는 여성 언론인의 80%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본래 '세계 여성의 날'이 되면 수도 카불을 비롯해 주요 도시 곳곳에서 여성들이 거리 행진을 벌였지만, 작년 8월 15일 탈레반이 재집권함에 따라 올해 행사는 거의 열리지 못했다.
그동안 탈레반 대원들은 여성 시위대에게 채찍을 휘두르고, 주요 여성 운동가들을 체포·감금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한 아프간 여성 인권단체는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여성 7명이 카불의 병원에서 '헌혈'로 의지를 표명하려 했으나 탈레반이 임명한 병원장이 이를 가로막았다고 밝혔다.
해당 단체 대표 모네사 무바레즈는 "아프간 여성들과 연대를 보여주기 위해 상징적으로 헌혈을 하려 했지만, 우리가 시위한다고 생각한 병원장이 허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또 다른 여성 인권 활동가도 탈레반 때문에 예년처럼 거리에서 행사를 하지 못하고 실내 행사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탈레반이 아프간 정권을 다시 잡은 뒤 대다수 여성은 일자리에서 쫓겨나 집 안에 머무는 상황이다.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한 여성이 총에 맞아 숨졌고, 수도 카불의 광고판에 그려진 여성 얼굴은 검은 페인트로 덧칠됐으며 여성부는 폐지됐다.
탈레반 외교부는 전날 성명을 통해 "이슬람 종교와 전통에 따라 아프간 여성들의 곤경을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도 별도의 성명에서 "국제 여성의 날은 아프간 여성들이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요구할 좋은 기회"라며 여성 권리를 보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처럼 탈레반 지도부는 국제사회 비판을 인식해 여성 권리 보장을 거듭 약속하고 있지만, 현장에 배치된 탈레반 대원들은 여전히 여성을 억압하거나 통제하는 상황이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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