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 국민에 전쟁실상 문자전송 사이트 인기"

입력 2022-03-13 13:40   수정 2022-03-13 13:58

[우크라 침공] "러 국민에 전쟁실상 문자전송 사이트 인기"
폴란드 프로그래머가 웹사이트 개설…미국인 이용 많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한 웹사이트가 러시아 국민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의 실상을 알려주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일명 '스쿼드303'라고 불리는 폴란드 프로그래머들이 6일 만든 웹사이트가 서방 국민이 러시아 국민과 소통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사이트는 러시아 개인과 회사가 소유한 휴대전화 번호 2천만건과 이메일 주소 1억4천만건을 기반으로 무작위로 번호를 제공한다. 누구나 이 번호를 복사해 러시아인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사이트 첫 화면엔 "친애하는 러시아인 여러분, 그 나라의 언론은 검열을 받고 있다. 크렘린궁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무료 인터넷과 텔레그램 앱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진실을 알아보라. 독재자 푸틴을 전복시킬 시간이다"라고 러시아어로 쓴 문자가 초기값으로 설정됐다.
스쿼드303에 따르면 그간 러시아어로 된 메시지, 전쟁 영상,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공격하는 장면을 기록한 서방 언론 자료 등 수백만 건이 전송됐다. 전 세계 수천명이 사이트를 이용했으며 이중 상당수가 미국인이라고 덧붙였다.
스쿼드303이라는 이름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에 맞서 활약한 영국 공군(RAF) 내 폴란드인 비행단 303중대에서 따왔다.
사이트 주소인 '1920.in'은 1920년 구소련과 전쟁을 치르던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반격에 성공하면서 소련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던 해를 뜻한다.
러시아 휴대전화 번호 2천건으로 문자를 보냈다는 30대 미국인 타이탄 크로퍼드는 "CNN 같은 미국 방송사의 우크라이나 전쟁 보도 사진을 보냈다"라고 WSJ에 말했다.
수신자 대다수는 답이 없었고 욕설이 적힌 답장도 일부 받았으나 15명과는 대화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는 "러시아 국민이 봉기해 자국 정부가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들에게 알리려 한다"고 설명했다.
파나마 출신 데이 코레아는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의 산부인과 병원을 공격한 뒤 러시아 국민에게 무작위로 이메일 100통을 보냈다고 했다.
이후 20명한테서 답장이 왔다. 대부분 적대적인 반응이었지만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장 문자도 일부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러시아인은 이 통로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충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네덜란드인으로부터 우크라이나의 파괴 실태와 민간인 사상자 사진을 받았다는 한 30대 러시아 여성은 WSJ에 "그 장면을 보는 것이 고통스럽고 심히 걱정된다"고 했다.
문자 답장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던 한 20대 러시아 법대생은 WSJ에 당국의 보복이 우려돼 현지에선 반전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는 것을 꺼린다고 했다.
스쿼드303 대변인은 "우리의 목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디지털 검열의 벽을 뚫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하는 일과 관련해 러시아인이 세계와 현실로부터 완전히 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반전 여론을 억압하고 강도 높게 미디어를 차단하고 있다. 서방 소셜미디어(SNS) 채널인 트위터와 페이스북 접속을 막았고 러시아군에 대해 '허위정보'를 유포하면 최고 15년형까지 받을 수 있는 법도 통과시켰다.
러시아 국영 언론은 이번 침공을 '전쟁'이 아닌 '특수작전'으로 지칭한다. 현지 독립언론은 당국의 압박에 문을 닫거나 보도 활동을 멈췄다. CNN, BBC 등 해외 언론사도 러시아에서 보도를 중단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 국민 상당수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실상을 모르거나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kit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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