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아프리카는 러 민간인 공격에 왜 침묵할까

입력 2022-03-22 12:04   수정 2022-03-22 12:09

[우크라 침공] 아프리카는 러 민간인 공격에 왜 침묵할까
유엔 규탄결의에 20여개국 기권·반대·불참
독재 선망·옛 의리 지키기·비호받으려 보험들기 등 이유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민간인 피해실태가 연이어 나오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아프리카 국가들은 대체로 함구하고 있다.
이달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유엔 총회 결의안에서 아프리카 국가 17개국이 기권표를 던졌다. 아프리카 7개국은 아예 투표에 참여도 안 했고, 아프리카의 북한으로 불리는 군국주의 국가 에리트레아는 반대표를 던졌다.
미 CNN방송은 21일(현지시간) 주요 아프리카 국가가 러시아군의 민간인 공격에 침묵을 지키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는 이유를 분석했다.
먼저 러시아는 냉전 시절 아프리카에서 해방운동을 지원하면서 역사적 유대관계를 쌓았다.
옛소련은 냉전 시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반대 투사들을 훈련하고 지원했는데 남아공은 유엔 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져 러시아를 적으로 돌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지난 17일 의회 연설에서 러시아를 규탄하라는 요청을 자신은 반대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 탓에 발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러시아에 매우 적대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데 우리가 선택한 접근법은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아공은 2014년 러시아가 무력 병합한 크림반도 사태 때도 비슷한 입장이었다고 CNN은 전했다.
레미 아데코야 영국 요크대학교 조교수는 "과거 러시아의 호의가 아직 잊히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아프리카를 식민 지배한 서방국과 달리 러시아는 아프리카 대륙의 서방 영향력에 대항하는 외교력을 펼칠 여지가 더 크다는 분석과도 이어진다.
기권표를 던진 상당수 국가가 독재정권으로 독재자 푸틴 대통령에 공감한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파밍데일 뉴욕주립대 교수이자 정치분석가인 예툰데 오두그베산 오메데는 이들 국가가 푸틴 대통령의 일방적인 침공 결정을 권력과 자존심의 과시로 높이 평가한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백인이 아닌) 인류의 대다수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한다. 푸틴 대통령이 전적으로 옳다"라는 트윗을 올린 무후지 카이네루가바 중장은 36년동안 우간다를 철권통치한 요웨리 무세베니 아들이다. 아버지가 권좌에서 내려오면 아들 카이네루가바 중장이 차기 대통령직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반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이 제재를 받지 않는 등 서방의 위선에 혐오를 느껴 러시아의 편에 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아데코야 조교수는 이들 국가가 대리전에 휘말리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CNN에 "아프리카 외교에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불간섭 원칙을 유지하고 동서간 대리전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자기 나라에서 존망 위협을 받거나 일종의 혁명에 맞닥뜨릴 경우에 대비해 선택권을 열어두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례로 22년 동안 시리아를 장기 집권 중인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2011년 내전에 러시아가 핵심 지원군 역할을 하면서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아데코야 조교수는 "그들은(아프리카)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아사드 정권을 유지시키는 것을 봤다"면서 "러시아 개입이 없었더라면 아사드 정권은 오래전에 무너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기와 용병 등 교역도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중요한 요소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러시아 무기의 주요 고객 국가이고 최근 몇 년 새에는 러시아 용병들과 계약을 맺은 국가도 많아졌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6∼2020년 러시아 무기 수출액 중 18%가 아프리카에서 나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오히려 역이용해 반사이익을 창출할 기회로 삼는 국가도 있다.
오메데 교수는 아프리카에서 6번째로 많은 가스 매장량을 보유 중인 탄자니아가 이번 사태를 자국 에너지 산업이 수익을 낼 기회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사미아 술루후 하산 탄자니아 대통령은 이번 일을 가스를 수출할 시장을 찾는 기회로 본다"며 "일부 아프리카 국가는 전쟁으로 인해 경제적 충격을 받는 한편 다른 국가들은 새로운 수익 통로를 찾아 난관을 극복하려 한다"고 말했다.
kit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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