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우크라 전쟁 속 석유 카드로 미국에 '안보 관여' 압박

입력 2022-03-25 17:47  

사우디, 우크라 전쟁 속 석유 카드로 미국에 '안보 관여' 압박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를 카드로 미국에 안보·국방 지원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자국을 공격하는 후티 반군의 위협에 맞설 수 있도록 미국에 정보 공유와 작전 지원 등 안보 분야의 관여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사우디와 함께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아온 UAE도 미국이 정보 공유 확대, 연합훈련과 작전 강화를 포함한 '제도화한 관여'를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
사우디 분석가인 나자흐 알-오타이비는 AFP 통신에 "우크라이나 위기는 사우디가 가진 강력한 자산(석유)에 더 큰 영향력을 부여해 초강대국을 압박할 수 있게 했다"고 논평했다.
사우디는 꼭 7년 전인 지난 2015년 3월 26일 후티 반군을 공습하면서 예멘 내전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반군이 수도 사나를 점령하면서 수세에 몰린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의 도움 요청에 응한 것이다.
당시엔 미국 역시 예멘 내전에 뛰어든 연합군에게 물자를 지원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협력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은 사우디 왕실을 비판해온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했다.
또 사우디가 예멘 내전을 장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일부 무기 판매도 중단했으며, 인도주의 위기를 들어 후티 반군을 테러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후 예멘 내전에서 연합군을 주도한 사우디와 UAE는 예멘 반군 미사일 및 드론의 주요 표적이 됐다.

또 사우디와 UAE는 전통적인 우방인 미국보다 러시아와 한층 가까워졌고, 비(非) 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 등에서 러시아와 더 협력하는 상황이 됐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자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사우디에 석유 증산을 요구하고 나섰다.
미국은 패트리엇 미사일 시스템 등을 다시 사우디에 배치하는 등 우호적인 제스처도 취했다.
하지만 사우디는 최근까지도 미국의 증산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사우디 외무부 관리는 지난 21일 SPA 통신을 통해 세계 원유 시장 불안은 예멘 반군의 악의적인 공격 때문이며, 사우디는 가격 불안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UAE 역시 지난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 채택 투표에 기권했고, 최근에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과 정상 외교를 복원하면서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위기를 넘으려는 미국과 이런 상황을 지렛대로 삼아 이란 및 이란의 후원을 받는 후티 반군에 대한 대응력을 키우려는 사우디와 UAE 관계가 반전될지는 확신할 수 없다는 관측이 주류다.


이런 상황에 정통한 한 인사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최근 영국이 미국과 사우디 간 화해 분위기 조성을 돕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의 화해는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매우 긍정적이지만, 미국이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한 바이든 대통령이 방향을 완전히 바꾸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의 고위 관리는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도움을 주고자 한다"며 "(영국) 총리가 미국과 관계 재건에 도움을 주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최근 UAE와 사우디를 방문한 바 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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