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이코노미스트 인터뷰…"국민·영토 둘다 지키는 것 불가능하다고 인식" 해석
나토의 미온적 지원 강하게 비판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와 전쟁에서 승리하는 기준이 영토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 보호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보도된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승리란 가능한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이것이 없다면 그 무엇도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우리의 땅은 중요하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것은 통치 구역일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평화협상에서 가장 이견이 큰 돈바스 지역의 영토 주권 문제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 발 물러섰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러시아는 전쟁 이전부터 친러시아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분리·독립과, 더 나아가 러시아 연방 편입을 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로서는 영토를 실지하는 것이어서 이를 강하게 반대해왔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언급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모든 국익을 보호하려 하지만 국민과 영토를 모두 포기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음을 인정했다고 해설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그가 27일 러시아 매체에 돈바스 지역 문제에 대해 러시아와 타협을 원한다고 밝힌 뒤 나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서방에 조속한 지원을 요청하면서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나토가 5개 진영로 나뉘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멸망하더라도 이는 러시아의 국력 고갈을 의미하는 만큼 장기전을 신경 쓰지 않는 국가들을 첫번째 진영으로 꼽았다.
이어 ▲ 러시아와 교역 축소, 자국 경제 피해를 우려해 조속한 종전을 원하는 진영 ▲ 러시아 내 나치즘(극우 민족주의)의 존재를 인정하고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원하는 진영 ▲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조속히 전쟁을 끝내려는 자유주의 소국들 ▲ 러시아 연방의 유럽 사무소 격인 '부끄러운 진영'으로 나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 영국과 달리 독일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 한다면서 "독일은 러시아와 관계가 오래됐고 현 상황을 경제적 관점에서 본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등이 우크라이나에 탱크를 지원하지 않는 데 대해서는 "러시아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쏘아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러시아 제재가 선제적 성격보다 사후 대응이라며 실망감을 표했다.
러시아 최대은행인 스베르방크는 유럽의 러시아산 원유 구입대금 결제처라는 이유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되지 않았고 유럽이 러시아산 원유·가스 금수에 미온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유럽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조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화학무기 공격을 하는지에 달려있다고 들었다. 이는 옳은 접근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실험대상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 "한 달간 (러시아군) 약 1만5천명이 죽었다"며 "푸틴은 러시아 병사들을 화차의 보일러에 던져 넣는 통나무처럼 여긴다"고 비난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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