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이주노동자, 취업알선료로 10년간 수십억달러 뜯겨"

입력 2022-04-01 17:11  

"카타르 이주노동자, 취업알선료로 10년간 수십억달러 뜯겨"
"채용 비용 강요에 고금리 대출…채무에 묶여 현대판 노예 전락"
"방글라데시 노동자, 1년치 월급 모아야 채용 수수료 변제"
영국 가디언, 월드컵 앞두고 카타르 이주노동 실태 조사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 방글라데시와 네팔 출신의 저임금 이주노동자들이 지난 10년간 월드컵 개최지인 카타르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의 취업 알선료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는 카타르로 이주한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2011년에서 2020년 사이에 15억달러(약 1조8천억원)에서 많게는 20억달러(약 2조4천억원)를 뜯겼을 것으로 봤다.
또 네팔 사람은 2015년 중반부터 2019년 중반까지 4년간 3억2천만달러(약 3천900억원), 많게는 4억달러(약 4천900억원) 정도 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수치는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수많은 인권단체와 노동 전문가들이 보고한 취업알선료와 관련 비용 등에 근거해 이 매체가 계산하고 노동 인권단체가 확인한 것이다. 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이주노동자들을 포함할 경우 이 규모는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는 11월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앞둔 이번 조사 결과는 월드컵 관련 건설과 호텔 프로젝트에 고용된 인원을 포함해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노동자에 대한 착취 규모를 드러낸다고 가디언은 평가했다.
보도에 따르면 카타르에는 200만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이들 중 3분의 1을 방글라데시와 네팔 출신이 차지하는데 이들은 1인당 각각 3천~4천달러(약 360만∼약490만원), 1천~1천500달러(약 120만∼180만원) 정도를 취업알선료로 통상 지급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는 한 달에 275달러(약 33만원)밖에 벌지 못하기 때문에 이 돈을 갚으려면 최소 1년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런 취업알선료는 카타르에서는 불법이며, 방글라데시와 네팔에서는 최고 한도를 초과한 것이지만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카타르에 있는 회사나 브로커와 노동자 송출 국가의 채용 에이전트가 이주노동자들에게 본인 채용에 대한 비용을 다양한 형태로 강요하고 있다.
출국 전에 채용 에이전트에게 지급되는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노동자들은 고금리의 대출을 받거나 땅을 팔게 된다. 빚을 다 갚을 때까지 일자리를 떠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은 채무에 묶여 '현대판 노예'가 된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이주노동자가 죽는 경우에도 취업알선료를 위해 빌린 채무는 가족들이 떠안게 된다.
그런데도 수십만 명의 방글라데시와 네팔 근로자들이 걸프만과 그 인근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다. 이는 고국의 일자리 부족과 저임금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지만 장기적으로는 빚을 갚을 수 있다고 보고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타르 건설 현장에서 일자리를 얻은 한 노동자는 네팔 카트만두 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전화상으로 어린 아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면서 "제 아이들을 떠나게 돼서 슬프다. '가고 싶으면 돈을 내라'고 에이전트가 말해서 저는 15만 루피(1천230달러)를 냈다"고 말했다.
카타르 당국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2018년부터 8개국에 채용센터를 개설했으나 취업알선료는 채용 과정상 초기에 지급되기 때문에 센터가 취업알선료 지급을 제한하는 데는 별다른 역할을 못 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월드컵 지역조직위원회의 경우 2018년에 경기장 건설 계약을 체결한 업체들에 근로자들의 취업알선료를 상환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4만9천명의 근로자에게 2천850만달러(약 350억원)규모의 보상을 약속했으며 이 가운데 2천200만달러(약 260억원)가 변제됐다.
그러나 이 혜택을 받은 근로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데다 대부분은 취업알선료 가운데 일부분만 보상됐다. 나아가 이 제도는 호텔 건설 부문에서 근무하는 이주노동자의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카타르 정부는 최근 24개 채용 에이전시가 폐업하고 면허가 취소되는 등 불법 채용 관행에 연루된 기업들이 엄중하게 처벌됐다고 밝혔다.
solec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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