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체게바라' 암살사건 35년만에 단죄(종합)

입력 2022-04-07 02:21  

'아프리카의 체게바라' 암살사건 35년만에 단죄(종합)
'부르키나파소 혁명가 상카라 암살공모' 콩파오레 전 대통령에 종신형 선고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아프리카의 체게바라'로 불린 토마 상카라 전 부르키나파소 대통령의 암살 사건에 대한 단죄가 약 35년만에 이뤄졌다.
부르키나파소 군사법원은 블레즈 콩파오레 전 대통령에 대해 1987년 쿠데타 당시 그의 전임자인 상카라를 암살한 데 대한 공모 등으로 종신형을 선고했다고 AP, AFP통신 등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콩파오레 전 대통령은 지난 2014년 하야 요구 시위로 권좌에서 쫓겨나 코트디부아르에 망명하고 있어 궐석 재판을 받았다.
상카라 암살과 쿠데타 당시 콩파오레의 오른팔 격인 길베르 디앙데레 장군과 전 정보 수장 야상트 카판도도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디앙데레는 이미 2015년 또 다른 쿠데타 기도죄로 형을 살고 있고, 상카라 암살단을 이끈 것으로 알려진 카판도는 아직 잡히지 않았다.
이들은 범행을 부인해왔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재판에서 일당 14명이 상카라 전 대통령에 대한 살해 혐의로 기소됐다. 이 가운데 다른 8명도 위증과 국가안보 훼손 혐의 등에 유죄가 인정돼 각자 3년∼20년 형을 받았다.
재판정에선 선고가 이뤄지자 사건 발생 근 35년 만에 정의가 실현됐다고 환호가 터져 나왔다.
상카라 전 대통령의 부인으로 재판 과정을 줄곧 지켜본 마리암 상카라는 "우리가 요구했던바 정의와 진실이 이뤄졌다"면서 이번 판결은 부르키나파소에서 정치 폭력의 종식에 대한 생각거리를 많은 사람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록 코트디부아르가 송환하지 않는 이상 콩파오레가 실제 종신형을 살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많은 부르키나파소인이 이번에 그가 유죄를 받은 것만으로도 승리로 받아들이고 있다.
혁명가 상카라 살해 사건은 부르키나파소의 '흑역사'였다.
한때 상카라의 동지였던 콩파오레가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27년간 좌파 아이콘인 상카라에 대한 언급 자체가 금기시됐다.
상카라는 열정적인 마르크스-레닌주의자로 서구의 신식민주의와 위선을 맹렬히 공격했다.
재임 기간에는 각 분야에서 기간산업 국유화 등 급진적 개혁을 단행했다.

가난한 농부들에게 땅을 배분하는 토지 개혁을 단행해 면직물 생산력을 끌어올렸다. 자신을 포함한 공무원의 급여를 깎고 정부의 호화 벤츠 자동차들을 없앴으며 고위 관료들은 운전기사를 두지 못하게 했다. 그 스스로 대통령이 되기에 앞서 장관일 때는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했다.
특히 교육에 집중해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국민의 비율을 1983년 13%에서 1987년 73%로 끌어올렸다. 여성할례와 일부다처제 및 강제결혼 금지 등 여권 신장에도 힘썼다.
그는 소아마비 대중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아프리카에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의 위험성을 첫번째로 인지한 대륙 지도자 중 한 명이었다.
프랑스 식민지 때 쓰인 '오트 볼타'라는 나라의 이름을 '부르키나파소'로 바꾼 것도 상카라였다. 부르키나파소는 현지 듈라어 등으로 '정의로운(정직한) 사람들'을 뜻한다.
그는 '의식의 탈식민화'를 주창해 아프리카 좌파와 젊은 층에서 인기가 높았으나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은 그를 싫어했다.
그는 33세의 육군 대위로 권좌에 오른 후 4년 남짓한 1987년 10월 15일 암살됐다. 그와 동료 12명이 집권 국가혁명회의 모임 중 암살단에 의해 살해될 당시 상카라는 가슴에 최소 7발의 총탄을 맞았다고 탄환 전문가들이 재판에서 밝혔다.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 후 정치적 혼란을 많이 겪은 부르키나파소에선 지난 1월 24일 또 쿠데타가 발생해 로슈 카보레 전 대통령이 축출됐다.
이로 인해 한때 중단됐던 상카라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그러나 폴 앙리 산다오고 다미바 군정 지도자가 헌정을 회복시키면서 재개됐다.
sungj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