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1.25→1.50% 또 인상…4%대 인플레 '불 끄기'(종합3보)

입력 2022-04-14 13:27   수정 2022-04-14 13:39

기준금리 1.25→1.50% 또 인상…4%대 인플레 '불 끄기'(종합3보)
미국 빠른 긴축 가능성도 고려한 듯…작년 8월 이후 1.00%p↑
금통위 의장대행 "올해 물가 4% 근접·성장 2%대 중후반"…한은 전망 수정 시사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이지헌 김유아 기자 = 한국은행이 총재 공석 상태에서도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 1월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기준금리를 올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14일 오전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1.25%인 기준금리를 1.50%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앞으로 국내경제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일부 영향을 받겠지만 수출이 여전히 견실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민간소비도 개선되면서 회복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해서는 "지난 2월 전망치(3.0%)를 다소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물가와 관련해서는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4%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올해 상승률도 2월 전망치(3.1%)를 크게 상회할 것"이라며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에너지 제외)도 상당 기간 3% 내외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서 2월 한은은 올해 GDP 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각 3.0%, 3.1%로 예상했지만, 이날 금통위 경기 진단으로 미뤄 향후 수정 전망에서 성장률은 낮추고 물가 상승률은 높일 가능성이 커졌다.
금통위는 금리 인상 배경과 향후 방향에 대해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2020년 3월 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고, 같은 해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이후 무려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지난해 8월 26일 마침내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며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 시작을 알렸다.
기준금리는 이후 같은 해 11월과 올해 1월, 이날까지 최근 약 8개월 사이 0.25%포인트씩 네 차례, 총 1.00%포인트 올랐다.
금통위가 총재 부재,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경기 하강 우려 등에도 불구하고 전격적으로 추가 인상을 결정한 것은 무엇보다 최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무려 4.1% 뛰었다. 4%대 상승률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은의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값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9%에 이르렀다. 한 달 새 0.2%포인트 또 올랐는데, 2014년 4월(2.9%) 이후 7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다.
이날 의장(한은 총재) 대행으로서 회의를 주재한 주상영 금통위원도 기자간담회에서 "2월 말 금통위 (동결 결정)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내외 경제 금융 여건에 큰 변화가 발생했다"며 "특히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총재 공석에도 불구하고 저희(6명 금통위원)가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과 관련해 "대략 연간으로 4% 또는 그에 근접한 수준으로 상승률이 올라갈 것"이라고도 했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선언한 새 정부와의 정책 공조도 고려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금통위 회의에 앞서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하며 "4%대 물가 충격에 대응할 뿐 아니라,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가 물가안정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선언한 만큼 정책 공조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이른바 '빅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금통위 결정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이날 금통위 회의 이전까지 한국의 기준금리는 미국보다 0.75∼1.00%포인트 높은 상태였다. 하지만 예상대로 연준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빅 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고, 이후 몇 차례만 0.25%포인트 또는 0.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높여도 수개월 사이 미국이 더 높은 상태로 역전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었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 수준이 미국과 같거나 높더라도 차이가 크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과 급격한 원화 가치 하락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금통위 입장에서는 지난해 8월 미국 등 주요 선진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다시 격차를 미리 더 벌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주 위원은 한·미 기준금리 역전과 관련해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과 자본 유출 압력을 발생시키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양호하기 때문에 대규모 자금 유출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날 0.25%포인트 인상으로 일단 미국 연준 기준금리(0.25∼0.50%)와 격차는 1.00∼1.25%포인트로 커졌다.
이날 금통위는 향후 경기 둔화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주 위원은 "금통위 의견이 이전보다 좀 더 다양해졌다. 물가를 보면 (금리를) 좀 더 높여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동시에 경기 하방 위험도 커졌기 때문"이라며 "오늘은 물가 상방 위험에 좀 더 중점을 뒀지만 앞으로는 물가 상방 위험뿐 아니라 성장 하방 위험도 함께 종합적으로 균형 있게 고려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성장률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공급 차질 등으로 성장률이 조금 낮아져도 2%를 훨씬 넘는, 적어도 2%대 중후반은 될 것"이라며 "물가가 다소 높더라도 이 정도 성장한다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의장(한은 총재) 없이 열린 이날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6명 금통위원 '전원 일치'로 의결됐다. 의장 대행을 맡은 대표적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주 위원은 예상대로 개인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지만, 인상 쪽에 표를 던졌다.


shk99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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