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 없어도…4%대 물가·미국 긴축 압박에 기준금리 전격 인상

입력 2022-04-14 10:00   수정 2022-04-14 13:38

총재 없어도…4%대 물가·미국 긴축 압박에 기준금리 전격 인상
한은 "물가 상승률 당분간 4%대…올해 3.1% 크게 웃돌 것"
수개월 내 한·미 금리 역전 고려한 선제적 인상 성격도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이지헌 김유아 기자 = 시장에서는 동결과 인상 전망이 팽팽했지만, 결국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14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또 올렸다.
4%를 넘어선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예상보다 빠른 긴축 가능성, 새 정부와의 정책 공조 등을 고려할 때 한은 총재(금통위 의장) 공석이나 경기 둔화 등을 이유로 인상을 다음 달까지 미룰 여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 역대급 인플레 압력…10년여만의 4%대, 기대인플레도 약 8년만에 최고
무엇보다 최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지표는 물가안정을 제1 목표로 삼는 한은이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무려 4.1% 뛰었다. 4%대 상승률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은의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값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9%에 이르렀다. 한 달 새 0.2%포인트 또 올랐는데, 2014년 4월(2.9%) 이후 7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더구나 이런 물가 급등세가 단기간에 진정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
한은은 지난 5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유, 곡물 등 원자재가격 상승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연간 상승률도 기존 전망치(3.1%)를 크게 웃돌 수밖에 없다는 게 한은의 시각이다.
지난 1일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도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관련 질문에 "상반기의 경우 부득이하게 한은의 예상(3.1%)보다 높아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미 지난 2월 24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도 이런 물가 급등 등을 이유로 대다수 금통위원은 향후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 물가 최우선' 새 정부와 정책 공조, 미국 '빅 스텝' 가능성도 부담
새 정부와의 정책 공조 측면에서도 금통위가 인상 필요성을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앞서 6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물가를 포함한 민생안정 대책을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라"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지시한 바 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금통위에 앞서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하면서 "4%대 물가 충격에 대응할 뿐 아니라, 윤 당선인과 인수위가 물가안정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선언한 만큼 정책 공조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연준의 이른바 '빅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커진 점도 인상론에 명분을 더했다.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의 회의 참석자들은 "특히 인플레이션 압력이 올라가거나 강해진다면 향후 회의에서 한 번 이상의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금통위의 인상으로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미국보다 1.00∼1.25%포인트 높은 상태다. 하지만 예상대로 연준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빅 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고, 이후 몇 차례만 0.25%포인트 또는 0.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높여도 수개월 사이 미국이 더 높은 상태로 역전될 수 있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 수준이 미국과 같거나 높더라도 차이가 크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과 급격한 원화 가치 하락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 후보자도 최근 한미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에 대해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속도가 빠를 것이기 때문에 격차가 줄어들거나 역전될 가능성은 당연히 있다"며 "반드시 자본이 금방 유출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금리 격차가 커지면 원화 가치가 절하될 텐데, 그것이 물가에 주는 영향을 조금 더 우려하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면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로 올라섰고, 정치권도 물가 상승을 민감하게 바라보는 분위기"라며 "더구나 미국 외 유럽, 호주 등 주요국 중앙은행마저 긴축을 고려하는 상황"이라고 인상 전망 근거를 설명했다.

shk99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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