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땐 공정위 고발사건 모두 경찰에…기업부담 가중 우려

입력 2022-04-17 06:03  

'검수완박'땐 공정위 고발사건 모두 경찰에…기업부담 가중 우려
'검찰총장에 고발' 공정위 소관 공정거래법 등 줄줄이 개정해야


(세종=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을 의결한 공정거래사건 수사도 모두 경찰 손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때 법 위반 정도가 중대할 경우 공정위가 검찰총장에 고발하도록 규정한 관련 법을 줄줄이 추가 개정해야 하는 것은 물론, 경찰의 광범위한 수사로 기업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검찰총장에 고발' 명시 공정거래법 등 줄줄이 손봐야
17일 국회 등에 따르면 민주당이 발의한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인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검찰은 공정위가 고발한 공정거래 사건을 수사할 수 없다.
개정안은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6대 중요 범죄'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없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검찰의 수사권이 박탈되는 경제범죄에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표시·광고법, 가맹사업거래법 등 공정위 소관 법률 위반 행위가 포함된다.
문제는 공정거래법 등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공정거래 사건은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을 명시함과 동시에 '공정위가 법 위반의 정도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중대해 경쟁 질서를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검찰총장에게 고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법 집행의 공백을 막으려면 '검찰총장에게 고발해야 한다'를 수사 권한을 가진 '경찰청장에게 고발해야 한다'로 관련 법 규정을 줄줄이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공정거래법 전문가는 "형사소송법이나 검찰청법만 고친다고 검수완박이 되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접점이 워낙 많아서 보완해서 고쳐야 할 법령이 부지기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추가 법 개정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는 없지만, 검수완박 법안부터 처리한 후 개정이 필요한 나머지 법안을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전속고발제의 취지가 훼손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대식 한국경쟁법학회장(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검찰이) 기소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공정위가) 고발하는 것"이라며 "검찰이 사건 정보를 갖고 결국 기소를 해야 하는데 만일 경찰에 (공정위 고발 사건이) 바로 가버리면 경찰이 수사하고 (사건을 검찰에) 안 보내버리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속고발제를 유지하며 공정위 고발을 인정하는 취지가 몰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경찰 수사 전문성 우려…기업 부담 가중 지적도
검찰이 공정거래 사건 수사에서 손을 떼게 될 경우 법조계가 가장 많이 우려하는 지점은 경찰수사의 전문성 부분이다.
공정거래 사건은 일반 사건과는 달리 행위 사실뿐만 아니라 관련 시장에 미치는 반경쟁적 효과까지 입증해야 해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까지 해마다 중요 공정거래범죄 80∼100건가량을 직접 수사해왔다. 이 때문에 공정거래 수사에서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해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구속기소한 사건이 검찰의 전문성이 드러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서울중앙지검은 공정위가 고발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 부당지원 사건을 수사하던 중 법률·회계 검토를 통해 수천억원대 자금 횡령까지 밝혀냈다.
다만 경찰도 그간 경제범죄 수사 경험을 다수 쌓아온 점을 고려할 때 경찰의 전문성이 검찰보다 낮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전문가들은 검찰과 경찰의 인력 규모를 비교할 때 경찰 수사로 인한 기업 경영 활동의 위축이 더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인력은 다 합쳐야 20명도 안돼 처리 사건 수의 한계 때문에 중요 사건만 처리해왔다"며 "여태까지 (검찰의) 인력 제한 때문에 광범위하게 수사하지 못했던 것이 풀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 수사 대상이 되는 기업이나 자영업자가 엄청나게 많아질 가능성이 있어 사회적으로 상당한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대식 교수는 "경찰은 검찰보다 관할·수사 범위가 넓어 기업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며 "경찰의 수사 프로토콜이 검찰보다 통합돼 있지 않은 점에서 (기업은) 어느 경찰서에서 어떻게 수사될지 전혀 예측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bob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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