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거래 끊으려 기술자료 타사에 넘긴 쿠첸…과징금 9.2억원

입력 2022-04-20 12:00   수정 2022-04-20 12:12

하도급거래 끊으려 기술자료 타사에 넘긴 쿠첸…과징금 9.2억원
공정위, '윗선 지시' 못 밝혀내 법인과 실무자만 검찰 고발


(세종=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주방 가전기업 쿠첸이 하도급 단가 인상을 요구하는 하도급업체(수급사업자)와 거래를 끊을 목적으로 그로부터 받은 기술자료를 다른 업체에 넘긴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하도급법을 위반한 쿠첸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9억2천200만원을 부과한다고 20일 밝혔다.
아울러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대한 위법성의 인식 정도, 실행의 적극성 및 정도, 위반행위 기간, 의사결정의 주도 여부 등을 고려해 쿠첸 법인과 차장급 직원 1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첸은 하도급업체에 단위 물품들의 제조를 위탁하고 이를 납품받아 밥솥 등의 주방용 전자기기를 최종 조립해 판매해왔다.
쿠첸은 납품 승인 목적으로 2015년 11월∼2018년 11월 하도급업체 A사로부터 인쇄 배선 기판 조립품 기술자료 13건을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쿠첸은 A사와의 거래를 끊을 목적으로 이 자료들을 2018년 3월∼2019년 1월 4차례에 걸쳐 제3의 업체들에 넘기는 등 다른 목적으로 부당하게 사용했다.
구체적으로 2018년 3월 쿠첸은 A사의 경쟁업체인 B사를 신규 협력사로 등록하기 위해 A사의 기술자료를 B사에 넘겼다.
이후 A사가 하도급 물품 단가 인상을 요구하자 거래처로 바꾸기 위해 B사와 또 다른 업체 C사에 A사의 기술자료를 전달했다.
쿠첸은 내부적으로 A사와의 거래 규모는 25%에서 0%로 단계적으로 축소할 것을 계획했고, 구매팀 내부에서 "(단가 인상을 요청하는) A사에 끌려다닐 수 없으니 업체 변경을 지속해서 추진하자"고 논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목적으로 쿠첸은 A사의 기술자료를 C사가 사용할 수 있도록 다시 전달했고, 결국 A사와의 거래는 2019년 2월께 종료됐다.
공정위는 쿠첸이 거래상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하도급업체로부터 받은 기술자료를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여러 차례 부당하게 유용한 점, 신규 경쟁업체를 협력업체로 등록시키고 거래처를 변경하는 목적을 달성한 점, 기존 하도급업체와는 거래를 단절하게 된 점에서 위법행위의 부당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도 쿠첸은 2015년 11월∼2018년 12월 A사를 포함한 6개 하도급업체에 부품 제조를 위탁하고 해당 부품 제작과 관련된 기술자료 34건을 요구하면서 사전에 기술자료 요구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됐다.
공정위는 직권조사를 통해 쿠첸의 이 같은 위법행위를 적발했다.
다만 실무자로부터 '일부 행위는 윗선에 보고했다'는 진술을 받아내고도 윗선의 지시 여부는 밝혀내지 못해 이는 향후 검찰 수사 몫으로 남게 됐다.
안남신 기술유용감시팀장은 "(검찰에 고발한 실무자는) 구매팀의 관리자로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고 직원들에게 수급사업자의 자료 공문 등을 보내며 (법 위반 행위를) 주도한 부분이 드러나 검찰에 고발하게 됐다"며 "대표이사와 임원의 지시나 계획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아 부득이하게 실무자를 고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윗선 지시 여부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밝혀질 수가 있다"며 "검찰이 또 다른 행위자도 고발을 의뢰하는 경우 공정위 쪽에 통보가 오고 공정위가 검찰에 다시 고발한다는 공문을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도급법상 기술자료 유용 행위의 벌칙 조항에 '하도급대금의 2배에 상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만 규정돼 처벌의 실효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안 팀장은 "기술자료 유용 관련 부분은 대부분 정액 과징금으로 하다 보니까 세부적으로 (벌금의 기준이 되는) 하도급대금을 산정하지 않았다"며 "하도급법에 징역형도 포함해야 하지 않느냐 논의도 있지만 아직은 (법에) 들어가 있지 않다"고 말했다.
bob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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