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걸고 왔다"…반전 상징 된 베네치아비엔날레 우크라관

입력 2022-04-22 09:40  

"목숨걸고 왔다"…반전 상징 된 베네치아비엔날레 우크라관
일부 작품 도착 못했지만 정상 개관…폐쇄된 러시아관과 대조
우크라관 큐레이터 "전쟁통 키이우서 1주일 운전해 전시…예술 필요한 때"


(베네치아=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세계 최고 권위의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미술 올림픽'으로도 불린다.
각국이 대표 작가를 내세워 자체 전시를 꾸미는 국제 경연장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81개국이 비엔날레에 도전장을 내밀고 자국이 자랑하는 현대 미술의 정수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비엔날레 역시 전 세계 현대 미술에 영향력이 큰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전통적으로 인기있는 국가관이 예외 없이 많은 관람객을 끌어모으는 분위기다.
하지만 올해는 특별히 관심을 끄는 곳이 있다. 협소한 공동 전시 공간에 몇 안 되는 작품을 전시했음에도 유독 인기몰이를 하는 우크라이나 국가관이다.
옛 조선소를 개조한 전시장 '아르세날레' 내에 터키, 싱가포르, 페루 등과 함께 한 건물을 빌려 쓰는 우크라이나관은 20일(현지시간) 사전 공개 직후부터 전 세계 언론과 미술 관계자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우크라이나관은 사전 공개 이틀째인 21일 현재까지도 완전한 상태가 아니다. 전쟁으로 작품 운송에 차질이 생긴 탓이다.


직사각형 모양의 작은 전시관 한편에 자리한 유리관에는 '작품이 운송 중'이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미술 역시 전쟁의 상흔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듯하다.
우크라이나관의 전시 주제는 '고갈된 분수'(The Fountain of Exhaustion)다.
2월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의 집중 포격을 받은 하르키우 출신 작가 파블로 마코프(63) 작품이다.
정삼각형으로 배치된 78개의 청동 깔때기를 통해 물이 맨 위에서부터 캐스케이드 식으로 흐르는 조형물이다.
우크라이나관 큐레이터 마리아 란코에 따르면 이 작품은 우크라이나가 1991년 소련 연방에서 독립한 후 민주주의 쟁취를 위한 민중의 투쟁을 시각화한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끊임없이 진화한 이 작품을 이번 비엔날레에 재소환하기로 한 결정은 전쟁 전에 이뤄졌다.
하지만 전쟁이 터지면서 이 작품은 올해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품은 '반전(反戰)의 상징'이 됐다.
전쟁이 일어나면서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렬해지고 명료해진 셈이다.


란코는 21일 연합뉴스에 "마코프가 우크라이나의 민주주의를 걱정한 30년 전의 시대 상황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작품이 주는 강렬한 메시지는 지금도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란코는 전쟁 와중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차를 직접 운전해 베네치아까지 왔다고 한다. 한주 가까이 소요된 험난한 여정이었다.
고갈된 분수의 작가 마코프도 전쟁으로 하르키우의 집에 숨어 있다가 목숨을 걸고 가족과 함께 탈출해 최근 베네치아에 도착했다고 한다.
란코의 목표는 오직 하나였다고 한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정상적으로 전시관을 열어 전쟁의 비극을 알리는 것이었다.
란코는 "예정대로 전시를 진행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그들(러시아)과 다르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역설적으로 지금이 예술이 중요하고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아르세날레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또 하나의 비엔날레 전시구역인 '자르디니' 내의 러시아관은 지금도 문이 굳게 닫혀있다.
러시아 예술가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해 올해 비엔날레 불참과 함께 러시아관 폐쇄를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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