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본점서 614억원 횡령이라니…우리은행 내부통제 도마에(종합)

입력 2022-04-28 16:08   수정 2022-04-28 18:40

은행 본점서 614억원 횡령이라니…우리은행 내부통제 도마에(종합)
기업 매각대금 관리 직원이 6년간 빼돌렸는데도 '깜깜'
금감원, 즉시 수시검사 돌입…뒷북 대응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오주현 기자 = 자금 관리 체계가 가장 엄격해야 할 시중은행에서 이례적으로 600억원대 대형 횡령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사건이 발생한 우리금융이 강조해온 ESG(환경·사회적·기업지배구조) 경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금융감독원도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곧바로 수시 검사에 들어갔다.

◇ 2012년부터 6년간 횡령…기업 매각대금 빼돌려
28일 금융권과 경찰 등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전날 내부 감사를 통해 직원의 수백억원대 횡령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해당 직원은 10년 넘게 우리은행에서 재직한 사람으로, 구조 개선이 필요한 기업을 관리하는 기업개선부에서 일하면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세 차례에 걸쳐 614억원을 인출해간 사실이 파악됐다.
횡령금은 옛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려던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으로부터 몰수한 계약금(578억원)이 대부분인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은행은 2010∼2011년 당시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을 주관했으며, 계약이 불발되자 이를 도맡아 관리해왔다.
엔텍합을 소유한 이란 다야니 가문은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기 위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채권단에게 계약금을 지급했는데, 당시 계약이 불발되자 계약금은 채권단에 몰수됐다.
이후 다야니 측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서 이겨 약 730억원을 돌려받게 됐는데, 송금은 그간 대이란 제재로 인해 이뤄지지 못했다가 올 초 미국의 특별 허가에 따라 가능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 측이 횡령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횡령에 사용된 계좌는 2018년 마지막으로 인출이 이뤄진 직후 해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직원은 전날 저녁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직접 자수했으며, 현재 수사를 받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세부적 내용에 대해 자체 조사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수사기관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 "통제 심한 은행 본점 600억원대 횡령은 매우 드문 일"
아직 우리은행 횡령 사건의 구체적 방법 등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세간의 이목을 끌고 증시에도 충격을 준 오스템임플란트[048260] 횡령 건과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 이모(45)씨는 지난해 3월부터 8차례에 걸쳐 회사자금 2천215억원을 횡령해 일부 금액을 주식에 투자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오스템임플란트 뿐 아니라 지난해 말 이후 강동구청(115억원), LG유플러스[032640](수십억원), 계양전기[012200](246억원), 클리오(22억원) 등의 크고 작은 횡령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번 횡령은 일반 제조업체 등이 아니라, 고객의 돈을 맡아 관리하는 만큼 가장 자금 관련 통제가 엄격해야 할 제1금융권 은행에서 발생해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횡령 규모도 은행 금융 사고로서는 매우 드물 만큼 큰 액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입사한지 10여 년인데, 은행 지점도 아니고 본점 내부에서 60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가 났다는 얘기는 이번에 처음 들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 역시 "은행권에서 이 정도 규모의 횡령은 아주 오래전 말고는 없었다"라면서 "2000년대 초반 시중은행 횡령 사건이 발생한 적 있는데, 그 이후로는 굉장히 큰 금액"이라고 말했다.
2005년 국민은행과 조흥은행에서 850억원 규모의 양도성예금증서(CD) 횡령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금융당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에서 발생한 금전사고는 ▲ 사기 8건(6억8만원) ▲ 배임 3건(41억9천만원) ▲ 횡령유용 16건(67억6천만원) 등이었다.
이처럼 은행 금전사고 규모는 단일 건이나 합계로 많아야 수십억원 정도였다. 따라서 이번 우리은행의 600억원대 횡령 액수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작년 사기 사건이 가장 많은 은행은 KB국민은행(4건, 4억7천만원)이었고, 배임과 횡령 사고는 NH농협은행(1건, 41억9천만원)과 하나은행(3건, 35억9천만원)에서 비교적 많이 발생했다.

◇ 우리금융 ESG경영 차질 불가피…내부통제 문제가 핵심
지난해 완전 민영화를 계기로 올해부터 공격적인 성장 전략을 펼치려던 우리금융은 이번 횡령으로 장애물에 마주하게 됐다.
일단 최근부터 강조해온 ESG 경영에는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사회적 책임이나 내부통제 등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ESG 부문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에 따라 ESG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등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이번 횡령 사건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커지게 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조직에서 기업을 매각할 때는 업무, 지출, 회계 담당이 모두 나뉘어 상호 확인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면서 "이번 횡령 사고 발생은 내부통제 시스템 문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부문을 늘리는 등 외부 확장에 시동을 걸었지만, 당장 내부부터 되돌아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내부통제 시스템 문제로 확인되면 임원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위험 요인이다.
과거 금융당국은 거액 횡령 사건이 발생했던 국민·조흥은행의 당시 은행장 등에게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은행 임직원이 당 국의 중징계를 받으면 향후 연임과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이번 사건 횡령이 이뤄지고 있었던 당시 은행장을 살펴보면 2011년∼2014년 이순우 전 우리금융 회장, 2015∼2017년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2018∼2019년 손태승 현 우리금융 회장 순이다.
손 회장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해 '내부통제 미흡'을 이유로 2020년 3월 금감원의 중징계를 받았지만, 지난해 8월 법원이 이를 취소하는 판결을 내리며 연임 가능성을 어렵게 살려냈다.
그러나 은행장으로 재직했던 시절 대규모 횡령 사건까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내부통제 미흡 문제로 간부가 책임져야 하게 되면 당시 은행장들은 줄줄이 징계를 받을 수 있다.

◇ 금융당국, 우리은행 수시검사 착수…뒷북 대응 지적도
금융당국은 이번 횡령사고의 규모나 방식 등이 예사롭지 않은 것으로 보고, 우리은행에 대한 검사에 바로 착수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우리은행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며 "수시검사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사를 통해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할 것"이라며 "(횡령 금액이) 적지 않은 금액이며, 은행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도 했다.
금감원의 개편된 검사 체계에 따르면 금융사고, 소비자 보호, 리스크 등 사안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수시 검사가 진행된다.
하지만 이번 우리은행 직원의 횡령 사고에 대해 금감원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직원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00억원이 넘는 거액을 횡령하는 동안 금감원은 우리은행에 대해 수차례 부분 또는 종합 감사를 했음에도 이런 문제를 적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매년 각종 다양한 검사를 하면서 금융사 내부 통제를 강화한다고 했는데 정작 대형은행의 거액 횡령 사건조차 잡아내지 못했다는 건 일종의 직무 유기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ku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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