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선거하나?" 역대 가장 관심없는 홍콩행정장관 선거

입력 2022-05-08 10:50   수정 2022-05-09 16:36

"오늘 선거하나?" 역대 가장 관심없는 홍콩행정장관 선거
친중 진영 위주 조용한 유세…대중 무관심 속 인터넷 검색량 저조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부처님 오신 날이자 '어머니의 날'인 8일 홍콩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온한 일요일을 맞았다.
사람들의 발걸음은 해변 등 유원지와 사원 등으로 향했고, 인터넷은 어머니의 날 각종 할인 행사 판촉이 장악했다.
이날이 제6대 홍콩 행정장관 선거일이라는 것은 사람들의 관심사 밖이다. 홍콩을 5년간 이끌 행정수반을 뽑는 선거이지만 선거는 시민과 동떨어진 모양새다.
홍콩 당국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7천명의 경찰을 선거 장소인 완차이의 컨벤션센터와 주요 지역에 배치해 경계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휴일을 맞아 산으로 바다로 나들이 나가는 시민들에게 경찰의 경계 강화는 '딴 동네일'로 보여진다.
한 30대 홍콩인은 연합뉴스에 "오늘 어머니의 날이라 엄마를 만나러 갈 것"이라며 "오늘 선거를 하는지도 몰랐다. 누가 관심 있냐"라고 말했다.
홍콩인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행복한 어머니의 날"이라는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존 리(64) 전 정무부총리가 단독 입후보한 홍콩 행정장관 선거는 1천461명 선거위원회가 간접선거로 뽑는다.
인구 740만명인 홍콩에서 0.01%도 안 되는 극소수만 참여하는 체육관 선거인 데다 중국 정부가 낙점한 단일 후보가 출마해 일찌감치 당선이 예고된 상황이라 선거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관심은 극도로 낮은 상황이다.
이번 선거는 중국이 '애국자'만 출마할 수 있도록 홍콩의 선거제를 개편한 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행정장관 선거이며, 지난해 9월 선거를 통해 새롭게 꾸려진 선거위원회도 친중 진영이 완벽하게 장악한 상태다.
그로 인해 이번 행정장관 선거는 역대 가장 조용하게 치러지고 있다.
홍콩의 코로나19 5차 확산으로 애초 3월 27일이었던 선거가 이날로 연기됐고, 그 과정에서 유력 주자 중 누구도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다.
선거를 한 달 앞둔 지난달 9일에야 중국 정부의 낙점을 받은 리 전 부총리가 출마를 선언했고 다른 경쟁자는 나서지 않으면서 그는 사실상 출마 선언과 동시에 당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는 치열했던 지난 두 차례 홍콩 행정장관 선거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앞서 2007년과 2012년 행정장관 선거에는 민주 진영 후보가 출마하거나 친중 진영에서도 후보가 복수로 나와 유세 과정부터 불꽃이 튀었고 선거도 뜨거운 열기 속에 치러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세도 거의 없었고, 인터넷에서 선거에 대한 관심도 실종됐다.



홍콩 명보는 이번 행정장관 선거에 대한 구글 검색량이 저조하다고 전했다.
명보는 구글에서 '존 리'에 대한 일일 검색량은 최고치가 33%에 불과했으며, 지난주에는 6%께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구글 일일 인기 검색어 순위에서 '존 리'가 톱10에 랭크된 마지막 날은 그가 공약을 발표한 지난달 29일로, 조회 수 1만여 건으로 3위에 올랐다.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황제후이는 "선거 유세 기간 존 리는 인터넷 일일 인기 검색어 순위에 이름을 올리는 데 실패했다"며 "그는 자신의 생각을 대중에 이해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존 리는 향후 대대적인 개혁을 꾀하고 있는데 핵심은 지도자의 능력이 아니라 사회 모든 분야가 밑바닥에서부터 협력하느냐 여부"라며 "존 리가 태도를 바꿔 대중과 더 많이 접촉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리 전 부총리는 대부분의 유세를 온라인을 통해서 하고 오프라인 유세는 친중 진영과 주택 문제 해결 등을 바라는 서민층 위주로 진행했다. 이에 반대 진영이나 젊은 세대를 포용하려는 노력이 없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는 유세 기간 주요 언론과 인터뷰도 하지 않았다. 최근 온라인 매체들이 공동 주최한 온라인 질의응답에 참여한 것이 전부다.
브루스 루이 홍콩 침례대 선임강사는 명보에 "선거 기간 존 리가 언론에 비우호적이었다고는 보지 않지만 그가 기자들을 대할 때 보인 어조나 몸짓을 보면 그의 언론에 대한 태도는 바뀌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리 전 부총리는 정무부총리로 재직하면서 홍콩국가보안법을 적극 집행해 반중 매체 빈과일보 등이 자진 폐간하도록 압박했다. 또 언론의 자유는 절대적인 게 아니라고 강조해왔다.
루이 강사는 "중국 정부는 홍콩 언론을 국가안보 수준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으며, 존 리의 언론에 대한 태도는 행정장관 취임 후에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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