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는 지금] 51일만의 외출…발길 닿는 곳마다 봉쇄의 상흔

입력 2022-05-19 13:57  

[상하이는 지금] 51일만의 외출…발길 닿는 곳마다 봉쇄의 상흔
유일하게 문 연 마트도 초청장 없이 못 들어가
자동차 '증발'한 도로엔 자전거만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아파트 정문을 지나 인적이 사라진 동네 거리를 걷고 또 걸었다. 그렇지만 도무지 문을 연 가게를 찾기가 어려웠다.
동네 미니 슈퍼에서 과일가게, 제과점, 커피숍, 세탁소, 음식점, 스마트폰 판매점, 부동산 중개소, 은행 지점에 이르기까지. 가게와 영업점 앞에는 예외 없이 출입을 막는 통제선이 드리워져 있었다.
마치 증발해버린 것처럼 자동차가 사라진 도로 위로는 가끔 자전거와 오토바이들이 오가고 있을 뿐이었다.
봉쇄 51일 만인 18일 오후 처음으로 당국이 발급한 외출증을 받아 거리에 나가 볼 수 있었다.
중국 '경제수도' 상하이의 발길이 닿는 곳곳마다 봉쇄의 상흔이 여실했다. 간선 도로 곳곳엔 아직도 주민의 이동을 막는 장애물이 흉물처럼 놓였고, 전철 입구의 셔터는 모두 내려져 있었다.
인적이 사라진 거리 한복판에 서 있자니 옛 문명의 흔적을 남긴 유적지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까지 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자 상하이시가 지난 16일부터 주민들의 제한적 외출을 허용되는 하는 등 점진적으로 정상화한다고 발표했지만 막상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아직 많지 않았다.
도시에 아직 생기가 돌지 않는 근본 원인은 당국이 여전히 2천500만 시민 다수의 외부 활동을 금지하면서 기본적으로 봉쇄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상하이시는 18일에 접어들어 지역별로 주민들에게 출입증을 배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은 봉쇄 해제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출입증은 각 가구당 일주일에 두 장씩 발급된다. 한 장의 출입증을 써 가구당 한 명만 3시간 동안 나갈 수 있고 단지에 돌아오면 이를 회수한다. 두 번 외출하고 나면 당분간 더는 외출할 수 없는 방식이다.

기자가 동사무소 격인 주민위원회에서 발급받은 출입증 뒤편 '주의사항'에는 "정해진 시간 안에 돌아오지 않으면 다음에 출입증을 발급해주지 않는다"는 경고 문구가 쓰여 있다.
또한 원거리 이동을 막기 위해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갖고 나갈 수 없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밖에 없다.
시 당국이 16일부터 슈퍼마켓, 음식점, 쇼핑몰 등 필수 업종 영업을 허용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문을 열고 오프라인 영업을 하는 상점이나 상업 시설은 극소수여서 일부 시민들이 밖에 나가도 필요한 식료품을 직접 사기가 매우 어려운 상태다.
길에서 바퀴가 달린 장바구니를 끌고 가는 한 중년 여성을 만났다. 그는 "봉쇄 후 오늘 처음 밖에 나와 동네를 한 시간을 돌아다녔지만 문을 연 가게를 하나도 찾지 못했다"면서 텅 빈 장바구니를 끌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동이 허용된 말단 행정구역인 가도(街道) 안에서 유일하게 문을 연 대형 마트인 까르푸 매장에 가 봤지만 거기서도 장을 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매장 앞을 지키고 선 방역복 차림의 공안들이 까르푸가 발급한 '초청장'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다면서 찾아오는 주민들을 계속 돌려보내고 있었다.
'초청장'은 각 지역 주민위원회를 통해 각 아파트 단지에 공급되고 있다고 하는데 무슨 기준으로 누구에게 얼마나 돌아가고 있는지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한참을 더 걸어 문을 연 편의점 하나를 찾았지만 이곳도 온라인으로 들어온 주문만 받고 있어 물건을 살 수는 없었다. 직원 두 명이 정문 앞에 산더미같이 쌓인 상자를 이리저리 뒤져가며 주문받은 물품들을 봉지에 담으면 배달 기사들이 와서 하나씩 가져가는 식이었다.
"이젠 집에서 출퇴근을 할 수 있느냐"고 묻자 직원은 편의점 문 앞에 널린 빨래를 가리키면서 "집에 못 간 지 3주도 더 넘은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이곳처럼 현재 중국에서 문을 연 일부 슈퍼마켓, 음식점, 편의점, 공장 등은 직원들이 직장에서 숙식하는 '폐쇄식 관리'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각 가정에서 누군가 밖에서 나가 일을 하기 위해서는 가족과 기약 없는 생이별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테슬라 상하이 공장에서는 지난 4월 19일부터 한 달째 8천명의 근로자들이 우선 복귀해 공장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아놓고 숙식하며 지내고 있다. 다음 조로의 '근무 교대'는 한 달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겨우 얻은 제한적인 외출 권리조차 언제 다시 빼앗길지 몰라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한국 교민들도 많이 사는 상하이 민항구는 18일부터 가장 안전한 것으로 분류된 '방어구역' 주민들의 제한적 외출을 허용했다가 이날 밤 돌연 모든 외출을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전날 인터넷에서는 주민 외출이 시작된 전날 민항구의 한 대형 슈퍼마켓에 인파가 몰려들어 입구에서 큰 혼란이 빚어진 모습이 담긴 영상이 퍼졌는데 이에 놀란 민항구 당국이 주민 외출을 다시 금지했다는 말이 돌고 있다.

상하이가 봉쇄를 서서히 완화해 6월부터는 전면적인 정상화를 추진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지만 주민들은 언제 예전의 삶을 되찾을 수 있을지 불안해하고 있다.
봉쇄 기간에는 당장 먹을 것을 구하는 것이 문제였지만 봉쇄 해제를 바라보는 이젠 더욱 절박한 생계의 문제가 닥쳐오고 있다.
까르푸 앞에서 만난 20대 의류 사업가 쾅씨는 "봄옷을 만들기 위해 사서 쌓아 놓은 원단은 이제 못 쓰게 됐고, 봉쇄가 곧 풀려도 시기가 늦어 여름옷 시즌에 맞출 수가 없게 됐다"며 "너무나 지쳐서 희망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상하이의 한 기자는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서 "TV에서 상하이가 조업을 재개한다고 발표했지만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는 데까지는 아주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아마도 올해 말까지도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3월 전의 상태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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