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라 작가 英 부커상 낭독회 참석…사인 받으러 기다린 관객들

입력 2022-05-23 02:02   수정 2022-05-23 05:16

정보라 작가 英 부커상 낭독회 참석…사인 받으러 기다린 관객들
26일 시상식…"사회가 젊은 사람들에게 더 잔혹해져"
작가·안톤 허 번역가 '팀 저주토끼' 티셔츠 맞춰 입어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부커상 낭독회가 끝난 뒤 한 중년 남성이 보라색 표지의 '저주토끼' 영어판을 들고 정보라 작가의 사인을 받으러 헐레벌떡 뛰었다.
이 남성은 정 작가의 뒷모습을 가리키며 기자에게 "저 사람이 '보라'가 맞느냐"고 확인하고는 급히 달려갔다. 행사 관계자들이 이용하는 건물 출구에서 기다리다가 순간 놓친 듯했다.
옆자리에 앉은 대학생은 행사장에서 정 작가의 사인을 받을 기회를 잡으려고 애쓰다가 결국 아쉬워하며 로비로 나갔다.
인도 델리의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며 지금은 킹스 칼리지 런던에 교환학생으로 와 있다는 이 여학생은 '저주토끼' 책을 꺼내 여기저기 형광펜으로 밑줄 그어둔 부분을 보여주며 기자의 의견을 묻기도 했다.
한국어를 배우진 않았지만 한강 등 한국 작가의 작품을 읽어봤으며, '저주토끼'는 카프카 소설과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친숙하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관객석엔 '저주토끼'만 손에 든 관객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이날 오후 런던 템스강변 사우스뱅크센터 퀸엘리자베스홀에서 개최된 낭독회는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자들이 작품 한 구절을 읽고 사회자와 질의응답을 하는 행사다.
아르헨티나 클라우디아 피네이로, 인도 지탄잘리 슈리, 일본 가와카미 미에코가 직접 참석했고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폴란드 올가 토카르추크, 노르웨이 욘 포세는 영상으로 갈음했다. 이 중 단편은 '저주토끼' 뿐이다.


정보라 작가와 안톤 허(허정범) 번역가는 영어판 책 표지에 쓰인 보라색이 들어가고 영어로 '팀 저주토끼'(Team Cursed Bunny)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맞춰 입고 첫 순서로 나섰다.
정 작가는 '저주토끼'에 수록된 단편 중 '몸하다'에서 주인공이 첫선을 보는 대목을 우리 말로 낭독했고 이어 번역가 안톤 허가 영어로 같은 내용을 읽었다.
주인공이 처음 본 선 상대에게 아이의 아빠가 돼주겠냐고 묻는 부분에서 낭독이 끝나자 객석에선 큰 웃음이 터졌다.
질의응답에서 사회자는 "젊은 주인공들이 겪는 어려움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정 작가는 "살해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사회자가 "과거에 비해 세계가 젊은 주인공들에게 가혹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고 묻자 정 작가는 "사회가 더 잔혹하게 굴고 있고 우리 때보다 지금 더 심한 것 같다"고 답했다.
정 작가는 행사 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가 젊은 사람들을 경쟁으로 몰아가고, 능력이 있어야 살아남는 것이 원칙인 것처럼 교육한다"며 "태어났다면 누구나 기본적 삶을 누릴 권리가 있는데 공부하라고 잠을 못자게 하고, 날씬해야 한다며 밥도 못 먹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은 경험과 그에서 나오는 지혜, 시간을 들여 쌓을 수 있는 물질적 자원이 없는 상태여서 더 취약한데 그렇게 몰아붙이면 정말 불행해진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며 "20대 때 쓴 작품들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에 질문 내용을 주지 않았으며, 예상하지 못한 독특한 질문이었다"고 덧붙였다.

번역가 안톤 허는 질의응답에서 "번역을 하면서 다양한 향미를 얹으려고 했다"며 "정 작가의 글은 번역을 뚫고 나오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주요 서점에 책이 주요하게 전시돼있는 등 반응이 좋은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부커상 수상자는 26일 현지시간 밤에 발표된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콩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며 2019년까지 맨부커상으로 불렸다. 2005년 신설된 인터내셔널 부문은 비영어권 작가들의 영어 번역 작품을 대상으로 하며 상금(5만 파운드·한화 약 8천만원)은 작품에 공동 기여한 작가와 번역가에게 균등하게 지급된다.
2016년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로 처음 수상했다.
지난해 수상작의 경우 판매량이 5배로 뛰었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여름 독서 목록에 올리기도 했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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