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전쟁' 탓 식량·에너지난 넘어 지구촌 생계위기 닥친다

입력 2022-06-10 11:30   수정 2022-06-10 11:40

'푸틴 전쟁' 탓 식량·에너지난 넘어 지구촌 생계위기 닥친다
곡물·화석연료 잡고 겁박…반세기만 스태그플레이션 경고
빈국일수록 국민 생활고 가중…식량난 일부지역선 생사위기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충격파가 에너지, 곡물 시장을 넘어 글로벌 경제 전반을 직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특히 반세기 만에 가장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닥쳐 개발도상국이나 빈곤국, 거기에서도 가장 취약한 계층의 생사를 위협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온다.
9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팬데믹이 완화 국면에 접어들며 회복 기대를 모았지만 2월 말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어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유엔은 전날 발간한 글로벌 위기대응 보고서에서 '퍼펙트 스톰'(여러 악재가 한꺼번에 맞물린 복합적 위기) 때문에 94개국에서 16억명이 생계에 위협을 느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전쟁 여파에 푸틴 자원 통제까지 겹쳐 불안 증폭
농업대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농산물은 전쟁 여파로 판로를 잃어갔다.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는 설상가상으로 파종을 하지 못해 향후 작황이 더 나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러시아의 원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제재 때문에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 같은 자원 수급 불균형을 서방을 압박하는 데 이용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유가, 가스값 상승에 이익을 높여가면서 서방에 대한 자원 공급을 차단해 불안을 조장했다. 흑해를 봉쇄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막아 식량위기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에너지, 식량 공급부족에 짙은 불확실성까지 겹쳐 세계 경제전망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8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 등의 이유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포인트 내린 3%로 제시했다. 전날 세계은행(WB)도 1월에 발표한 경제성장 전망치를 4.1%에서 2.9%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 반세기만의 스태그플레이션…세계인 생계위기 부채질할 듯
특히 세계은행은 1970년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주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해 물가가 올라가지만 생산 위축으로 성장률은 부진할 때 벌어지는 일로,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세계 경제가 심한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은 적은 없었다.
세계은행은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상당하고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가 불안정한 결과를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성장률이 낮은 가운데서도 물가가 지속해서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금융·통화정책을 함부로 건들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유동성을 조정하고자 금리를 올렸다가 자칫 경기침체가 심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고, 그렇다고 경기를 끌어올리고자 돈을 풀자니 물가가 더 오르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실제 타격은 정책입안자가 아닌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고스란히 전가된다. 경기침체는 대량실업으로 이어질 수 있고 고물가는 실질임금이 삭감되면서 생활비는 더 비싸지는 고통을 뜻한다.
◇ 빈국일수록 국민 생활고 더 심해진다
특히 운용할 정책 수단이 제한적이고 선진국 영향을 크게 받는 개도국이나 빈곤국에는 양면적인 영향이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선진국으로 가는 수출이 현지 경제를 지탱하고 있기에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취약하고, 상당한 규모의 국가채무를 지고 있는 이들 국가 입장에서는 경기침체 중에 금리까지 오르면 상환 여력이 떨어지게 진다.
1970년대 말 스태그플레이션 때 주요 선진국이 물가 억제를 위해 금리를 급격히 올림에 따라 1980년대 초 신흥국과 개발도상국(EMDE)에서 일련의 금융위기가 촉발하는 데 주요한 요인이 됐다는 게 WB의 지적이다.
최근 전 세계 주요국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분위기다.
경제난에 시달리던 스리랑카는 지난달 18일부터 기한 내에 국채 이자를 내지 못하면서 공식적인 디폴트 상태로 접어들었다.
세계은행은 별도 개입이 없는 경우 연쇄 디폴트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앰허스트대학교의 자야티 고시 경제교수는 지난해 FP에 실은 기고문에서 "개발도상국은 오래간 선진국의 거시경제 정책에 따른 파급효과에 휘둘려왔다"고 말했다.

◇ 우크라 식량의존도 높은 곳은 당장 '생사 갈림길'
경기충격을 둘째치고 우크라이나에 식량 의존도가 높은 중동, 아프리카 국가 등 주민이 떠안아야 할 먹고사는 문제는 생사를 가를 정도로 심각해졌다.
4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닥친 북동부 아프리카에서는 최근 배고픔에 허덕이다 죽어가는 아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2년간 이어진 코로나19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가가 급등한 상태에서 최악의 가뭄까지 닥치면서 곡물과 식용유 등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9일 낸 보고서에서 식량 가격 상승이 내년 이후에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수입국들이 치솟는 국제 식량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식량 수입 비용이 상승하면서 개발도상국이나 빈곤국이 식량 수입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FAO는 전했다.
여기에 식량 안보불안이 커짐에 따라 수출국이 먹을거리를 국경 안에서 틀어쥐는 '식량 보호주의'가 확산하면서 지구촌 식량 위기를 더욱 키우는 악순환이 벌어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식량 안보, 에너지, 금융시장에 대한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은 체계적이고 심각하며 가속화하고 있다"며 "향후 수개월, 수년간 생명과 생계를 구하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kit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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