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동시다발 덮치는 각종 인플레…한국도 지갑만 얇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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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6-11 05:30  

지구촌 동시다발 덮치는 각종 인플레…한국도 지갑만 얇아진다

지구촌 동시다발 덮치는 각종 인플레…한국도 지갑만 얇아진다

"월급 빼고 다 올라 점심에 커피 한잔도 부담"…너도나도 한숨

우크라전 장기화에 전방위 물가 압박…스태그플레이션 걱정↑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회사 주변 식당에서 1만원 이하 점심은 찾아보기 어렵고 커피까지 마시면 한 끼에 최소 1만5천원이 들어요.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실감이 갈수록 커져요."

서울 종로로 출근하는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이라는 말이 피부에 와닿는다"며 이같이 푸념했다.

런치플레이션은 점심(런치)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합한 신조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약해지며 재택근무 대신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접하는 점심 물가가 눈에 띄게 뛴 것을 가리킨다.

미국 동부의 매릴랜드주에 사는 켈리 야우 맥클레이는 최근 CNN방송에 "런치플레이션은 100% 진짜로, 모든 것이 비싸졌다"며 "이전에는 7~12달러(8천800~1만5천원)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15달러(1만9천원) 이하로는 괜찮은 점심을 절대 먹을 수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각국의 대규모 재정지출과 기후변화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여파까지 더해지면서 지구촌에 드리운 인플레이션 먹구름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반도체 공급난 등으로 자동차 가격이 오르는 카플레이션, 우유 가격이 인상되면서 우유를 재료로 쓰는 빵과 커피 등 관련 제품 가격도 줄줄이 오르는 밀크플레이션 등이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됐다.



◇ 런치·에코 플레이션도…코로나19·기후변화·전쟁이 키운 인플레

주요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애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로, 곡물 등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일반 물가도 오르는 현상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조사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2014~2016년 평균 100 기준)는 5월 157.4포인트로 1년 전보다 22.9% 상승했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3월(159.7)보다는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작년 5월보다 5.4% 올라 거의 14년 만에 5%대를 기록했다.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밀가루 등 가공식품 물가는 7.6% 뛰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에코플레이션(Ecology·환경+인플레이션)도 경계 대상이다. 에코플레이션은 가뭄이나 폭염, 태풍 등 자연재해로 농산물 재배에 차질을 빚어 물가를 끌어올리는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선 올해 들어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 수준에 그치면서 밭작물이 피해를 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양파 도매가격(15㎏ 상품)은 평균 2만20원으로 1년 전의 2배가량 됐다. 감자 도매가격(20㎏ 상품)은 평균 4만160원으로 62% 뛰었다.

미국과 프랑스, 아프리카 북동부 등 세계 곳곳의 가뭄으로 작물 재배가 타격을 받고 있어 식량 공급 차질 악화와 추가 가격 상승 우려가 나온다.

에너지(Energy)발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이(E)플레이션도 강해지고 있다.

최근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한 것을 비롯해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에너지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올해 들어 25% 넘게 오르며 전국 평균 L당 2천원대를 보이고 있고, 경유 가격은 지난달 24일에 사상 처음으로 2천원을 넘은 뒤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발전 비용 증가에 프랑스, 영국, 싱가포르 등이 잇따라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한국전력은 3분기에는 국내 전기료 인상도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정부가 이를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쥐어짠다'는 뜻인 스크루(Screw)가 들어간 스크루플레이션도 다시 등장했다. 물가는 뛰는데 임금 등 소득은 늘지 않아 가계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따라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 50년 만에 스태그플레이션 오나…경기·물가 걱정 갈수록 커져

경기는 침체에 빠지고 물가는 뛰는 스태그플레이션이 1970년대 말 오일 쇼크 이후 50여 년 만에 다시 소환되고 있다.

지난 7일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 4.1%에서 2.9%로 낮추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공급망 차질,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세계 경제) 성장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많은 국가가 경기 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은행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예상치를 4.5%에서 3.0%를 하향 조정하고 회원국들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4.4%에서 8.8%로 대폭 높였다.

마티아스 코먼 OECD 사무총장은 "전 세계 국가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면서 "이는 인플레 압력을 키우며 실질 소득과 지출을 억제하고 경기 회복을 꺾는다"고 지적했다.



한국도 그 영향권에 있다. OECD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7%로 낮추고 물가 상승률 예상치는 2.1%에서 4.8%로 상향 조정했다. 우리나라 1분기 경제는 전 분기 대비 0.6% 성장하는 데 머물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6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해제로 우리 경제는 서비스업이 부진에서 반등했으나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경기 회복세가 약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며 경기도 둔화하자 우리나라에도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잠재성장률 이상의 성장이 예상돼 그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진단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9월 코로나19를 감안한 2021~2022년 잠재성장률은 평균 2.0%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kms123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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