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라인부터 R&D까지 반도체 인력난…대학·현장간 '미스매치'도

입력 2022-06-10 18:24  

생산라인부터 R&D까지 반도체 인력난…대학·현장간 '미스매치'도
20대 구직자, IT·소프트웨어 분야 선호에 반도체 채용난 가중
3교대·지방근무 꺼려 전국적으로 고른 배치도 어려운 현실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 여부 주목…지방불만 해소·野협조 관건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김기훈 김철선 기자 = "반도체 산업은 시간과의 싸움인데 이공계 학과 출신이더라도 현장에서 제 몫을 하려면 2~3년의 실무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반도체가 뭔지도 모르고 입사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반도체 관련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할 수 있는 사람은 더더욱 찾기 힘들고요."
'반도체 강국'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하소연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인력이 매년 3천명, 향후 10년간 3만명이 부족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반도체 기업들은 생산라인에서부터 연구개발(R&D)까지 전 분야에 걸쳐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생산라인은 통상 고교 및 전문대 졸업자, 기술사무직은 4년제 대학, 제품 개발 등 R&D 분야는 석박사급 인력을 주로 뽑는데 기업들은 그중에서도 학부 출신 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학부 출신들은 반도체 설비나 설계, 공정, 관리 등을 담당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 4년제 대학 전자공학과에서 1년에 6천500여명 정도를 뽑는데 학생들이 전자공학 내에서도 반도체 분야는 학습량도 많고 실습도 해야 하므로 전공으로 잘 선택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학부에서 반도체 전공자가 적다 보니 대학원 진학자도 자연스레 줄고, 반도체 과목을 가르칠 교수도 찾기 힘든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이 배출하는 인력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 간에 출발부터 '미스매치'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하려면 박사급의 고급 기술인력도 절실하지만 이 역시 채용하기 쉽지 않다.
반도체의 본고장인 미국이나 일본에서 공부한 박사급 인력들은 국내 기업으로 곧바로 오기보다는 현지에 취업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창한 반도체협회 부회장은 "반도체는 물리적 한계에 다다를 정도로 극한 기술단계에 와 있다"면서 "시스템 IC는 5나노에서 3나노로, D램은 14나노에서 13나노 등으로 극복해야 하는데 이런 기술 극복을 위해서는 전자, 전기, 재료, 화학, 기계 등 전반에서 고급 인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인력난은 중소·중견기업일수록 더욱 심각하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은 "대기업들은 그나마 신입사원을 많이 뽑아서 재교육 과정을 거치지만 중소·중견 기업은 곧바로 현장에 투입해야 한다"면서 "더욱이 중견 기업 직원들은 2~3년 뒤면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일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000660]의 경우 현재 경기 용인시 원삼면 일대 약 448만㎡(약 135만평) 규모의 부지에 120조원을 들여 4개의 반도체 팹(공장)을 건설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을 추진 중이다. 반도체 팹 1개를 운영하는 데는 약 3천명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팹 4개 운영에 1만2천명, 지원부서 인력 3천명 등 1만5천명을 사업 추진 일정에 맞춰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우선 2025년 초 1기 팹을 착공해 2027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어서 당장 4년 이내에 3천700여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채용에 나서고 있다. 올해는 1천여명 안팎을 뽑을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업계가 시설 투자를 늘리면서 앞다퉈 구직 공고를 내고 있지만, 최근 20대 구직자들이 정보통신(IT)이나 소프트웨어(SW) 쪽을 더 선호하면서 반도체 구인난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젊은이들은 반도체 회사의 3교대 근무 조건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면서 "과거에는 반도체 회사 간에 인력 쟁탈전을 벌였다면 이제는 IT나 SW 업체와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직원들이 수도권 이외 지역에 있는 공장에 가기를 꺼리는 점도 기업들의 고민이다.
모 기업의 한 관계자는 "지방 공장에 배치하면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직원들도 많다"고 토로했다.
반도체 인력난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만은 수년 전부터 1만명 반도체 전공생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중국도 약 5년 전부터 1년에 20만명씩 반도체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현재 우리 정부도 대학 반도체 관련 정원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첨단산업 인재 양성을 위해 수도권과 지방 대학 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수도권 인구 집중을 막기 위해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손질하거나 재학생 '융복합 전공'을 활용하는 방안 등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직전 문재인 정부 때도 'K반도체' 육성 정책을 통해 인력난을 풀려고 시도했지만, 수도권정비계획법에 걸려 해결하지 못했다"면서 "이번 정부에서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방에서는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등 첨단학과 증원을 검토하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지방대의 위기를 더 재촉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데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설득해야 해 향후 대책을 마련해 관철시키기까지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지방의 불만을 어떻게 다독이고, 또 야당의 협조를 끌어낼지 주목하고 있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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