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울∼울릉, 3년6개월 뒤엔 7시간→1시간…울릉공항 건설 순항중

입력 2022-06-12 11:00   수정 2022-06-12 16:01

[르포] 서울∼울릉, 3년6개월 뒤엔 7시간→1시간…울릉공항 건설 순항중
국내 최대 해상 매립 공항…1.2㎞ 활주로 15분에 1대씩 항공기 이·착륙
'케이슨 공법' 첫 도입…대형 콘크리트구조물 30개 바다에 넣어 부지 다져
국토부 "작지만 짜임새 있는 공항으로 건설"…울릉군 "인프라 확충 노력"



(포항·울릉=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3년 6개월 뒤 울릉공항이 완공되면 서울에서 KTX와 배로 7시간을 가야 만날 수 있는 울릉도가 1시간 거리로 가까워집니다."
2025년 준공, 2026년 1월 개항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는 울릉공항이 본격적인 터 다지기 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공항 조성을 위한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울릉공항 건설은 울릉도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자 정부가 연륙교가 없는 도서 지역의 교통편의 등을 위해 추진하는 7개의 소형공항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속도가 빠른 사업이다.
국토교통부 기자단은 지난 8∼10일 울릉공항이 들어서는 울릉도 사동항 일대와 공항 부지 조성을 위해 바다에 놓는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케이슨)을 제작하는 경북 포항시 영일만항 현장을 방문해 공사 진척 상황을 살펴봤다.

◇ '멀고도 험한' 울릉도 가는 길…서울서 KTX 2시간30분 + 여객선 4시간
울릉도에 입도하려면 대부분은 강릉항이나 묵호항, 후포항, 포항항 등에서 여객선을 타고 3∼4시간을 뱃길로 가야 한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경우라면 그 전에 이미 각 항구까지 KTX를 이용해 2시간 안팎을 이동했어야 한다.
기자단은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2시간 33분을 달려 포항항에 도착한 뒤 버스로 포항여객선터미널로 이동해 쾌속선 '썬라이즈호'에 올랐다.
포항항에서 울릉도 도동항에 입항하기까지 4시간 조금 넘게 걸린 뱃길은 생각보다 험했다.



배를 탄 날은 파고가 그리 높지 않은 편이었음에도 4시간 중 1∼2시간은 배가 롤러코스터를 타듯 위아래로 크게 출렁여 배 안에는 멀미하며 속이 좋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다음날 다시 이 배를 타고 뱃길로 4시간을 또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울릉도 출장이 그리 만만하진 않을 것이라던 주변의 말이 떠올랐다.
서울에서만 약 7시간이 걸리는 멀고 험한 길이지만,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은 매년 40만명에 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외출을 꺼리던 지난해에도 30만5천959명이 울릉도를 찾았다.
도동항에서 만난 한 관광객은 기자단이 울릉공항 취재를 위해 방문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울릉도가 좋아 세 번째 방문하는 건데 힘든 뱃길이 아니라 하늘길이 열리면 더 편안하고 빨리 올 수 있을 것 같다"며 "언제 공항이 생기느냐"고 묻기도 했다.

◇ 2026년 개항하면 15분에 한대씩 항공기 뜨고 내려…"하루 2천명 이용"
울릉공항은 2013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2015년 기본계획 고시와 2017년 기본설계에 이어 2019년 12월 시공사 선정(DL 이앤씨 컨소시엄)을 마치고 2020년 11월 공사에 착수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현재 울릉공항 건설공사의 공정률이 20%를 넘었으며 연말까지 32%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릉공항은 울릉도 남쪽에 있는 사동항 일원에 50인승 소형 항공기가 취항할 수 있는 소형공항으로 계획됐다.



계류장에는 여객기 6대와 경비행기 4대, 헬기 2대 등을 수용할 수 있다.
활주로에는 15분에 1대씩 항공기가 뜨고 내리도록 해 1시간에 8대씩, 매일 약 2천여명이 공항을 이용할 수 있도록 운용할 계획이다.
특히 육지와 이어지는 바다를 메워 짓는 공항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매립 공항으로 건설되는 중이다
정부는 2025년 3분기까지 총사업비 7천92억원을 투입해 1.2km급 활주로와 계류장, 여객터미널, 부대시설 등을 완성하고 그해 4분기 시험 운영을 거쳐 2026년 정식 개항한다는 시간표를 제시했다.
활주로와 계류장 운영은 국토부(부산지방항공청)가, 여객터미널 등 부대시설은 한국공항공사가 맡는다.
국토부는 울릉공항이 개항하면 기존 서울∼울릉 간 소요 시간이 1시간 안팎으로 크게 단축돼 울릉 주민의 교통 복지가 크게 향상되고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이 연간 30만∼40만명대에서 100만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 국내 최대 해상매립 공항…'케이슨 공법' 첫 도입
울릉도에는 긴 활주로가 필요한 공항이 들어설 만한 평지가 없다.
이 때문에 울릉공항은 육지와 연결된 해안의 바다를 매립해 공항 부지를 다지고 그 위에 활주로를 짓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해안에 공항 부지를 마련하기 위해 울릉공항 건설에는 국내 최초로 '케이슨 공법'이 도입된다.
케이슨은 10∼12층 높이의 아파트 3개 동을 합친 규모의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사동항 방파제 바깥쪽 해상에 케이슨 30개를 일렬로 바다에 넣어 방파제처럼 만들고 그 안쪽을 토사로 채워 공항 부지를 마련할 예정이다.



해상매립에 필요한 토사(915만㎡)는 공사 현장과 맞닿은 해발 198m 높이의 가두봉을 30개월 동안 절취해 확보한다.
바다에 설치된 케이슨은 대부분 바다에 잠기지만, 4m 정도의 높이는 수면 위에 노출된다.
수면 위에 노출된 4m의 케이슨 위에 다시 약 20m의 토사를 다져 수면에서 23∼24m 높이의 공항 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공정 중 하나다.
일단 23∼24m 높이의 터가 넓게 다져지면 이곳에는 1천200m 규모의 활주로와 계류장, 여객터미널, 주차장 등의 건설이 시작된다.
최종화 부산항공청 공항시설국장은 "2020년 전국에 큰 피해를 입힌 태풍 마이삭 때 최대 파고가 16m였다"며 "공항 부지는 200년 만에 한 번 오는 큰 파도에도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 공항부지 다지는 '케이슨' 제작·안전한 설치가 '핵심'
울릉공항에 쓰일 케이슨은 현재 포항 영일만항에 있는 DL 이앤씨 케이슨 제작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가장 먼저 제작된 케이슨은 이미 사동항 앞바다에 지난달 19일 도착해 제자리를 찾았고, 2번·3번 케이슨은 영일만항 앞에 거치돼 울릉도로 갈 채비를 마쳤다. 4번 케이슨은 제작장에서 제작을 마쳤고, 현재 현장에서는 5번·6번·7번 케이슨 제작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DL 이앤씨 케이슨 제작장의 지석용 부소장은 "울릉공항 건설에 필요한 30개 케이슨 가운데 연말까지 15개의 제작을 완료하고, 11개를 현장에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릉공항이 들어서게 될 바다는 평균수심이 23m, 최대 수심은 31m에 달한다.
이 때문에 케이슨의 크기도 놓일 자리의 수심에 맞게 높이 18m(1개), 20.5m(8개), 24m(11개), 27.5m(6개) 등으로 7개 타입으로 제작된다.



27.5m짜리 케이슨(1만6천375t급)은 국내에서 제작된 케이슨 가운데 가장 큰 것이다.
케이슨은 공항의 지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수형 DL 이앤씨 울릉공항 현장소장은 "케이슨이 놓일 자리는 잠수부들이 직접 바닷속으로 들어가 바닥을 평평하게 고르고, 안정성이 확인된 뒤에 견고하게 놓는다"며 "케이슨은 자체 하중만으로도 수중에서 안정적으로 고정되기 때문에 다른 추가 조치는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포항에서 울릉까지 케이슨을 옮기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약 120㎞ 거리를 1만∼1만6천400t(톤) 무게의 케이슨을 바다에 띄워 예인선으로 끌고 가야 하는데 안전한 운반을 위해서는 시속 5∼6㎞ 속도로 끌면서 약 52시간을 가야 현장에 도달한다.
현장 관계자는 "케이슨을 울릉공항 현장까지 옮기려면 5일 연속으로 파고가 1.5m 이하인 기상이 양호한 날이 확보돼야 해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 동안만 이동 작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거두봉 절개 위한 우회도로 개통 '눈앞'…울릉군 "인프라 확충 계획"
울릉공항 현장에서는 이미 지난달 도착해 자리를 잡은 1번 케이슨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높이 18m인 1번 케이슨은 수심이 14m인 곳에 놓여 물 위로 4m 정도가 노출돼 있었다.
1번 케이슨 왼쪽으로 29개의 케이슨을 더 놓는 작업을 하면서 케이슨과 사동항 방파제 사이에 있는 바다 공간을 거두봉을 절취한 토사로 매립해 공항부지를 다진다.

이수형 현장소장은 "거두봉을 절취해 얻을 수 있는 토사량이 공항 부지를 위한 바다 매립에 필요한 토사량과 같아 외부에서 추가로 토사를 반입하지 않아도 공항 부지 마련이 가능하다"며 "이달 거두봉 절취 작업을 위한 우회도로인 '사동터널'이 개통되면 관련 공사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항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주민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김규율 울릉군 부군수는 "울릉공항은 군민의 숙원 사업이다. 공항이 문을 열면 울릉 주민들의 교통편의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반겼다.
김 부군수는 이어 "공항이 생기면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정부와 함께 도로 및 숙박·편의시설 등 인프라 확충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종완 국토부 공항정책관(국장)은 "울릉공항은 정부가 추진 중인 7개의 신공항 가운데 최초로 착공해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사업이자 그간 인천공항까지 15개의 공항을 국내에 건설하는 과정에서 쌓은 노하우와 아쉬움 들을 집약해 짓는 공항"이라며 "작지만 편리하고 짜임새 있는 공항으로 건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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