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기술·기술' 강조한 이재용…유럽서 본 삼성 초격차 우려

입력 2022-06-18 12:19  

'기술·기술·기술' 강조한 이재용…유럽서 본 삼성 초격차 우려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핵심 기술경쟁 심화 강조
반도체·배터리·전장 챙겨…핵심기술 확보, 인재 영입 확대할 듯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12일간 유럽 출장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기술'을 세 차례나 강조한 것은 반도체와 배터리 등 미래 전략산업에서 글로벌 기업 간 핵심 기술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경쟁사가 넘볼 수 없는 '초격차 기술'을 중시하며 메모리반도체 산업을 세계 정상으로 키웠지만, 시스템반도체와 전기차용 배터리, 자동차용 전장 등 미래 산업에선 차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최근 삼성은 앞으로 5년간 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 총 4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유럽에서 더욱 치열해진 기술경쟁 현장을 목격하고 온 이 부회장이 앞으로 인재와 기술력 확보에 사력을 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오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 부회장은 출장 소회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시장의 혼동과 불확실성이 많은데, 우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오고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며 "그다음에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고 말했다.
그간 이 부회장은 삼성만의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지만, 이처럼 수사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런 발언은 이 부회장이 이번 유럽 출장에서 목격한 산업 현장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년 만에 떠난 이번 해외 출장에서 이 부회장은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 전장 등 삼성이 미래 산업으로 키우고 있는 핵심 산업들을 점검했는데, 기술 강국인 유럽 내 전략적 파트너사들을 만나며 삼성 역시 삼성만의 차별적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다시금 느낀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업체 ASML 본사를 방문해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와 마틴 반 덴 브링크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ASML 경영진을 만났다.
ASML은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의 초미세 반도체 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독점 생산하는 업체로,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EUV 장비 확보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 부회장이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찾은 것은 2020년 10월 이후 20개월 만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이번 방문에서 미국 인텔과 대만 TSMC 등 반도체 경쟁사들의 도입 경쟁이 가속화 하는 차세대 EUV 노광장비 '하이 뉴메리컬어퍼처(NA) EUV' 설비를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올해 초 인텔은 ASML의 양대 고객인 TSMC와 삼성전자보다 먼저 이 장비에 대한 도입 계약을 맺었고, TSMC도 최근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 역시 이 장비 도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파운드리를 비롯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까지 세계 정상에 올라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파운드리에선 TSMC, 시스템반도체에선 퀄컴 등 기존 강자에 여전히 점유율에서 밀리고 있다.
차세대 EUV 도입 경쟁 심화와 미래 반도체 연구개발 현장을 목격한 이 부회장이 향후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등 삼성 반도체 사업에서 기술력 확보와 인재 영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헝가리에 있는 삼성SDI[006400] 배터리 공장도 방문하기도 했다.
삼성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을 하는 삼성SDI 최윤호 사장이 지난 7일 이 부회장과 함께 같은 전세기를 타고 출장길에 올랐다.
삼성SDI 헝가리 공장은 BMW, 폭스바겐 등 유럽 완성차 고객사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는 생산기지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핵심 고객사인 BMW 경영진과도 회동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전기차 배터리 기업이었지만, 공격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급성장한 후발주자 SK온에 밀려 3위로 뒤처졌다.
배터리 업계에선 삼성SDI가 시설 투자에 보수적이고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달리 그룹 차원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 부회장이 직접 해외 배터리 생산기지를 방문하고 전략 파트너사까지 만나며 배터리 사업에 대한 삼성의 의자가 재확인됐다는 평이 나온다.
이미 경쟁 구도가 굳혀진 리튬이온 전지보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인 '전고체 전지' 분야에서 삼성SDI가 투자와 연구개발을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외에도 이 부회장은 2016년 인수한 전장기업 '하만'의 차량용 오디오 브랜드 '하만 카돈'도 방문해 전장사업 경쟁력 강화와 차세대 기술 연구개발 상황을 점검했다.
지난달 삼성은 향후 5년간 반도체·바이오·신성장 IT(정보통신)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4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이 투자 계획에 대해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는데, 이 부회장이 강조한대로 반도체와 배터리, 전장 등 사업 분야에서 삼성의 기술력 강화 움직임이 앞으로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이번 발언은 4차 혁명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기술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기술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M&A)이나 인재 영업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전망했다.
kc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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