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400㎞ 떨어진 러시아땅…일촉즉발 칼리닌그라드는

입력 2022-06-22 11:52   수정 2022-06-22 14:13

러시아와 400㎞ 떨어진 러시아땅…일촉즉발 칼리닌그라드는
1년 내 얼지 않는 러 최서단 부동항…지정학 요충지
리투아니아 통한 화물운송 제한에 러 '보복할 것' 격분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려 최근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발트해 연안의 칼리닌그라드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본토와 동떨어진 러시아의 역외영토(exclave)인 칼리닌그라드는 면적 1만5천100㎢로 강원도(1만6천875㎢)보다 조금 작고, 인구는 100만명 정도에 불과한 작은 땅이다.
땅덩이는 작지만 이 지역의 지정학적·전략적 중요성은 유럽, 더 나아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매우 크다는 분석을 외신이 21일(현시시간) 일제히 내놓았다.
칼리닌그라드는 남쪽으로 폴란드, 북·동쪽으로 리투아니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서쪽은 바다(발트해)다. 동쪽으로 가장 가까운 러시아 본토도 약 400㎞ 떨어져 있다. 칼리닌그라드와 모스크바의 거리는 1천300㎞에 달한다. 두 도시는 시차도 1시간을 두고 있다.
칼리닌그라드의 옛 이름은 독일 영토 '쾨니히스베르크'였다. 독일의 전신 프로이센 공화국은 국왕 대관식을 이 도시에서 거행했다. 근대 계몽주의 철학의 대가 임마누엘 칸트(1724∼1804)가 평생을 산 도시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다 1945년 옛 소련이 당시 독일 나치를 몰아내고 이 지역을 차지했다. 나치의 항복 이후 열린 포츠담 회담에 따라 소련이 독일 주민을 추방하고 이 지역 확보를 공식화했다. 도시 이름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 혁명 영웅인 미하일 칼리닌에게서 따왔다.
그러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칼리닌그라드는 '육지의 섬'이 됐다. 소비에트 연방을 구성하던 벨라루스, 리투아니아 등이 독립하면서 칼리닌그라드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육로는 사라져 버렸다.
특히 폴란드·리투아니아 등이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면서 칼리닌그라드는 육로 없이 완전히 고립된 처지가 됐다.
그나마 러시아가 EU와 협정을 맺으면서 2003년부터는 리투아니아를 통해 칼리닌그라드로 화물을 운송할 수 있었으나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문제는 복잡해졌다.
EU는 대러시아 제재로 러시아산 물품의 역내 운송을 제한했다. 이에 따라 리투아니아는 18일 이 제재를 준수하겠다면서 칼리닌그라드로 가는 화물열차 운행을 대폭 제한했다.
러시아는 격분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전례가 없다", "불법이다"라는 말을 동원해 EU와 리투아니아를 비판했다.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사무총장 격)도 "적대적 행위에 당연히 대응하겠다"며 "리투아니아 국민에 매우 심각하고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리투아니아가 운송을 제한한 품목은 건설기계, 산업장비 등이다. 일부 사치품도 포함돼 있다. 제재가 계속되면 제한 품목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안톤 알리카노프 칼리닌그라드 주지사는 철도 운송 제한의 대안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출발하는 페리선을 이용하면 된다면서 "패닉에 빠질 필요 없다"고 주민을 안심시키려 했다가 도리어 주민들을 자극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날 소셜미디어에서는 현지 주민들이 상점에서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동영상이 확산했다.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 최대 산업도시 중 하나지만, 자급자족이 어려운 지역이다. 식료품은 주변 EU 국가에서 수입해오고 산업자재 등은 대부분 러시아 본토에서 운송해 와야 한다. 철도가 이 도시의 생명줄인 셈이다.
그동안 러시아에서 이곳으로 석유, 코크스, 석탄 등을 운송하는 철도는 월 100대 수준이었다고 한다.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칼리닌그라드의 군사적 중요성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칼리닌그라드는 1년 내내 얼지 않는 부동항이다. 러시아 해군 발트함대의 주둔지이기도 하다. 러시아 핵무기도 다수 배치된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와 서방의 대치 상태가 격화하는 상황에서 이른바 '수바우키 회랑(통로)'이 지구상 가장 위험한 장소로 꼽힌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바우키 회랑은 칼리닌그라드에서 친러시아 국가인 벨라루스를 떼어놓는 약 70㎞길이의 국경지대다.

러시아가 폴란드나 리투아니아를 공격하는 경우, 원칙상 30개 나토 회원국이 집단 대응해야 하지만 이는 사실상 러시아 측과 서방의 전면전 발생을 의미한다.
칼리닌그라드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수바우키 회랑은 러시아 입장에서 반드시 차지하고 싶은 요충지다.
그러나 러시아가 공격을 감행하는 경우 미국을 위시한 나토 회원국들이 '세계대전'의 위험을 안고 뛰어들기에는 투자 비용대비 가치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수바우키 지역은 인구가 희박한 숲 지역이 대부분이다.
푸틴 대통령이 이런 계산 아래 이 지역을 공격하고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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