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발언대] '어디서든 살아보는 세상' 김지연 리브애니웨어 대표

입력 2022-06-29 07:01   수정 2022-06-29 07:02

[스타트업 발언대] '어디서든 살아보는 세상' 김지연 리브애니웨어 대표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나만의 독채에서 살 수 있는 제주 한 달, 그리고 오션뷰(바다 전망) 아파트가 있는 강원도 한 달, 내가 원하는 곳에서 원할 때 살아보는 삶, 어떠신가요?"
내 집을 떠나 여기저기 마음 가는 곳 어디서나 살아보는 것은 누구에게나 꿈이다.
특히 인생 2막에 들어서는 주변 은퇴 예정자들의 '버킷 리스트'(꼭 하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에 귀 기울여 보면 이런 소망이 약방의 감초처럼 올라 있다.
'한 달 살기'(실제로는 6박 이상)에 적합한 숙소를 추천하는 플랫폼인 리브애니웨어(LiveAnywhere)는 이런 트렌드에 힘입어 고속 성장세를 구가하는 스타트업이다.
올 1분기(1~3월)에 작년 연간 수준의 매출을 달성한 리브애니웨어는 올해부터 해외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 '한 달살이' 열풍 속 월수입 '억대' 호스트도
리브애니웨어는 '호스트'로 불리는 숙소 제공자(집주인)를 모집해 관리하면서 다른 지역에서 제집에 머무는 것처럼 살아보기를 원하는 '게스트'(고객)가 이용토록 추천한다.
예약과 숙소 사용료 결제 등 모든 거래는 앱 기반으로 이뤄진다.
게스트에게 제공되는 숙소로는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주방 시설을 갖춘 아파트와 마당 딸린 단독주택 등이 많다.
하지만 펜션 등을 운영하는 전문 숙박업소도 호스트로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청소 관리 등 여러 면에서 하루 이틀 묵는 손님보다 한 달살이 고객을 받는 것의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2020년 6월 닻을 올린 리브애니웨어 앱이 추천하는 숙소는 제주를 포함한 전국 30개 지역에서 4천 채에 달한다.
이 사업을 떠받치는 근간은 풍부한 호스트 자원이다. 고객이 원하는 어느 곳에서나 한 달살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2천 명가량인 리브애니웨어의 국내 호스트 중에는 월수입이 1억원을 넘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전화위복 된 코로나19…난관 딛고 급성장세로
리브애니웨어는 현재 기술진을 포함해 임직원이 20명에 불과한 스타트업이지만 창립한 지 2년도 안 돼 앱 다운로드가 누적 기준으로 70만 회를 돌파했다.
구글플레이 여행 앱 순위에선 톱10을 유지하고 있다.
'한 달 살기' 숙소 추천 앱으로 주목받으면서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 총 26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리브애니웨어를 이끄는 김지연(31) 대표는 호텔·관광 경영학으로 명성이 높은 세종대에서 2010학번으로 공부했다.
대학생 시절 글로벌 숙소 예약 플랫폼인 아고다 같은 온라인 여행사(OTA)가 급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IT(정보기술)를 접목한 여행·관광 서비스 관련 사업을 해보겠다는 뜻을 품게 됐다.
대학 졸업 후 온라인 기반의 여행 스타트업 2곳에서 실전 경험을 쌓은 김 대표는 마침내 2020년 초 이전 직장 동료 2명과 창업에 도전했다.
한국인이 즐겨 찾는 관광지로 인기를 끌던 태국 치앙마이에서의 한 달 살기 숙소를 온라인으로 예약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당시 사업 모델이었다.
1년가량 준비했던 이 사업은 해외여행을 어렵게 만든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탓에 시작하자마자 벽에 부닥쳤다.
그러나 김 대표는 좌절하지 않고 돌파구를 찾았다. 한 달 살기용 숙소 추천 사업의 초점을 제주를 중심으로 시장이 커지는 국내로 전환한 것이다.



◇ "내륙에선 강릉, 속초, 고성 순으로 인기 높아"
김 대표는 국내로 눈을 돌린 2020년 3월부터 창업 동료들과 강릉 등 강원 지역과 제주의 아파트·오피스텔 단지를 돌아다니면서 한 달살이용 숙소를 구한다는 전단을 뿌리고 다녔다.
그 과정에서 경비원에게 언짢은 소리를 듣고 쫓겨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초기에는 그렇게 모집한 호스트 연락처를 수요자인 게스트에게 전달해 주는 다소 원시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했다.
그런데 애초 기획했던 치앙마이에서의 한 달 살기 프로젝트를 좌초시켰던 코로나19가 뜻밖의 호재로 작용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원격근무(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집 떠나 다른 지역에서 일하면서 한 달살이를 해 보는 것에 대한 주목도가 한층 높아진 것이다.
이제는 호텔업계도 마케팅 구호로 내세울 정도로 '한 달살이'는 숙박업계의 주요 키워드가 됐다.
김 대표에 따르면 객지를 찾아 한 달살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부류는 매우 다양하다.
프리랜서와 주부, 은퇴자가 각각 20%씩 차지하고 재택근무할 수 있는 직장인이 30%로 주류를 이룬다.
연령층으론 비용 부담이 비교적 크다 보니 20대보다는 30~40대 게스트가 더 많고, 최근에는 50~60대가 많이 이용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한 달살이 지역으로는 제주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가운데 내륙에선 강릉, 속초, 고성 순으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 "수요일마다 집들이 해요"
리브애니웨어가 다른 숙박 중개업체와 다른 점으로 꼽는 것 중의 하나는 앱 공간에서 간편하게 진행하는 전자 전대차(빌린 것을 다시 제3자에게 빌려주는 것) 계약 시스템이다.
리브애니웨어를 매개로 호스트와 게스트 사이에서 성립되는 전대차 계약으로 통상 월 20만~30만원 수준의 보증금을 부담하는 게스트 입장에선 좀 더 안전한 계약이 가능해졌다.
김 대표는 "온라인 카페에서 직거래로 집을 찾아 계약금을 보냈다가 연락이 안 돼 사고가 날 수도 있는 것이 이 시장"이라며 불안해하는 고객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간편하게 전자 방식으로 체결할 수 있는 전대차 계약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리브애니웨어는 '수요 집들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새로 등록된 숙소를 매주 수요일마다 심사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후에야 게스트에게 선보이는 작업이다.
김 대표는 이른바 '사진발'과 실상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지 않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호스트가 올린 사진을 보정 절차 없이 그대로 공개하거나 가능한 범위에서 동영상과 VR(가상현실) 투어 콘텐츠까지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 달살이 도시, 해외에 10곳 이상 조성 계획"
리브애니웨어는 코로나19의 성격이 팬데믹에서 엔데믹(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풍토병)으로 바뀌면서 다시 해외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첫 해외 상품으로 한국에서 직항편으로 갈 수 있는 베트남 다낭에서 일주일, 보름, 한 달의 기간을 선택해 살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다낭은 물가가 저렴하고 음식도 한국인 입맛에 맞아 이 상품으로 적합한 도시로 꼽힌다.
김 대표는 중장기적으로 제주처럼 한 달살이를 할 수 있는 도시를 해외에 10곳 이상 만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그는 "발리(인도네시아)에서 살다가 뉴욕이나 로마로 가서 살아보는 그런 라이프 스타일을 선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 이 코너를 통해 경험담을 공유하고자 하는 스타트업 CEO 여러분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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