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 25년만에 홍콩경제 장악…홍콩 기업 밀려나"

입력 2022-06-27 18:02  

"중국 기업들, 25년만에 홍콩경제 장악…홍콩 기업 밀려나"
'코로나 제로' 여파로 아시아 허브 위상도 위협받아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 기업들이 홍콩 경제를 사실상 장악했으며, '코로나 제로' 정책의 여파로 홍콩의 아시아 금융허브 위상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권 반환 25주년을 맞이하는 홍콩의 현주소를 이같이 짚었다.
27일 블룸버그는 1997년 7월 주권 반환 이후 3천440억달러(약 442조원) 규모의 홍콩 경제가 중국 기업들의 손에 넘어갔다고 진단했다.
홍콩 증권거래소부터 중개업, 건설 프로젝트, 소매 분야까지 중국 국영기업의 지배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선거 시스템 개편 등을 통한 중국 본토 기업의 침투가 눈에 띈다.
중국 국영 대기업 화룬(차이나 리소시스)그룹의 수석전략가인 사이먼 리는 "홍콩이 결정적인 기로에 섰다"며 "중국 본토의 기업들은 홍콩의 사회, 경제, 정치에서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짚었다.



중국 기업들의 '홍콩 장악'은 기업공개(IPO)에서 두드러진다.
1997년 당시 페레그린과 서멀리 캐피털 등 홍콩 현지 기업과 모건스탠리 등 외국은행이 홍콩 금융산업을 좌지우지했으나, 지금은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초상은행·중신증권 등이 기업 상장을 지배하고 있다.
올해 중국 상하이·선전 증시는 IPO로 370억달러(약 45조6천원)를 공모했지만, 홍콩 증시의 IPO 공모 금액은 24억달러(약 3조860억 원)에 불과했다.
1993년 홍콩 증시에 칭다오 맥주가 중국 기업으로선 처음으로 상장한 이후 홍콩 증시의 중국 상장사는 1999년 44개를 거쳐 지금은 1천370개로 늘었고 전체 시가총액의 거의 80%를 차지한다.
통신 분야에서도 2006년 홍콩 시장에 진출한 중국 기업 차이나모바일이 홍콩의 대표적 부호인 리카싱의 허치슨 등을 제치고 통신량 기준으로 1위에 올랐다.
홍콩의 화려한 스카이라인도 중국 국영 건설 대기업들이 사실상 점령했다.
블룸버그가 지난해 정부 공개입찰 기록을 분석한 결과 5억 홍콩달러(약 820억원) 이상 정부 계약의 48%를 중국 국영 대기업들이 수주했다. 2018년의 8%보다 6배로 부풀었다.
특히 규모가 큰 주요 건설 공사들은 중국건축국제그룹유한공사(CSCI), 중국교통건설(CCCC) 등 국영 기업들이 '싹쓸이'하고 있다.
홍콩 기업 '아시아 연합인프라 홀딩스'의 데릭 팡 최고경영자(CEO)는 홍콩 기업의 경우 은행 대출에 의존해야 해 막대한 자본을 내세운 중국 국영기업들과 경쟁이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의 홍콩 토지 사들이기도 속도가 붙고 있다.
부동산서비스 기업 JLL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높은 임대료로 외국 기업들의 홍콩 탈출이 줄을 잇는 가운데 홍콩 핵심 비즈니스 지구에서 중국인 임차인이 사무 공간을 늘려가고 있다.
리카싱의 허치슨 그룹, 자딘 매터슨 홀딩스가 수십 년간 장악했던 홍콩 소매 분야도 중국 기업들의 진출로 판도가 바뀌고 있다.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면 홍콩 시민의 의식이다.
지난주 홍콩 여론조사 연구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홍콩 거주민의 29%만이 자신을 '넓은 의미의 중국인'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1997년 반환 당시의 40% 이상보다 크게 낮아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금융허브로서 홍콩의 위상은 갈수록 약화하고 있다고 WSJ이 보도했다.
홍콩 당국이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완화하지 않으면서 글로벌 금융계 인사들이 홍콩 방문을 꺼리는 바람에 각종 금융 관련 국제행사가 싱가포르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홍콩에서 매년 열리던 'AVCJ 프라이빗에쿼티(PE)·벤처 포럼' 행사가 올해는 11월 중순 싱가포르에서 개최된다. 또 다른 사모펀드 콘퍼런스인 '슈퍼리턴 아시아'도 9월에 홍콩 대신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홍콩계 대형 증권사 CLSA의 연례 투자포럼은 고급 호텔 대신 온라인으로 9월에 열린다.
세계 금융계의 사교무대로 유명한 연례 럭비대회 '홍콩 세븐스' 행사도 중국 당국의 결정 지연으로 개최가 늦춰지다가 오는 11월 행사 규모를 축소해 외부와 격리된 '폐쇄 루프' 방식으로 열릴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홍콩의 중앙은행 격인 홍콩통화청은 11월 대회 시기에 맞춰 회의를 열기로 하고 세계 금융계의 거물들을 초대했으나, 한 세계적 은행 대표의 경우 격리가 필요하면 참석하지 않겠다고 대답하기도 했다고 WSJ은 전했다.
홍콩을 피하려는 분위기는 항공 데이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WSJ에 따르면 2019년에는 7천만명 이상이 홍콩 공항을 통과했으나, 2021년에는 이보다 98%나 줄었다.
홍콩의 항공편은 고르지 못하고 취소되기 일쑤일뿐더러 이를 감수하더라도 방문객은 검역을 마친 제한된 객실을 놓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여야 하는 탓에 방문을 꺼린다고 WSJ은 전했다.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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