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우주망원경을 통한 시간 여행

입력 2022-07-14 10:10  

[논&설] 우주망원경을 통한 시간 여행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논설위원 =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망원경을 통해 달을 보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아직도 천동설의 세상에 살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갈릴레오 망원경 이후 지구 궤도에 띄운 허블 우주망원경까지 망원경의 역사는 그 시대 과학 기술의 총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12일 허블을 뛰어넘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포착한 우주 사진과 분광분석 자료를 발표했다. 지난 30년간 예산 13조 원, 인력 2만 명이 투입된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우주 관측장비인 웹 망원경은 근적외선카메라(NIRCam)와 중적외선 장비(MIRI)를 활용해 그간 관측을 방해해온 우주먼지와 가스를 뚫고 우주 저편의 신비를 드러냈다.

눈에 띄는 사진은 은하수에서 가장 크고 밝은 용골성운이다. 푸르게 반짝이는 아기별들이 많아 별들의 고향으로 불리는 이 성운은 붉은 바위투성이 산을 연상시키는 '우주절벽'(Cosmic Cliffs)이 인상적이다. 지구에서 약 7천600 광년 떨어진 성운 가장자리에 위치한 우주절벽의 봉우리 높이는 7광년에 달한다고 한다. 천체와 천체 사이의 거리를 나타내는 단위인 광년(光年)은 초속 30만km의 속도로 1년 동안 나아가는 거리로 9조4천670억7천782만km다. 아인슈타인은 특수 상대성 이론에서 광속을 물질, 에너지 등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속력이라고 했다. 빛보다 더 빠른 속도는 없다는 뜻이다. 빛은 단 1초 동안 지구 둘레를 7바퀴 반을 도는데 이 속도로 1년을 가야 하는 거리가 1광년이라고 하니 감히 가늠하기 어렵다. 약 2천500 광년 떨어진 돛자리에서 죽어가는 별 주변으로 가스구름이 팽창하고 있는 남쪽고리 성운의 지름은 0.5광년에 달한다고 한다. 하도 큰 단위를 접하다 보니 왜소해 보일 수 있지만 무려 5조㎞에 이른다. 2억9천만 광년 밖 페가수스자리에 있는 5개 은하 '스테판의 오중주'(Stephan's Quintet)를 찍은 사진도 공개됐다. 은하 5개 중 네 개가 중력으로 묶여 가까웠다 멀어지기를 반복하는 모습이 마치 춤을 추는 듯 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일 게다. 우주 탄생의 기원으로 알려진 빅뱅 이후 8억 년 뒤인 130억 년 전에 만들어진 초기 우주 천체의 빛도 관측됐다고 한다.

1광년 떨어진 별을 관측한다는 것은 1년 전 빛이 표면을 떠났을 때 존재했던 그때의 별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130억 년 전 빛의 관측은 130억 년 전 빛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그래서 우주를 관측하는 것은 과거를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한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는 셈이다. 지금 우리가 사진으로 보는 별의 모습은 실제 지금의 모습과는 사뭇 다를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인류가 출현하기도 전에 이미 사라진 별의 모습을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우주로의 시간여행은 막 태어나고, 성장하고, 늙고, 죽어가는 별들의 생애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우주적 차원에서 보면 인류는 형언하기 어려운 미물이다.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은 저서 <창백한 푸른 점>에서 "저 점(지구)을 다시 보라"고 외친다. "우리의 모든 즐거움과 고통이, 우리가 확신하는 모든 종교, 이념, 경제 체제가, 모든 문명의 창시자와 파괴자가, 모든 왕과 농부가, 사랑에 빠진 모든 젊은 연인들이, 모든 어머니와 아버지가, 희망에 찬 모든 아이가, 모든 도덕 선생님들이, 모든 부패한 정치가가, 모든 인기 연예인들이, 모든 위대한 지도자들이,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저곳,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이다"라는 그의 말은 저절로 고개가 숙어지게 만드는 '경구'다.

이번에 공개된 우주 사진은 망원경 성능을 보여주는 맛보기에 불과하다고 한다. 앞으로 수천 명의 과학자가 달려들어 웹 망원경으로 관측된 자료를 통해 외계행성, 은하계의 구조, 초대질량 블랙홀 등 우주의 비밀을 풀어내는 논문을 쏟아낼 것이다. 올 한해에만 총 266개 프로그램에 41개국 과학자 2천여 명의 관측 예약이 끝났다고 한다. 지구 외에 생명을 품은 행성의 존재를 밝혀낼 날도 그리 멀지 않을 듯싶다. 웹 망원경이 1천150광년 떨어진 외계행성에서 수증기 형태의 물을 확인했다고 하지 않는가. 티끌 같은 한 점 지구 위에 사는 인간의 능력도 역시 가늠하기 어렵다
kn020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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