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파업 끝났지만 8천억 피해에 신뢰하락…韓조선 '험로' 우려

입력 2022-07-22 18:54   수정 2022-07-22 19:07

대우조선파업 끝났지만 8천억 피해에 신뢰하락…韓조선 '험로' 우려
내부서 "노 저어야 할 때 노 버린 꼴"…노사관계, 새 리스크로 등장
25일부터 2주간 혹서기 이용해 지연된 작업 진행…직원들 휴가 반납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대우조선해양[042660] 하청업체 노동조합의 파업이 22일 51일 만에 마무리됐지만 '세계 1위' 한국 조선업계에는 여러 후유증을 남기게 됐다.
국내 '빅3' 조선업체인 대우조선해양이 이번 파업으로 8천억원이 넘는 손해를 본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의 노사 리스크가 다시 한번 부각되면서 선주사들과의 신뢰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파업은 조선업 초호황기를 맞아 한국 조선업이 적극적인 수주 영업을 펼칠 시기에 벌어져 업계 내부에서는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데 오히려 노를 버린 꼴이 됐다"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8천억원 손해 본 대우조선…납기 준수율 100%도 깨질 판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장기 파업 사태가 이날 종료되면서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제1독(dock·선박 건조장)을 점거하며 농성을 벌였던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은 일제히 현장에 복귀한다. 그동안 중단됐던 대우조선해양의 건조작업도 정상화된다.
파업은 종료됐지만, 그동안의 작업 중단으로 대우조선해양은 총 8천165억원(매출감소 6천468억원·고정비 지출 1천426억원·지체 보상금 271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또 유동성 지원 축소 우려, 선주사와의 신뢰 하락 등의 부담도 지게 됐다.
세계 4위 조선업체인 대우조선해양은 자금난으로 인해 2016년부터 채권단의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또 지난 1월 유럽연합(EU)의 반대로 현대중공업그룹과의 인수합병이 무산된 이후 '새 주인 찾기' 작업도 계속해서 병행하고 있다.
특히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현재까지 대우조선해양에 총 4조2천억원을 투입하며 정상화 작업을 지원해왔는데 이번 파업으로 인해 채권단이 유동성 지원에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파업은 수년간 극심한 불황을 겪던 조선업이 이른바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돌입한 시점에 발생해 향후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도 나온다. 선주사들이 이번 파업으로 한동안 국내 조선업계 고질병이었던 노사 리스크가 재발했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점거됐던 제1독에서 건조 중이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이 1척이라도 인도가 늦어질 경우 납기준수율 100%라는 대우조선해양의 기록이 깨지면서 선주와의 신뢰도 훼손될 수 있다.
이번 파업은 대우조선해양이 반등 조짐을 보이던 시기에 벌어져 더 뼈아프다는 지적이다.
지난 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던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에는 수주 목표의 40% 이상을 초과 달성하며 상승세를 탔다.
또 파업 전까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8척, 컨테이너선 6척 등 총 59억3천만달러(7조4천500억원) 어치를 수주하며 올해 목표인 89억달러의 66.6%를 달성했다.
하지만 지난달 파업 이후로 추가 수주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달 25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2주간 예정된 혹서기 휴가 기간을 이용해 그동안 지연된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총 5주간의 작업이 밀릴 만큼 여름 휴가도 반납하며 회사를 지키겠다는 것이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의 입장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신뢰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안타깝다"며 "적자가 계속되는 가운데 수천억원에 달하는 손해까지 봐 회사가 유동성 확보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하필 잘 나갈 때 파업'…노사 리스크 재발에 조선업계 '울상'
이번 파업 사태는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국 조선업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빅3' 중 한 곳인 대우조선해양이 파업에 휘말리면서 한동안 국내 조선업의 발목을 잡았던 노사 리스크가 다시 부각됐고, 자칫 한국 조선의 최대 경쟁력 중 하나인 납기 준수율까지 지키지 못할 가능성도 대두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파업은 한국 조선업계가 최대 경쟁국이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재탈환한 시점에 벌어져 더 안타깝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은 올해 상반기 세계 발주량 2천153만CGT(표준선 환산톤수) 가운데 45.5%인 979만CGT를 수주하며 935CGT(43.4%)를 가져간 중국을 따돌리고 세계 1위에 올랐다.
더 이상 사태가 악화되기 전에 파업이 일단락된 것은 다행이지만 이번 파업으로 발생한 막대한 손해는 누가 책임지느냐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번 파업으로 한국 조선사들의 노사 관계가 글로벌 선사들이 발주할 때 고려하는 새로운 리스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데 노를 버린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조선해양이나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 모두 하청업체와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며 "다른 업체에서도 이번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인상이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주 입장에서는 한국 조선소들이 과거 노사분규 상황으로 회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고, 납기나 품질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증폭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신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viv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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