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난 무방비 레바논, 곡물저장고 짓는다…대폭발 2년만

입력 2022-07-28 16:08  

식량난 무방비 레바논, 곡물저장고 짓는다…대폭발 2년만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레바논이 2020년 대폭발로 폐허가 된 베이루트 항구의 곡물 저장고를 대체할 새 저장고를 짓기로 했다고 AP 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민 살람 레바논 임시 경제부 장관은 통신과 인터뷰에서 갈수록 심각해지는 식량 안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개의 새로운 곡물 저장고를 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2개의 새 저장고 가운데 하나는 북서부 지중해변 도시 트리폴리에, 나머지 하나는 동부의 중요 농업지대인 베카에 짓기로 했다.
살람 장관은 "트리폴리의 저장고는 12만5천t의 곡물을 저장할 수 있었던 베이루트 항구 저장고와 같은 규모로, 베카의 저장고는 그보다 작게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대폭발의 충격으로 베이루트 항구의 저장고가 처참하게 훼손된 이후 레바논에는 마땅한 곡물 저장 시설이 없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전 세계적인 식량 위기 상황에도 곡물을 비축하지 못했고, 이는 밀가루 등의 수급 불안으로 이어졌다.
지난 4월 이후 베이루트 등 주요 도시에서 반복되는 '빵 사재기 대란'은 대규모 저장 시설 부재와 곡물 수급 불안정이 빚어낸 광경이다.

살람 장관은 "곡물 저장고 건립은 위기관리를 위해서다. 우리에겐 (곡물) 저장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과거 열흘이 걸리던 곡물 수송은 이제 한 달이 걸리기도 하고, (저장시설이 없어) 취소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역사상 최악의 경제난을 겪는 레바논은 저장고 건립 비용 마련을 위해 세계은행(WB)과 유엔난민기구(UNHCR)와 협의를 시작했다.
또 독일, 미국, 프랑스, 아랍에미리트(UAE) 등 원조 공여국들도 관심을 두고 있다고 살람 장관은 부연했다.
1975년부터 1990년까지 장기 내전을 치른 레바논은 이후 세력 균형을 위한 합의에 따라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출신이 각각 맡는 독특한 권력분점 체재를 유지해왔다.
이런 종파 간 권력분점은 정치권 및 정부의 부패와 무능을 낳았고, 결국 중동에서 가장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가인 레바논을 위기로 몰아갔다.
2019년 본격화한 레바논의 경제 위기는 코로나19 대유행과 2020년 베이루트 대폭발 참사를 겪으면서 회복 불능의 상태로 빠져들었다.
현지 화폐인 레바논 파운드화의 가치가 90% 이상 폭락하면서 에너지와 의약품 등 수입이 어려워졌다. 하루 18시간 이상 지속되는 단전(斷電)으로 주민들은 전기 없는 생활에 익숙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가 '세계의 식량 창고'로 불리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우크라이나산 밀 의존도가 높은 레바논은 식량난까지 떠안게 됐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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