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독일은 파견근로 기간에 제한이 없다?

입력 2022-08-04 10:25   수정 2022-08-04 10:26

[팩트체크] 독일은 파견근로 기간에 제한이 없다?
포스코 사내하청 직원 직고용 판결 뒤 파견근로 규제 완화 목소리
獨, 최장 파견 기간 18개월로 제한…규제 없앴다 부작용 생기자 부활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유경민 인턴기자 =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2년 넘게 일한 협력업체 직원들을 포스코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파견근로에 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청업체가 2년 이상 근무한 파견근로자를 직고용하게 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규정을 완화해 다른 나라처럼 파견 업무와 기간에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경제 매체는 이 같은 내용의 사설에서 대표적인 사례로 독일을 제시하며 "독일은 파견기간 제한을 없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독일에는 파견근로 기간에 제한이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독일도 파견근로 기간에 대한 제한이 있다.
독일의 근로자 파견법 1조와 8조는 최장 파견 기간을 18개월로 제한하고, 파견 9개월부터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라 파견근로자에게 정규직 근로자와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독일은 최장 파견근로 기간이 우리나라(2년)보다 짧지만, 단체협약에 따라 예외적으로 기간을 늘릴 수 있다. 이에 따른 근로 기간의 상한은 따로 두지 않았다. 파견근로자에게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기간도 단체협약을 통해 12개월까지 늘릴 수 있다.
이와 비교해 우리나라 파견법은 근로자 파견 기간이 1년을 초과해서는 안 되지만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근로자 합의로 총 2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고, 파견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는 별도 규정도 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파견법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독일이 거론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독일이 1972년 근로자 파견법을 제정한 후 20여 년간 규제를 완화한 데만 주목했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20년 '독일의 파견근로 고용 현황' 보고서 등에 따르면 독일 근로자 파견법은 애초 제정 당시 최장 파견근로 기간을 3개월로 제한했다.
이후 노동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여러 차례에 걸쳐 기간을 연장해 2002년에는 파견근로 상한 기간이 24개월까지 늘어났다.
이 같은 변화에도 독일 경제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사회민주당 정부는 노동 규제 전반을 대폭 완화하는 하르츠 개혁을 단행했고, 2003년에는 파견근로 기간에 대한 제한을 아예 없앴다.
독일의 파견 근로자 수는 계속해서 증가해 1985년 4만2천여 명에서 2015년 95만1천여 명으로 늘었다. 이를 두고 우리나라 재계 등에서는 노동 유연화의 긍정적 사례로 언급해왔다.
하지만 이는 독일이 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 때문에 파견 기간을 다시 제한한 부분을 간과한 것이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파견근로 규제가 완화되면서 기업들이 임금 지출을 줄이기 위해 정규직 대신 임금이 낮은 파견근로자를 투입하는 등의 남용 사례가 빈번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정책연구용역 보고서 '주요국 노동법개혁의 시사점과 입법과제'에 따르면 독일 연방노동청이 조사한 2013년 기준 독일 파견근로자의 월평균 세전 임금은 1천700유로로 정규직의 월평균 세전 임금 2천960유로보다 43% 낮았다.
결국 하르츠 개혁을 이끌었던 사민당에서조차 파견 기간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사민당은 "파견근로는 주로 근로자들의 임금을 낮추는 데 사용된다"며 "기존 독일 정규직 근로자의 약 4분의 1이 파견근로자로 대체되고 있다"고 근로자 파견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사민당과 기독교민주연합당·기독교사회연합당은 2013년 연합정부를 구성하며 파견 기간 제한을 부활시키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안드레아 날레스 당시 연방노동사회부 장관이 파견근로 기간을 18개월로 제한하는 개정안을 제출했고, 2017년부터 개정법이 시행 중이다.

법 개정 후 독일의 파견근로자 비율은 감소했다.
독일 전체 근로자 중 파견근로자 비율은 파견법을 개정한 2017년까지 연평균 2.8%(103만2천 명)로 상승했다가 2018년 2.6%(100만1천 명), 2019년 6월 기준 2.4%로 낮아졌다.
조성혜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독일의 2017년 파견법 개정은) 기업이 파견근로자 고용을 남용하는 사례를 줄이고 9개월 이후에는 동일 임금을 지급하도록 해서 (파견근로자가) 임금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독일의 경우에는 단체협약을 통해 파견 기간을 늘릴 수 있도록 해서 우리나라보다는 (파견법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덧붙였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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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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