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 잇단 상장 철회 여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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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8-08 06:09   수정 2022-08-08 06:19

대기업 계열사 잇단 상장 철회 여파는

현대엔지니어링·현대오일뱅크·CJ올리브영 등 IPO 취소

승계·지배력 강화 '실탄' 마련 지연 예상

"증시 위축돼 제대로 평가 못 받아"…시장 호전되면 재추진할 듯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신선미 기자 = 올해 기업공개(IPO)시장이 급랭하면서 상장을 연기하거나 계획을 철회하는 대기업그룹 계열 비상장사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 중에는 세대교체를 앞두고 있거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기업 계열사도 있어 상장 연기나 철회로 승계나 지배력 강화에 필요한 자금 마련 지연 등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대어급' 대기업 계열사 상장 줄줄이 연기

8일 금융투자업계와 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증시 상장을 준비해오던 대기업그룹 계열사로는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현대오일뱅크, CJ올리브영, SSG닷컴 등이 있다.

현대차그룹 비상장 건설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공모가 산정을 위해 지난 1월 실시한 수요예측 결과가 부진하자 일정을 연기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고 건설업종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어 공모를 연기하기로 했다"며 "적절한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되면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 현대오일뱅크 역시 지난달 20일 이사회에서 기업공개 철회를 결정했다.

이 회사는 작년 12월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해 지난 6월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바 있다.

CJ그룹도 CJ올리브영의 연내 상장 계획을 최근 잠정 중단했다. 상장예비심사 청구는 하지 않았다.

SK그룹 계열 SK스퀘어 자회사인 보안업체 SK쉴더스와 앱마켓 원스토어도 지난 5월 연이은 수요 예측 흥행 실패로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이들 기업이 언제 상장을 재추진할지는 미지수다.

정춘섭 현대오일뱅크 상무는 지난달 말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IPO를 처음 추진했을 당시보다 회사 수익성 개선 대비 가치평가(밸류에이션)가 너무 낮아 성공하기 어려웠다"며 "IPO 추진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어 (재추진 시기가) 언제가 될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CJ그룹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아 올리브영이 벨류에이션을 제대로 받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상장은 내년 이후 다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 재벌가 지분 승계·지배구조 개편 속도 늦어지나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오일뱅크, CJ올리브영 등은 비상장이지만 기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데다 재벌가 지분 승계,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더 관심을 받는다.

이들 기업은 작년 증시가 호황일 때 상장을 추진했다. IPO가 흥행해 구주매출 가격이 높아지면 승계나 지배력 강화에 필요한 '실탄'(자금)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구주매출은 대주주나 일반주주 등 기존 주주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주식지분 중 일부를 일반인들에게 공개적으로 파는 것으로 말한다.

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받지 못하면 IPO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자금도 줄어들게 돼 굳이 무리하게 상장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 최근 상장을 철회한 배경에는 이런 측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에서는 CJ올리브영 상장 추진 이유 중 하나로 CJ그룹 오너가 3세들의 승계 자금 마련도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와 딸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는 CJ올리브영의 지분을 각각 11.04%, 4.21% 보유하고 있다.

이들 3세 입장에서는 CJ올리브영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야 상속세, 지주회사 지분 확보 등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은 IPO를 통해 현대엔지니어링 주식을 각각 534만주, 142만주를 처분할 계획이었다. 공모가(5만7천900∼7만5천700원) 최상단 가격에 처분한다고 가정하면 정 회장 부자는 최대 5천억원을 확보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 회장은 이 자금으로 그룹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012330] 주식을 취득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최대 주주인 HD현대와 특수관계인 아산나눔재단이 지분 74.10%를 보유하고 있다. 지주회사 HD현대 지분은 최대 주주인 정몽준 아산나눔재단 명예이사장이 26.60%, 정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사장이 5.26%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들 관련 기업이 상장하지 않아 승계 지분 확보를 위한 작업을 위한 시간이 3∼4년 더 걸릴 수 있다"며 "다만, 일부 그룹은 직급 승계를 이미 했거나 일부 그룹은 승계를 위한 명분을 쌓을 시간이 필요하므로 급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indigo@yna.co.kr, s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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