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발언대] "5년후면 웨어러블 로봇, 스마트폰처럼 보편화"

입력 2022-08-24 07:01   수정 2022-08-24 19:59

[스타트업 발언대] "5년후면 웨어러블 로봇, 스마트폰처럼 보편화"
삼성출신 4명 뭉쳐 창업 1년만에 '초경량 웨어러블 로봇' 개발
'위로보틱스' 이끄는 이연백·김용재 공동대표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신체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를 꼽는다면 허리와 다리일 것이다.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나르는 등의 노동을 할 때는 물론이고 사이클링·등산 같은 여가 활동을 하거나 일상생활에서 왕성하게 움직이려면 무엇보다 허리와 다리가 튼튼해야 한다.
이 때문에 로봇 기술의 눈부신 발달 속에 허리와 다리 기능을 보조해 주는 웨어러블(wearable) 로봇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하다. 웨어러블 로봇은 옷처럼 입고 벗을 수 있는 로봇을 말한다. 다양한 용도에 맞게 신체 기능을 높여주는 보조 장비로 주목받으면서 국내외 대기업과 스타트업들이 개발 경쟁을 벌이는 대상이다.

작년 6월 출범한 위로보틱스(WIRobotics)는 연차가 1년을 갓 넘은 신생 스타트업이지만 1kg대에 불과한 초경량 허리 보조 로봇 시제품을 개발하는 등 성장 초기 국면인 국내 웨어러블 로봇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 6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주관한 공모에서 대우건설, 근로복지공단 재활공학연구소와 함께 웨어러블 로봇을 이용한 스마트 작업 실증 케어 서비스 개발 과제 사업자로도 선정됐다.
건설 현장은 정형화되지 않은 작업 환경 때문에 공정의 자동화나 로봇 투입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작업자들의 고령화 추세 속에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사람이 급격히 늘면서 안전사고와 산재 사망 1위 분야라는 불명예가 따라다닌다.
이런 상황에서 위로보틱스가 이번 사업을 계기로 무게를 낮추고 부드러운 재질을 사용해 편의성을 혁신한 작업자용 웨어러블 로봇의 상용화 가능성을 실증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 새 길 개척에 의기투합한 4명의 로봇 엔지니어
위로보틱스는 삼성전자에서 각종 로봇 개발 업무를 맡았던 엔지니어 4명이 공동으로 세웠다.
한국기술교육대에 재직 중인 김용재(48) 교수와 삼성전자 연구원 출신인 이연백(48) 씨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2003년 삼성전자 입사 동기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2014년 대학으로 옮긴 김 교수의 퇴사로 가는 길이 갈렸지만 공통연구 분야는 여전히 로봇이었다.
새로운 변곡점은 김 교수가 MIT(매사추세츠 공대) 연구교수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2021년 찾아왔다. 삼성전자를 뒤이어 나온 이 대표가 김 교수에게 그간 경험을 살려 웨어러블 로봇을 다루는 스타트업 창업을 제안한 것이다.
처음엔 사업 가능성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는 김 교수는 지난 2일 경기도 용인시 힉스유타워 내의 위로보틱스 연구소 겸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때 (잘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스파크 같은 게 튀었다"고 공동창업에 나선 동기를 밝혔다.
기존의 일반적인 웨어러블 로봇은 모터가 2개 이상이어서 구조가 복잡하고 무겁다고 한다.
그런데 이 대표의 아이디어는 모터 수를 한 개로 최소화(보행 보조용 로봇 '윔')하거나 아예 모터를 없애는(허리 보조용 로봇 '윕스') 설계로 난제이던 무게와 사용 편의성 문제를 풀어 로봇 전문가인 본인도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로봇개발 연구를 하다 삼성전자에서 나와 다른 일을 하던 최병준·노창현(현 이사) 씨가 이 대표의 끈질긴 설득으로 김 교수 뒤를 쫓아 합류하면서 창업 동력에 힘이 붙었다.
삼성전자에서 10~20년간 일했던 4명의 로봇 엔지니어가 더 나은 웨어러블 로봇 개발을 위해 뭉친 그림은 이렇게 그려졌다.

◇ 창사 1년 만에 세계 최경량 허리·보행 보조 로봇 개발
위로보틱스는 최근 허리 보조용인 윕스(WIBS)와 보행 보조용인 윔(WIM, We Innovate Mobility) 시제품 개발을 마쳤다.
연내에 정식으로 두 제품을 공개하고 내후년 본격 시판을 목표로 시장 적합성 검증에 나설 예정이다.
제품명이 '허리 보조를 혁신한다(We Innovate Back Support)'라는 뜻을 담은 윕스는 구동 모터를 대신해 스위치 및 클러치 메커니즘, 벨트부, 다리 착용부 등으로 구성된 단순한 디자인이다.
무게는 1㎏대로, 가볍고 부드러운 재질을 사용해 기존 제품이나 출시 예정인 동종 제품과 비교해 절반 이하 수준으로 설계됐다.
허리 보조용으로 지금까지 선보인 고하중 웨어러블 로봇 가운데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가볍다는 설명이다.
기존 허리 보조용 웨어러블 로봇들은 고정된 강성(强性)의 스프링으로 허리를 펴는 것을 도와주거나 무거운 구동기를 사용해 강성에 변화를 주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윕스는 사용자가 작업 부하에 따라 다양하게 강성을 바꿀 수 있고, 클러치가 있어 원하는 특정 자세에선 가상의 의자에 앉아 있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이 로봇을 사용하면 작업할 때 허리 근육에 걸리는 부하를 최대 4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시제품을 걸치고 물건을 들어보면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가볍게 들어 올릴 수 있어 허리 부담이 덜한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이 대표는 가벼운 배낭을 멘 정도의 무게라며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접어서 간편하게 보관하거나 휴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고하중 허리 보조 웨어러블 로봇이 딱딱한 프레임이어서 차고 다니기에 불편하지만 윕스는 착용감을 높이는 설계로 입은 채 의자에 앉거나 누워도 불편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위로보틱스는 이런 특징을 들어 자사 시제품이 웨어러블 로봇 사용성의 한계를 극복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일반용으로 웨어러블 로봇이 보급되려면 사용자 행동을 제한하지 않아야 한다"며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 언제나 편하게 쓸 수 있도록 개발한 것이 윕스라고 강조했다.

◇ 삼성전자 경험이 창업 자산…내후년 완성품 출시
위로보틱스는 시제품을 만든 뒤 양산을 위한 설계 작업에 이미 착수해 내후년부터 두 웨어러블 로봇의 본격 시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와 김 교수는 시제품이지만 창사 1년 만에 세계 최경량 수준의 허리 및 보행 보조 로봇을 함께 내놓을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차세대 로봇 연구개발에서 쌓은 경험을 언급했다.
두 사람은 "우리는 생소한 분야에 뛰어든 게 아니다"라며 "그동안 한국기술교육대와 삼성전자에서 다양한 로봇을 20년간 깊이 있게 연구했던 것이 창업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김 교수는 실제로 인간과 유사한 수준으로 기능하는 로봇 팔과 로봇 손, 가볍고 부드러운 재질의 의족 제작 등 사람과 상호작용(인터랙션)하는 로봇 기술 분야의 경험과 전문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위로보틱스는 건설 현장의 웨어러블 로봇 관련 실증 사업을 통해 효과성과 안전성 검증을 마치면 건설 현장에 배정되는 안전관리 예산으로 저가 보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작업자용 웨어러블 로봇은 특정 작업자나 특수 작업용으로만 제작돼 가격이 비싼 것이 보급을 늘리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 대표는 "웨어러블 로봇의 제일 비싼 부품이 모터"라며 윕스의 경우 모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고 했다.
무게가 1kg대인 웨어러블 로봇은 그간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없었다고 강조한 김 교수도 건설 현장은 물론이고 물류창고와 공장 조립 라인 등 다양한 환경에서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려면 무엇보다 가격이 낮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윕스는 다양한 작업부하 환경에 맞춰 보조력을 바꿀 수 있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자세나 작업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센서를 활용해 작업자의 근골격 질환을 예방하고 생산성을 유지하도록 돕는 스마트 작업 케어 서비스 기능을 갖췄다고 한다.

◇ 누구나 로봇 입는 시대 온다
허리 기능을 보조하거나 걸음걸이를 돕는 웨어러블 로봇은 머잖은 미래에 많은 사람이 일상적으로 쓰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5년 정도 후면 웨어러블 로봇 사용이 보편화해 스마트폰처럼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로봇이 바꿔놓을 우리의 일상은 급격한 기술 발전으로 10년 앞을 내다보기 힘들지만 공존하는 형태로 로봇이 사람의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올 것"이라며 "특히 웨어러블 로봇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도와주는 로봇으로 공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웨어러블 로봇이 점점 가벼워지고 사용 편의성이 높아지면서 '퍼스널 디바이스'(개인장비)가 된다는 얘기다.
위로보틱스는 그런 관점에서 개인 이동성과 작업성을 높여주는 퍼스널 모빌리티 개념으로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궁극적으로 다양한 로봇을 개발하는 플랫폼 업체를 지향하는 위로보틱스는 작년에 창업 초기 단계의 시드 투자를 받았다.
투자업체 퓨처플레이가 로봇 전문 엔지니어 4명의 잠재력과 비전만을 보고 투자했다.
이 대표는 "그때는 진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저희 경험만으로 투자를 받았다"며 조만간 공개할 시제품을 갖고 프리 시리즈 A 단계 투자 유치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는 미국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등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방침이다.
이 대표와 김 교수는 향후 5년 안에 웨어러블 로봇 분야의 국내 선두기업으로 위로보틱스를 키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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