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그림자 벗어난 국왕…이제 찰스 3세의 시간

입력 2022-09-19 16:57   수정 2022-09-20 13:42

어머니 그림자 벗어난 국왕…이제 찰스 3세의 시간
64년 기다린 대관식은 내년봄…엘리자베스2세 떠난 英왕실 '가시밭길' 전망도
정치적 중립 논란·군주제 폐지론·'비호감' 이미지 등 장애물 첩첩 '불안한 앞날'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19일(현지시간) 국장을 끝으로 영면에 들면 마침내 찰스 3세의 시간이 시작된다.

이제 찰스 3세는 내년 성대한 대관식에서 영국과 영연방 국가의 '원수'(元首) 로서의 이름을 대내외에 선포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앞길엔 본인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 군주제 폐지 여론 등 가시밭길이 펼쳐져 있다.



◇ 엘리자베스 여왕은 남편 곁으로…찰스3세는 초호화 대관식 준비
찰스 3세는 앞서 8일 모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별세 직후 자동으로 왕위를 승계했다. 왕세자 책봉 64년 만이었다. 10일에는 영국 즉위위원회가 찰스 3세의 왕위 승계를 공식화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시신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국가장 일정을 마친 뒤 윈저 성으로 옮겨진다. 입관식을 마친 시신은 부친 조지 6세 등 먼저 떠난 가족이 있는 곳에 묻히게 된다.
특히 한 해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필립 공도 엘리자베스 여왕과 영원히 한 자리에 묻힌다. 이는 두 부부의 생전 유지대로라고 한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시대가 마무리되면 초점은 찰스 3세의 대관식으로 옮겨진다. 대관식은 행사 준비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까닭에 찰스 3세의 즉위 후 수개월이 지난 내년 늦봄이나 초여름께 열릴 것으로 보인다.
900여 년 전 이른바 '정복왕'으로 불리는 윌리엄 1세 이후 영국 왕의 대관식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만 열려 왔다.
대관식의 클라이맥스는 영국 성공회 수장인 캔터베리 대주교가 국왕에게 '성 에드워드 왕'의 왕관을 씌워주는 장면이다.
왕관은 순금 재질로, 형형색색의 보석 444개로 꾸며져 있다. 1666년에 제작됐는데 무게가 2.23㎏에 달한다. 워낙 무거워 역대 국왕들도 대관식 당일에만 쓴다.
대관식에서 국왕은 또 '잉글랜드의 결혼반지'로 불리는 사파이어 반지를 오른손 약지에 낀다. 왼손에는 왕권을 상징하는 홀(笏·scepter)도 든다. 지휘봉처럼 생긴 홀에는 3천106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다.
왕실 결혼식과는 달리 대관식은 국가행사다. 비용은 정부가 부담하며 하객 명단도 정부가 관리한다. 다만 찰스 3세의 대관식은 1953년 엘리자베스 여왕 때보다 규모가 줄어들 전망이라고 가디언은 전망했다.



◇ 찰스 3세 둘러싼 '정치 중립' 논란…환경·이민 관련 '목소리'
엘리자베스 2세는 재위 기간 정치 중립 원칙을 엄수했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에 따르면 여왕은 투표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찰스 3세는 이 문제에서 모친과 다소 다른 노선을 밟아 왔다.
그는 무엇보다 환경·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의견을 밝히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2020년 왕실 홈페이지에 게재된 인터뷰에 따르면 찰스 3세는 10대 때부터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고 한다.
정치권과 마찰을 빚은 사례도 있다.
'철의 여인'으로 불리던 마거릿 대처 총리가 집권했던 1980년대, 당시 왕세자였던 찰스 3세는 정부의 개발 계획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주민들과 총리의 대화 자리를 주선했으나 대처 총리 측으로부터 거절당했다.
당시 대처 총리는 왕실의 요청을 받아들였다간 야권 공격의 구실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이 요청을 거절했다고 한다.
찰스 3세는 최근 이민 정책과 관련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영국은 난민 신청자를 르완다로 보내 현지에서 수속을 밟도록 하는 정책을 도입한 바 있는데, 이 정책을 두고 찰스 3세는 '끔찍하다'고 평가했다.
한 영국 정부 고위 인사는 영국 더타임스 일요판 선데이타임스에 "찰스 왕세자는 공적으로 품위 있는 장식품이지만, 왕이 돼서도 이런 식이라면 매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심각한 헌법 관련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논란과 관련해 왕세자실은 "정치적 중립을 엄수할 것"이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영국 왕실을 출입하는 마이클 콜 BBC 기자는 최근 인터뷰에서 "찰스 3세는 정치적 문제와 관련해 목소리르 낼 때 조심스러워야 한다"며 "엘리자베스 여왕은 이 문제에서 단 한 번도 헛발질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 '구심점' 사라진 영연방 수호할까
영연방 국가들과의 관계도 찰스 3세의 주요 과제다.
영연방은 영국과 영국의 식민지였던 독립국 56개국으로 구성된 느슨한 형태의 연합체다. 영국 국왕이 국가원수인 나라는 영국을 포함해 15개국에 달한다.
과거에는 영연방 국가들이 엘리자베스 여왕을 중심으로 영국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여왕이 서거한 이후 이 관계가 와해할 거라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카리브해 섬나라 앤티가 바부다는 이미 3년 내 군주제를 폐지하고 공화국으로 전환할지를 묻는 국민투표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호주에서도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를 계기로 군주제 폐지 논의가 불붙고 있고, 자메이카, 바하마, 벨리즈 등 다른 카리브해 국가에서도 군주제를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지 언론은 영국에서도 군주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애정이 갈수록 퇴조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찰스 3세를 향한 '비호감' 여론도 넘어야 할 산이다.

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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