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내놔" 인출막힌 예금주공격에 레바논은행들 무기한 휴업

입력 2022-09-22 15:56  

"'내 돈 내놔" 인출막힌 예금주공격에 레바논은행들 무기한 휴업
은행 공격한 여성 "여긴 마피아의 나라"…세계은행 "당국이 거대 폰지 사기"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최악의 경제난 속에 예금 인출을 제한해 시민들의 공격을 받던 레바논 은행들이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 무기한 휴업을 선언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레바논 은행 연합회(ABL)는 22일(현지시간) "(은행 공격) 선동이 계속돼 은행 임직원과 지점 방문 고객이 위험에 직면했다"며 "정부의 안전 보장이 없는 상태인 만큼 은행은 계속 문을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연합회는 장기적인 예금 인출 제한에 분노한 일부 예금주들이 총기로 무장하거나 가짜 총을 들고 지점에 난입해 인출을 요구하는 사건이 잇따르자 지난 17일 사흘간의 임시 휴업을 선언했다.
애초 발표에 따르면 은행들은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만 문을 닫고 22일부터 영업을 재개할 예정이었다.
레바논 은행들은 2019년 시작된 경제위기 속에 현지 화폐인 파운드화 가치가 90% 이상 폭락하고 외화 부족이 심각해지자 '뱅크런'(은행의 예금 지급 불능을 우려한 고객들의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을 막기 위해 대부분 고객의 예금 인출을 제한했다.

달러 인출은 모두 막았고, 현지 통화인 파운드로 인출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1997년부터 유지돼온 고정환율(1달러당 1천517파운드)을 적용해 엄청난 손해를 떠넘겼다.
이에 분노한 한 남성이 지난달 총기로 무장한 채 은행을 습격해 예금 인출에 성공하자, 유사한 사건이 잇따랐다.
지난주에는 장난감 총과 공기총 등을 소지한 예금주들이 수도 베이루트 시내 은행 지점 7곳에 들어가 예금인출을 요구했다.
지난 14일 장난감 총을 들고 은행에 들어가 1만3천 달러를 인출한 뒤 도망자 신세가 된 살리 하피즈(28)는 한밤중 외신기자를 은밀히 만나 "그들은 우리를 서서히 굶어 죽게 하려 한다"며 은행과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또 "우리는 마피아의 나라에 살고 있다. 늑대가 되지 않으면 그들이 당신을 먹어 치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9년 시작된 레바논의 경제난은 코로나19 대유행과 2020년 베이루트 항구 대폭발, 우크라이나 전쟁 등 악재를 만나면서 사상 최악으로 치달았다.
경제난의 뿌리는 장기 내전(1975∼1990년) 후 세력 균형을 위한 주요 정파 간 권력분점과 여기에서 파생된 정치권의 무능과 부패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세계은행(WB)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공공 재정이 정치 후원의 재원으로 악용되면서 불황을 낳았고, 지난 30년간 국민 저축의 상당 부분이 잘못 사용됐다"며 "레바논 당국이 거대한 폰지 사기로 전례 없는 사회 경제적 고통을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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