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쌀값 폭락에 대규모 시장 격리 나선 정부, 근본 대책도 고민해야

입력 2022-09-25 18:51  

[연합시론] 쌀값 폭락에 대규모 시장 격리 나선 정부, 근본 대책도 고민해야



(서울=연합뉴스) 쌀값 폭락으로 농민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정부가 대규모 시장 격리 조치를 내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5일 열린 '제4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수확기인 다음 달부터 오는 12월까지 쌀 45만t(톤)을 매입, 시장에서 격리한다는 내용의 '쌀값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것은 2005년 공공비축제 도입 이후 수확기 시장 격리 물량으로는 최대이다. 이와 별도인 45만t의 공공비축미까지 포함하면 시장 격리 물량은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의 23.3%에 해당하는 90만t에 달한다. 지난 15일 기준 산지 쌀값은 20㎏당 약 5만4천 원이었던 지난해 9월보다 25%가량 떨어진 약 4만1천 원에 거래되고 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77년 이후 45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쌀값 하락은 농민들의 대규모 집회와 항의 시위로 이어졌다. 전국 곳곳에서 수확을 앞둔 벼를 갈아엎는 일까지 벌어졌다. 경기·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 등 쌀 주산지 8개 지역의 도지사들도 지난 15일 "쌀농사가 흔들리면 농민 삶은 물론 식량주권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호소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가 쌀값 안정과 농민들의 소득 보전에 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급한 불은 껐으나 차제에 근본 대책도 고민해야 한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고공행진 중이고 곡물 가격까지 폭등한 상황에서 유독 쌀값만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엇박자가 갈수록 심화하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의 통계를 보면 쌀 생산량은 매년 조금씩 줄어드는 반면 소비량은 이보다 훨씬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38만t 많은 388만t을 수확할 정도로 풍작이었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의무 수입하는 쌀도 매년 40만9천t이다. 구조적으로 쌀값이 맥을 출 수 없는 환경이다. 농민들 입장에서는 비룟값, 농자재비, 인건비 등이 모두 올랐는데 쌀값은 오히려 떨어졌으니 속이 타들어 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일부에서는 2020년 폐지된 변동직불금 부활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 또한 미봉책이다. 수확기에 쌀값이 목표가격에 못 미칠 경우 그 차액의 85%를 정부가 보전해 주는 제도지만 그러잖아도 쌀 매입과 보관에 매년 조 단위의 예산이 투입되는 상황에서 재배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벼농사에 대한 유인이 커지면 과잉 생산 문제가 더 악화할 것이다. 쌀은 남아돌지만 실제로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20%에 불과하다. 벼농사 대신 밀, 콩과 같은 대체 작물의 재배를 유도하는 한편 쌀 생산 원가를 낮추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국회에서는 양곡관리법 개정 문제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가격이 전년보다 5% 이상 떨어지면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법에도 관련한 임의 조항이 있지만 이를 강제 조항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농민들의 시름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는 십분 이해하나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우선 과잉 생산 구조를 고착화할 우려가 있고, 막대한 예산 투입이 오히려 상황 개선을 저해할 수도 있다. 지난해에는 쌀 초과 생산에도 수확기 가격은 오히려 상승했는데 개정안대로라면 정부가 초과분의 쌀을 무조건 매입해야 한다. 이럴 경우 쌀 가격이 더 오르면서 쌀 소비 감소 추세를 부채질할 가능성도 있다.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쌀 경작 면적을 줄이기 위해 내년부터 '전략 작물 직불제'를 도입해 가루 쌀, 콩, 밀, 조사료 등의 재배를 장려할 방침이라고 한다. 여기에 쌀 소비 촉진, 농민 소득 보험 도입, 쌀 관련 정보 공개 확대 등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여야는 식량 안보 차원에서 농민들이 농촌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 농업 관련 예산의 효율적 사용 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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