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구려 박작성에 '만리장성 기점' 대못질…대형 표지석

입력 2022-09-29 15:22  

중국, 고구려 박작성에 '만리장성 기점' 대못질…대형 표지석
박물관 폐쇄하고 '정비 중'…만리장성 주장 내용 채울 가능성

(단둥=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28일 오후 중국 랴오닝성 단둥 시내에서 압록강 상류 쪽으로 차를 타고 20분가량 올라가자 오른쪽으로 어림잡아 1만㎡는 됨직한 넓은 광장이 나타났다.

왕복 2차로 도로와 접해 있는 이 광장 앞에는 '후산장청'(虎山長城·호산장성)이라고 선명하게 새긴 대형 표지석이 세워져 있었다.
표지석 하단에는 '만리장성 동단기점(萬里長城 東端起点)'이라고 또렷하게 표기돼 있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대로변에 표지석을 세움으로써 이 성이 만리장성 동쪽 끝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표지석 뒤에 성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석축을 쌓고 망루를 설치한 대형 성문도 나란히 들어서 있었다.
중국이 2009년 만리장성의 동쪽 끝이라고 주장한 뒤 황량했던 벌판이었던 이곳에서 일어난 변화다. 이곳에서 1㎞ 떨어진 곳에 좁은 진입로와 매표소가 있었으나 폐쇄됐고, 이곳이 관람객을 받는 정문으로 바뀌었다.
매표소 직원은 "수년 전 성 정비 작업과 함께 새롭게 들어선 시설물들"이라고 소개했다.
압록강의 지류와 접해 있는 이 성은 중국 고고학계도 오랫동안 대표적 고구려 산성으로 인정했던 박작성이다.

석축 등 건축 양식이 중국의 성과는 확연히 구분될 뿐 아니라 여러 문헌에 서기 645년과 648년 태종의 1, 2차 침입에도 함락되지 않은 성으로 기록돼 있다.
중국은 2004년 이 성을 증축하고 역사 박물관 건립 전까지는 이 성의 성벽이나 우물 터 등에 고구려 유적이라는 안내 표지를 내걸었다.
그러다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자국 역사에 편입하는 동북공정에 나서면서 안내판에서 고구려에 관한 언급을 모조리 삭제했고, 2009년에는 이 성이 만리장성의 일부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허베이성 산해관(山海關)이 만리장성 동단이라는 중국 학계의 정설을 뒤집은 것이다.
만리장성 길이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2천500㎞가 늘어난 8천851.8㎞로 확인됐다는 주장도 했다. 2010년에는 이곳에서 '만리장성 동단 기점' 선포식도 했다.
후산성(虎山城)이라 부르던 명칭도 '후산장청'이라고 슬그머니 바꿨다. 중국에서 '장청'(長城)은 만리장성을 의미한다.
박작성의 만리장성 동단 기점화 시도는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 성 기슭에 들어선 역사박물관이 '정비 중'이라는 이유로 2∼3년째 폐쇄돼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매표소 관계자는 "중앙의 지침에 따른 것"이라며 "아직 보수 공사를 시작하지 않았고, 언제 다시 개관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어떤 전시 유물을 새롭게 전시하고, 소개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중국 국가박물관이 최근 연 '한중일 고대 청동기전(展)'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이 제공한 고구려·발해 내용을 뺀 연표를 게시해 논란이 된 것에 알 수 있듯 동북공정을 강화하고, 박작성을 만리장성에 편입하는 내용으로 채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pj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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