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1천m 실험실서 먼 우주 신비를 찾다…베일 벗은 '예미랩'

입력 2022-10-05 14:00   수정 2022-10-05 20:51

지하 1천m 실험실서 먼 우주 신비를 찾다…베일 벗은 '예미랩'
IBS 지하실험연구단, 암흑물질 '윔프'·중성미자 미방출 이중베타붕괴 연구
뮤온 등 우주선 간섭 막기 위해 깊은 땅속에 건설



(정선=연합뉴스) 문다영 기자 = 먼 우주의 신비를 풀기 위해 강원도 땅속 깊은 곳에 연구실이 들어섰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5일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예미산 지하 약 1천m에 위치한 실험실인 '예미랩' 준공식을 열었다. 예미랩 면적은 총 3천㎡ 규모로, 10개 이상의 독립적 실험이 가능한 구조다.
연구실에서 IBS 지하실험 연구단은 크게 두 가지 연구를 통해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우주의 신비를 파헤칠 계획이다.
바로 '암흑물질 탐색'과 '중성미자 미방출 이중베타붕괴 연구'다. 생소한 과학 용어에 겁먹지 말고 무슨 연구인지 하나씩 알아보자.



◇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있는…암흑물질 후보 '윔프' 탐색
우리는 우주를 생각할 때면 망원경이 찍어 보낸 사진 속 반짝이는 별이나 화려한 색의 성운을 흔히 떠올린다.
과학자들은 사진에서 보이진 않지만, 이 모든 물질을 다 합한 것보다도 많은 '무엇'이 함께 우주를 메우고 있다고 말한다. 그 무엇의 이름이 암흑물질(dark matter)이다.
암흑물질은 1933년 스위스의 천체물리학자 프리츠 츠비키(Fritz Zwicky)에 의해 처음으로 그 개념이 어렴풋이 제시됐다.
그는 당시 은하들의 실제 공전 속도가 수학적으로 계산한 것보다 더 빠르다는 것을 알아냈고, 관측되지는 않지만, 질량을 가진 미지의 물질이 은하를 구성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이후 그의 발견과 비슷한 현상이 잇달아 관찰됐고, 과학계는 여러 연구를 통해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일단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 '암흑물질'이 우주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암흑물질은 천체처럼 중력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은하의 분포나 중력렌즈 효과 등을 통해 오늘날 그 모습이 간접적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까지의 연구를 종합하면 암흑물질은 우주의 26.8%를 차지하며, 일반 물질을 다 합한 것보다 5배 이상 많다.

암흑물질의 정체는 지금까지 오리무중으로 전 세계 과학자들이 매달려 연구 중이다. IBS 지하실험 연구단의 'COSINE'팀은 여러 암흑물질 후보 중에서도 '윔프'(WIMP)를 찾고 있다.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라는 뜻의 윔프는 액시온(AXION), '비활성 중성미자'와 함께 암흑물질이 될 수 있는 주요 후보 물질 중 하나로 꼽힌다.
윔프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고(故) 스티브 와인버그와 고(故) 이휘소 박사가 함께 제안한 입자로도 국내에 널리 알려져 있다.
윔프를 비롯한 액시온과 비활성 중성미자 등 후보 물질은 아직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며 실제로 검출되지 않았다.
1990년대 말 이탈리아 '그랑사소 국립연구소'가 윔프의 신호를 포착했다고 발표했지만, 수십 년이 지난 현재까지 어떤 연구 그룹도 같은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COSINE팀은 이탈리아 실험 사례처럼 지하실험실에서 순수한 NaI(아이오딘화나트륨) 결정을 이용한 검출기를 활용한다.
연구진은 지구로 날아온 암흑물질과 검출기의 원자핵이 충돌해 윔프를 포착하는 아주 희귀한 순간을 잡아내길 기대하고 있다.



◇ 우주의 신비 담은 중성미자 연구…'마요라나 페르미온' 관측할 수 있을까
예미랩에서 IBS 지하실험 연구단이 수행하는 또 다른 중요한 연구는 중성미자의 질량 등 성질을 규명하는 것이다.
현대 물리학은 '표준모형'(standard model)을 설정하고 우주가 쿼크, 렙톤 등 페르미온과 보손이라는 기본 입자로 구성됐다고 설명한다.
이 중 렙톤에 속하는 중성미자(neutrino)는 질량이 아주 작고 전기적으로 중성인 입자인데,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현재까지는 중성미자에 전자 중성미자, 뮤온 중성미자, 타우 중성미자 세 종류가 있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하지만 중성미자의 정확한 질량과 기존에 알려진 세 종류 외에 '비활성 중성미자'가 존재하는지 여부 등은 미지의 영역이다.
또 중성미자와 물리적 성질이 같지만, 전하가 다른 '반(反) 중성미자'가 존재하는지, 또는 반중성미자가 없는 '마요라나 페르미온'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IBS 지하실험단의 AMoRE(Advanced Mo-based Rare process Experiment)팀은 바로 이 '마요라나 페르미온'을 찾는 것이 숙원이다.
마요라나 페르미온은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마요라나가 1937년 발표한 입자로, 입자이면서 동시에 반입자라는 특징을 갖는다.
마요라나는 마요라나 페르미온이 중성미자일 것으로 예측했는데, 발표 이후 80년이 지난 지금까지 관측된 적은 없다.

실험단은 마요라나 페르미온 관측을 위해 몰리브덴(Mo) 동위원소를 이용해 '중성미자가 방출되지 않는 이중 베타 붕괴(double β decay) 현상'을 확인하고자 한다.
이중 베타 붕괴란 말 그대로 베타 붕괴가 두 번 일어난다는 뜻이다.
베타 붕괴는 동위원소가 붕괴하는 방법의 하나로, 양성자가 중성자로 바뀌거나 중성자가 양성자로 바뀌는 붕괴를 말한다.
불안정 동위원소에서 이중 베타붕괴가 발생하면 중성자 2개, 양전자 2개, 중성미자 2개가 나온다.
이때 중성미자인 동시에 반중성미자인 '마요라나 페르미온'이 있다면, 이중 베타 붕괴과정에서 중성미자가 발생하지 않게 된다.
AMoRE팀은 이중 베타 붕괴의 반감기가 가장 짧은 몰리브덴-100을 실험 재료로 선택해 검출 실험을 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몰리브덴-100 원자는 10^26년 이상 걸려야 중성미자 없는 이중 베타 붕괴를 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검출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하지만 성공하기만 한다면 '힉스 보손' 입자를 발견한 경우처럼 과학사에 한 획을 긋는 발견이 되리라는 것이 IBS의 설명이다.



◇ 우주선 등 배경 잡음 피하려 깊은 땅속으로
이들 실험을 이해했다면 왜 예미랩이 그렇게 깊은 지하에 건설돼야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암흑물질 검출이나 '중성미자가 방출되지 않는 이중베타붕괴 현상'은 매우 희귀한 현상으로, 인류가 아직 발견한 적이 없다.
두 실험에서 포착하려는 신호는 지극히 미미하고 희귀하므로 우주선 등 배경 잡음(방해 신호)을 실험환경에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고에너지 입자 뮤온은 우주 방사선이 대기에 부딪힐 때 만들어지는데, 검출기에 가짜 신호를 유발한다.
뮤온 등 우주선은 물질을 통과하면서 감소하기 때문에 세계의 과학자들은 가능한 지하 깊은 곳으로 내려가 검출 장치를 설치했다.
지하 1천m에 설치된 예미랩의 경우, 뮤온은 지표면과 비교해 백만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공간이라고 IBS는 설명했다.
여러 과학기술 선진국에서는 이미 고심도 지하 실험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기서 노벨 물리학상의 영예를 안은 수많은 연구가 나왔다.
IBS에 따르면 미국 샌퍼드 지하 연구시설(깊이 1천478m), 캐나다 서드베리 중성미자 관측소(2천300m), 일본의 슈퍼-가미오칸데(1천m)에서 나온 노벨 물리학상 메달은 총 6개에 이른다.
중국도 지하 2천400m에 진핑지하실험실을 건설해 세계 최대 심도의 연구실을 꾸려, 최신 물리학 연구 흐름을 빠르게 따라가고 있다.
예미랩에서는 IBS뿐만 아니라 기상청,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이 여러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zer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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