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을 최저임금에 포함해야 하나"…미국서 찬반 논란 가열

입력 2022-10-14 10:51  

"팁을 최저임금에 포함해야 하나"…미국서 찬반 논란 가열
미국 42개 주에서 음식점 종업원 등에 '법정최저 미만 임금' 적용
일부 주·도시에서 예외규정 폐지 추진 움직임…음식점 주인들은 반대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팁 문화'가 있는 미국에서 최저임금 산정시 팁을 포함해야 하는지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손님으로부터 팁을 받는 음식점 홀 종업원이나 바텐더 등에 대한 임금 규정을 놓고 곳곳에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과 달리 미국에서는 음식점에서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날라주는 홀 종업원이 고객으로부터 거의 항상 팁을 받는데, 이것이 수입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 홀 종업원이 음식점 주인으로부터 받는 급여보다 고객으로부터 받는 팁이 훨씬 더 많은 경우가 오히려 흔하다.

팁을 받는 노동자 중에는 호텔 객실 청소원, 호텔 포터 세차원, 공항 휠체어 보조원 등도 있으나, 대부분은 음식점이나 술집 등 요식업체 종사자들이다.
현재 미국 50개 주 중 8개를 제외한 42개 주에서는 팁 받는 노동자에게 고용주가 주는 기본급을 법정최저임금 미만으로 정해도 된다. 팁과 기본급을 합해서 법정최저임금 이상이면 된다는 논리다.
NYT는 '팁 크레딧' 혹은 '법정최저 미만 임금'이라고 불리는 이런 조항을 적용받는 노동자가 미국 전역에 적어도 550만명은 있을 것이라는 경제학자들의 추산을 제시하면서, 이 조항이 남용돼 노동자들이 부당하게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장사가 잘 안될 경우 종업원이 손님으로부터 받는 팁과 고용주로부터 받는 기본급을 합해도 법정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데, 이럴 경우 고용주가 차액을 보전해 줘야 할 의무가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또 팁으로 들어온 돈이 어떻게 처리되고 분배됐는지 추적하기도 쉽지 않다고 NYT는 지적했다.
클리블랜드 출신으로 1999년부터 요식업 분야에서 일해 온 바텐더 테런스 라이스는 NYT에 "내가 이 일을 해 오는 동안 그렇게 해서 보전받은 적이 있었다는 사람은 한 명도 만나 본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웨일 미국 브랜다이스대 교수는 NYT에 "(팁 크레딧이라는 제도의) 모델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다"며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4년부터 2017년 초까지 미국 노동부의 임금근로시간국(WHD) 국장을 지냈다.
이 때문에 이 제도 자체를 폐지하자는 입법 추진이나 청원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고 있으나 음식점 주인들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2020년부터 약 2년간 코로나19 사태로 음식점을 찾는 손님이 매우 줄면서 종업원과 주인 모두 힘든 시기를 보냈기에 대립이 더욱 극심하다.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컬럼비아 특별구에서는 법정최저 미만 임금을 2027년에 폐지하자는 안건이 올해 11월 주민투표에 부쳐진다. 또 메인주 포틀랜드에서는 법정최저 미만 임금을 폐지하고 3년간에 걸쳐 정상적 법정최저임금을 시간당 18달러(2만5천700원)로 올리자는 주민투표 안건이 올라와 있다.
미시간에서는 팁 받는 근로자에 대한 법정최저 미만 임금이 내년 2월부터 폐지되며, 법정최저임금이 현행 9.87달러(1만4천100원)에서 12달러(1만7천100원)로 인상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미시간의 한 요식업체 임직원은 "(이 조치가) 우리에게 잠재적으로 어떤 긍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떠올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뉴욕주의 경우 2019년에 세차원, 미용사, 네일살롱 종업원 등은 법정최저 미만 임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음식점과 술집 종업원에게는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
일부 진보 성향 주의원들이 2025년 말에 이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목표로 법안 마련을 준비 중이지만, 아직 법안 제출은 되지 않았고 민주당 소속 캐시 호컬 주지사도 찬반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팁 받는 노동자들에게 법정최저 미만 임금을 지급하는 고용주들은 법규상으로는 상당히 까다롭게 정해져 있는 근로요건을 충족시켜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이에 대한 단속이나 실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거의 10년 전인 2012년도 미국 노동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요식업체 중 83.8%에서 노동법 위반 사례가 나왔고 이 중 팁 관련 사항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미국 전역의 50만여개 음식점을 대표하는 전국음식점협회(NRA)는 팁 받는 노동자에게 고용주들이 불법적으로 임금을 덜 주는 사례들이 있긴 하지만 이는 과장돼 알려져 있으며, 현 제도는 대체로 잘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있는 법무법인 센추리온 트라이얼 어토니스의 대표파트너이며 노동법 전문 변호사인 라이언 스타이가는 팁 받는 노동자에 적용되는 법규정이 워낙 모호해 선의를 가진 고용주도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스템 자체가 노동자에게 불공정하게 짜여 있다"고 지적하면서 "고용주의 최저임금 지급 의무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당신이 팁을 희생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limhwaso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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