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박3일 폐쇄루프 속 매일 PCR 검사…중국 당대회 방역 '결벽증'(종합)

입력 2022-10-15 20:16  

[르포] 2박3일 폐쇄루프 속 매일 PCR 검사…중국 당대회 방역 '결벽증'(종합)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세계 각국이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인데 격리까지 시키는 것은 너무한 거 아닌가요?"
15일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한 외신기자는 중국의 초강력 방역 정책에 대한 불만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또 다른 외신기자가 "중국에서 생활하고 취재하려면 PCR 검사에 익숙해야 하고 격리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며 뼈있는 농담을 건넸다.
그는 우한 코로나19 사태,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유인우주선 발사 등을 언급하며 취재 때문에 일주일 이상 격리한 경험이 10회가 넘는다고 했다.
중국의 차기 지도부를 결정하는 당대회 개막식(16일)에 로이터·AP·AFP·블룸버그 등 세계 주요 언론사와 더불어 취재 허가를 받았지만, 기쁨과 함께 걱정이 든 이유는 중국의 초강력 방역 정책 때문이었다.


중국은 코로나19 이후 각종 행사의 외신 취재인력을 각국 대표 매체로 줄이고 행사 전후로 짧게는 1박 2일, 길게는 일주일 이상 취재진을 격리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다행히 중국 당국은 이번 당대회 개막식에 대해서는 격리보다 다소 완화된 '폐쇄루프' 방식을 적용했다.
폐쇄루프는 지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채택한 방역 정책이다.
당대회 기간 취재진을 프레스센터에 모아 놓고 영상회의 방식으로 취재하도록 하고, 개막식 등 꼭 필요한 외부 취재는 최소 인원을 전용 차량으로 이동하도록 해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것이다.
프레스센터를 마치 거품을 덮어씌운 것처럼 외부 사회와는 격리된 폐쇄 구역으로 만들어 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는 것이다.
호텔 내부에서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지만, 호텔 정문 밖으로는 나갈 수 없다.
당국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호텔 입구는 물론 호텔 주변 10m마다 공안을 배치하기도 했다.


시진핑 국가 주석의 3연임을 결정할 당대회에서 자국민에게 방역 성과를 자랑해야 하는 만큼 결벽증에 가까운 조치들이 이해되면서도 세계적인 일상회복 추세와 반대로 가는 정책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전날 오후 두 차례의 신분증 검사와 하루 전 받은 PCR 검사 음성 증명서를 보여주고 또다시 추가 PCR 검사와 공항 검색대를 능가하는 수준의 보안검사를 받고 나서야 프레스센터 내부로 들어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중국 기자들이 붉은색 바탕에 흰색으로 쓰인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 프레스센터'라는 대형 표지판 앞에서 방송하거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이다.
저마다 역사적인 순간을 취재할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한 표정이었다.
프레스센터 내부에는 이번 당대회가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하는 자리라는 점을 기정사실로 한 듯 그의 업적을 찬양하는 다양한 사진과 영상으로 가득했다.
특히 브리핑룸과 기자실이 마련된 2∼3층에는 영어·중국어·러시아어·스페인어 등으로 출판된 시 주석 연설문 모음집을 비롯해 '중국의 꿈은 무엇인가', '시진핑과 일대일로' 등 중국 공산당을 홍보하는 책들이 가득했다.
기자들에게 책을 무료로 배포한다는 안내문이 있었지만, 책을 가져가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프레스센터 관계자가 기자에게 다가와 몇 권의 책을 추천하며 숙박비와 식비는 모두 무료고 커피와 다과도 준비했다고 자랑했다.
자유로운 취재를 허용하면 이처럼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니냐고 반문하자 그는 "코로나19가 엄중한 상황"이라며 "중국의 과학 방역은 서방의 방역 정책보다 우월하다"고 맞섰다.
한국에 있는 기자의 지인 상당수는 코로나19에 감염되고도 며칠 만에 회복돼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얘기했지만,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중국은 15일 오후 열린 당대회 기자회견에서도 '둥타이칭링'(動態淸零)으로 불리는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 정책을 강조하며 강력한 방역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쑨예리 당대회 대변인은 영상으로 진행된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방역 조치는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도 가장 좋다"며 "우리는 서광이 앞에 있으며,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를) 견지하는 것이 바로 승리하는 길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방역과 경제사회 발전을 총괄하는 수준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말해 당대회 이후 고강도 방역 정책의 큰 방향성을 유지하면서도 유연성을 발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당대회 개막식 취재 허가를 받은 연합뉴스를 비롯한 외신 취재진 40여 명은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고집으로 폐쇄루프 속에서 하룻밤을 더 묵은 뒤 16일 오전 개막식이 열리는 인민대회당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jk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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