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대통령·하루 총리…44일 英총리만큼 단명한 세계지도자는

입력 2022-10-21 10:32   수정 2022-10-21 21:03

15분 대통령·하루 총리…44일 英총리만큼 단명한 세계지도자는
영국 총리 종전기록은 1827년 조지 캐닝의 119일
미국에 32일 대통령…나치 괴벨스 하룻밤 총리
수십분 초단기간 재임자 있지만 널리 인정되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20일(현지시간) 사의를 표명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영국 역사상 재임 기간이 가장 짧은 총리가 된다.
그는 후임자가 선출될 때까지 자리를 지키겠다고 했으나, 이르면 이달 24일, 늦어도 28일이면 후임자가 선출될 예정이므로 취임일인 9월 6일과 퇴임일을 모두 포함해서 따지더라도 그가 총리로 재임하는 날 수는 총 49∼53일에 불과하게 된다.
역대 영국 총리의 최단기간 재임 기존 기록은 재직 중 1827년 8월 8일 결핵으로 숨진 조지 캐닝의 총 119일이었고, 앨릭 더글러스-홈은 1964년 10월 16일까지 총 363일간 재임해 그 다음으로 짧았다.



트러스는 영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단명 총리가 됐으나, 전 세계로 시야를 넓히면 트러스보다도 재임 기간이 더 짧은 국가 지도자들도 없지는 않았다.
세계 여러 나라의 역대 총리 중에서는 요제프 괴벨스가 형식상 단 하룻밤 재임했다. 나치 독일에서 대통령직과 총리직을 겸직하던 아돌프 히틀러가 1945년 4월 30일 자살하면서 유언장을 남겨 총리직을 괴벨스에게 물려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괴벨스와 그의 부인은 다음날 자녀 6명의 목숨을 끊은 후 자살했다. 승계 순서상 총리직이 루츠 그라프 슈베린 폰 크로지크에게 승계될 예정이었으나 그는 '총리'가 아니라 '수석 장관'이라는 직함을 썼으며, 1개월도 안 돼 연합군에 체포됐다.



멕시코 외무장관이던 페드로 라스쿠라인은 1913년 2월 19일에 대통령직을 승계해 형식상 제38대 대통령으로 수십분간 재임했다. 정확한 길이는 알 수 없으며 15∼56분으로 추산된다. 이는 군사쿠데타로 대통령·부통령·법무장관을 몰아낸 빅토리아노 후에르타 육군대장을 내무장관으로 임명해준 후 대통령직을 물려주기 위한 요식행위였다.
실제로 집권한 대통령 중에서는 미국 제9대 대통령인 윌리엄 헨리 해리슨이 총 32일 재임하다가 1841년 4월 4일 숨진 사례가 있다. 장티푸스로 사망했을 것이라는 설도 있지만, 사인이 공식으로 밝혀지지는 않았다. 사망 1개월 전에 열린 취임식에서 추위 속에서 비를 계속 맞는 바람에 건강이 악화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는 취임식장에 갈 때 덮개가 있는 마차가 아니라 말을 탔고, 모자나 외투도 착용하지 않고 2시간 동안 취임연설을 했으며, 그 후 오한 등 증세를 보였다. 그는 미국 대통령이 재임 중 사망한 첫 사례였으며, 이에 따라 존 타일러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황제들 중에서는 '미하일 2세'가 러시아의 차르로 약 18시간 동안 재위했다는 견해가 있다. 러시아의 차르 니콜라이 2세는 1917년 3월 15일 퇴위하면서 동생인 미하일 알렉산드로비치 대공에게 제위를 물려준다고 선언했다. 다만 실질적 재위 사례라고는 할 수 없다. 이미 혁명으로 러시아에 임시정부가 들어선 상태였고, 당시 제위 승계가 법적으로 유효한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



프랑스 왕세자였던 '루이 19세'는 1830년 8월 2일 부왕 샤를 10세가 퇴위한 후 약 20분간 명목상 재위했다가 조카 샹보르 백작 '앙리 5세'에게 왕위를 다시 물려줬다. '앙리 5세'는 1주일간 명목상 재위하다가 오를레앙공 루이 필리프가 의회에서 '프랑스인들의 왕'으로 선포됨에 따라 퇴위했다.
포르투갈 왕세자 루이스 필리프는 1908년 2월 1일 치명상을 입은 상황에서 약 20분간 '루이스 2세' 왕이 됐다. 그는 당시 부왕인 돔 카를루스 1세와 함께 암살자의 총에 맞았으나 조금 더 늦게 사망선고가 내려졌다. 루이스 필리프의 동생 마누엘 1세가 왕위를 승계했으나 같은 해 10월 5일 혁명으로 군주제가 폐지되면서 퇴위했다.
법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프랑스의 '루이 19세', '앙리 5세'나 포르투갈의 '루이스 2세'가 왕으로 널리 인정되지는 않고 있다. 다만 기네스북은 루이 19세와 루이스 2세의 재위기간을 약 20분으로 보면서 '재위기간이 가장 짧았던 군주'로 꼽았다.
재위 기간이 짧았던 영국 군주로는 '9일 여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제인 그레이가 꼽힌다. 그는 에드워드 6세가 사망하자 유언에 따라 잉글랜드·웨일스·아일랜드의 여왕으로 1553년 7월 10일에 16세의 나이로 보위에 추대됐다가 아흐레 뒤 폐위됐으며, 이듬해 메리 1세 여왕의 명령으로 처형됐다.




이처럼 트러스보다 더 재임기간이 짧은 국가지도자들도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 적어도 100여년 전의 옛날 사례다. 유일한 예외가 될 수 있는 괴벨스 역시 실질적으로는 물론 법적으로도 과연 총리 재임이 유효한지 의문이 있다.
적어도 현대 주요 강대국들에 관한 한, 트러스가 사실상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단명 기록을 세운 셈이다.
트러스는 형식상 자진사퇴하든 강제로 쫓겨나든 총리직을 그만둘 것이 지난주부터 기정사실로 여겨져 왔다.
영국 타블로이드 데일리 스타는 14일부터 상온에 둔 양상추와 트러스 총리 중 어느 쪽이 더 오래 버티는지를 두고 내기를 하자며 양상추의 모습을 유튜브로 생중계중인데, 20일 트러스가 사임을 발표함에 따라 양상추가 이겼다.
limhwaso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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